지난 6월 경남 창녕의 9살 아이가 계부의 학대를 피해 4층 베란다에서 맨발로 탈출하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이후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이가 집에서 탈출하여 병원에 입원해있는 와중에도 계부와 친모는 다른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다고 가정양육수당(이하 양육수당)을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2017년에는 전남 여수에서 2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유기한 친부가 아이가 사망한 이후에도 이 사실을 숨기고 양육수당을 2년 넘게 수령한 일도 있었다.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종일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86개월 미만의 미취학 아동에게 매월 10~2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어린이집 등을 이용하지 않는 가구에 대한 형평성 제고, 자녀양육 방식에 대한 부모의 선택권 강화, 가정 내 양육아동 지원 등을 위해 2009년 도입하였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들을 보면 일부 가정에서 양육수당이 본래 목적대로 아동을 위해 쓰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수 사건 이후 정부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양한 공공자료를 바탕으로 위기의심 아동을 발견해 현장조사를 하도록 대응책을 내놓았다. 경기도는 주민등록 사실조사 때 통·리장이 양육수당을 받고 있는 아동의 거주 및 안전여부도 확인하도록 하는 등 아동보호 대책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인력부족,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로 가정 내 위기아동 조기 발견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현금으로 지급되다보니 특히 저소득층에서 양육수당이 전문 보육·교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자녀를 가정 내에 머무르게 하는 유인장치로 작용한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박은정, 유해미, 2020), 자녀가 있는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35.1%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기관을 이용하지 않았고, 최초 기관 이용 시기도 상대적으로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가구의 기관 이용 시기를 늦추는 요인 중 하나는 양육수당인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양육수당을 수급하기 위해 자녀의 최초 기관 이용 시기를 늦춘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빈곤층에서 21.4%로 다른 계층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양육수당은 그 자체로도 젠더 효과, 계층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글은 양육수당의 성격과 현황을 살펴보고, 양육수당 조정방안과 가정 내 양육아동의 위험 방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양육수당의 성격 및 현황

양육수당은 2000년대 말부터 보육료 지원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가구에 대한 형평성과 자녀양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연령과 소득기준이 있었지만 현재는 취학 전 아동에게 소득수준 관계없이 지급하므로 보육서비스의 대체재 성격을 가진다. 또한 양육수당은 가정 내 돌봄노동에 대한 지원금으로 가정 내 돌봄이 무급이 아니라 유급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돌봄에 대한 부담을 일부 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수당이기에 여성 노동시장 참여를 저해하거나 저소득 가구의 자녀가 주로 수급할 것이라는 계층화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이는 실제 양육수당을 지급받는 가구 특성을 살펴보면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 1>은 어린이집 이용 가구와 양육수당 수급 가구의 모(母)의 고용상태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미취업인 경우가 가장 높아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특히 양육수당 수급 가구의 76%가 미취업으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약 20% 포인트 더 높다.

<표 2>는 어린이집 이용 가구와 양육수당 수급 가구를 가구소득 수준별로 분류한 것이다. 어린이집 이용 가구에 비하여 양육수당 수급 가구가 소득이 낮은 구간에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월소득 299만원 이하인 경우가 어린이집 이용 가구는 약 29%인 것에 비해 양육수당 수급 가구는 약 38%이다. 반면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어린이집 이용 가구의 비율이 양육수당 수급 가구의 비율보다 더 높다.

이상의 표 내용을 정리하면 엄마가 미취업인 경우, 그리고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양육수당 수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가정양육을 선택한 가구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 중인 핀란드, 노르웨이, 프랑스에서도 양육수당과 여성 경제활동참여는 부적 관계임이 밝혀진 바 있다. 양육수당에 내재하는 젠더 효과와 계층 불평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다음 절에서 양육수당 조정방안과 최근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정 내 양육아동의 위험 방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양육수당 조정 및 보완방안

이 글은 어린이집 가수요 억제 및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가구에 대한 형평성 측면을 고려하면서 다음의 세 가지를 근거로 양육수당 지급 연령을 0~2세로 축소하고 금액을 최대 20만원에서 최대 30만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아동발달의 관점에서 영아기에는 가정에서 부모가 양육하면서 부모와의 안정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부모도 가정 내 양육을 선호하고 정부도 가정 내 양육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3세부터는 아동의 사회성 발달이 중요과업으로 어린이집 등 기관 보육이 필요한 시기이다. 실제로도 3세부터는 양육수당 수급 비율이 줄고 어린이집 이용 비율이 늘어난다. 이미 아동이 있는 대다수 가정이 어린이집 이용을 하고 있고 그것이 아동 발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므로 정부는 3세 이상 아동에게는 양육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비용과 서비스 질 측면에서 어린이집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셋째, 일하는 여성이 어린 자녀를 가정에서 양육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하는데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양육수당 대상의 연령을 어린 자녀로 한정하는 대신 수당을 증액하여 육아휴직급여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저해 등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보육료 지원금보다는 낮게 유지될 필요가 있으므로 최대 30만원까지 증액하는 것을 제안한다.

양육수당 대상자 및 대상금액 조정과 더불어 가정 내에서 양육되는 아동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양육수당을 수급하는 아동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고, 특히 부모에 의한 학대 또는 방임이 일어날 경우 조기에 발견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4604건 중에서 부모에 의한 학대가 77%로 가장 높고, 발생장소도 가정 내인 경우가 80%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양육수당을 선택한 가구에 대해 교육 수료 등의 의무사항 강화를 제안한다. 2018년 정부는 양육수당 최초 신청 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받도록 대책을 세웠지만, 추후 어린이집 등 기관을 이용하다가 양육수당을 재신청하는 경우에도 부모교육, 학대예방 교육 등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양육수당을 장기간(가령, 6개월 이상) 계속 수급 시 정기적으로 전문가 또는 지역 내 아동학대 의무신고자가 가정 방문을 하고, 부모가 방문조사를 거부하거나 장기 부재 시, 연락이 닿지 않을 시에는 양육수당 지급을 중단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하늘 아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주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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