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역포괄케어의 제도화 과정과 특징에 대해서 살펴보고 우리나라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현안과 관련지어 그 시사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일본 지역포괄케어의 전개 과정

한국에서 바라보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는 본격적인 정책화가 이루어지는 2000년대 이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그 기반이 되는 개념과 실천이 등장했고, 이후 사회복지와 관련된 실천이념 및 서비스 전달체계 변화 등 다양한 거시적 환경변화를 거치면서 장기간에 걸쳐 지역포괄케어의 기반이 되는 물리·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돼 왔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는 일본의 고령자 관련 정책 및 지역복지와 관련된 주요변화를 시기별로 정리한 것이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는 노인 의료, 개호서비스, 지역복지 발전과정의 연속 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 또한 고령화율 및 사회보장비용 증가가 정책형성과 변화의 견인요인이 되어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편, 지역포괄케어라는 정책 틀이 등장하기까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 실천, 즉 지역복지가 꾸준히 강조되고 확대되어 왔고, 2000년대 이후의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기반 정비가 지역포괄케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의 실천적 출발은 지난달에 소개한 바와 같이, 1974년경에 히로시마현 미츠기쵸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미츠기 종합병원단지를 중심으로 한 의료, 보건, 요양, 복지의 통합적 제공이 성과를 얻으면서 벤치마킹을 통한 유사한 실천사례들이 전국 각지로 확산되어갔다.

2000년대 들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실천, 지역복지의 주류화라는 정책적 맥락과 더불어 지역포괄케어가 중요한 정책적 화두로 재등장한다. 정책화 논의는 2003년 처음 제기된 이후, 수차례에 걸친 개호보험법 개정과 사회보장관련법률 개·제정 과정을 거치면서 정책목표와 구체적 방안이 제시돼왔으며,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중요한 국책과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지역포괄케어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당초에는 개호보험 제도를 바탕으로 한 고령자 중심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구축에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지역공생사’라는 큰 틀 속에서, 장애인, 아동, 보육, 생활곤궁(저소득층 대책)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 수요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자체 단위의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지원시스템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공생사회 지원시책은 의료냐 복지냐 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보면 복지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지역복지의 정책화’라는 용어가 대두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시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사회의 복지 과제를 ‘내 일처럼’ 여기고 주민이 주체가 되어 협동·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와 함께 복잡 다양한 복지욕구(복합적 니즈)를 가진 클라이언트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다양한 복지전문직들이 협력·연계를 통한 포괄적 상담 및 지원체제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 주체의 문제해결 지원과 포괄적 상담 지원체계를 기초지자체인 시정촌이 추진 주체로서 역할토록 의무규정을 마련하는 등 이전까지의 지역복지활동 및 상담 지원체제 구축에 대한 제도화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지역복지의 정책화’는 지역사회에 대한 ‘과대한 역할요구’ 혹은 ‘사회보장의 지역사회 의존’이라는 비판, 그리고 자생적 선진사례를 바탕으로 추진된 일률적 제도화의 한계(자원 및 역량의 지역 격차)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포괄케어의 실천이념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구축은 자조(自助), 호조(互助), 공조(共助·公助)의 ‘최적 조합’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민 간의 상부상조나 자원봉사활동, 주민조직에 의한 지역 활동 등을 의미하는 ‘호조’가 강조되고 있다.

호조를 통한 생활지원서비스 제공은 지역포괄케어를 위한 비공식자원개발, 지역복지력 향상이라는 실천적 효과와 함께,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호조에 대한 공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지역포괄케어와 관련된 주민조직의 주요리더(민생위원, 자치회장 등)에 대한 과중한 역할 기대와 활용(동원)은 자발적 호조활동을 오히려 도태시키거나 수동적 역할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의해야 할 점이다.

권역 설정(의료와 개호의 중층적 권역)

지역포괄케어는 각 지자체의 인구 사회학적, 지리적 특성 등을 반영해 몇 개의 소지역(권역)으로 구분해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호보험사업계획에서는 중학교구단위(인구 규모 1~2만명 정도, 도보 30분 안에 해당권역의 끝까지 갈 수 있는 정도)를 ‘일상생활권역’으로 설정해 지역포괄지원센터 및 지역밀착형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역주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나 사업은 보다 작은 소지역 단위(초등학교구, 인구 1만명 이하)로 전개된다. 일상생활권역을 중심으로 한 주민참여 관련 사업은 개호보험사업계획뿐만 아니라, 그 상위계획인 시정촌 지역복지계획 및 지역복지활동계획에도 반영되어 지역복지활동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의료계획에서도 일반 질병의 외래진료가 중심이 되는 1차 의료권(시정촌), 입원치료가 가능한 2차 의료권, 고도의료 제공에 해당하는 3차 의료권으로 구분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는 일상생활권역을 중심으로 모형화되어 있지만, 의료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이용자의 증상 및 질환 정도에 따라서 일상생활권역을 벗어난 광역 네트워크 구축 및 의료서비스 기관의 과부족에 대한 전체적인 정비계획과 관리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특징과 시사점

1. 대상

개호보험제도를 기반으로 한 고령자 중심의 지역포괄케어에서 전 세대를 포괄하는 통합케어시스템 구축으로 포괄케어의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포괄지원센터를 비롯한 노인 중심의 지역포괄케어 기관의 대상 다변화를 위한 재정 및 인력확충 문제, 다양한 복지 욕구에 대한 통합 상담 창구 설치와 활성화 부족과 같은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사회보장제도 발달과정에서 형성된 노인·장애인·아동 등 대상별 상담 지원 및 서비스 제공 시스템, 흔히 말하는 ‘칸막이식 행정’ 시스템이 지역사회 통합케어시스템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그러한 분야별 지원체제를 전 대상 통합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2. 발전 과정

지역포괄케어에 대한 논의가 제도화 이전부터 욕구에 기반한 실천적 노력이 있었지만, 제도화를 거치면서 이용자 중심의 케어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 이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재정 파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지역중심의 케어시스템 구축이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수정·보완을 통해 커뮤니티케어에 필요한 의료 및 요양, 복지서비스 인프라의 지속가능한 제공체제를 담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동반해야 할 것이다.

3. 서비스 기반

사회복지정책의 발전과 함께 지역케어에 필요한 주요 서비스 기반과 기능이 장기적으로 정비되어왔고, 요양·의료서비스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된 상황에서 통합적·연계적 실천이 제도화됐다. 또한, 지역포괄케어와 관련된 일련의 정책들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는 점에서, 그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은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 통합케어를 위한 의료·요양·주거 서비스 등과 관련된 제도·정책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법제화와 장기비전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4. 주민 참여

지역포괄케어와 관련된 정책의 특징은,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주체 간 협력과 연계를 통한 통합적 지원방식을 가지며, 국가·지자체와 민간조직, 지역사회 및 주민의 참여를 통한 ‘최적의 복지믹스’를 추구한다. 지역포괄케어 실천이념에서 공조와 더불어 호조, 즉 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중요한 요소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지역복지활동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협의체나 위원회 등 공식화된 주민대표조직에 의한 형식적 의사결정이나 참여방식을 넘어서, 생활거점을 중심으로 한 만남과 논의의 장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정책 전개 과정에서 주민이나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활용하려는 전략이 자칫 공공의 책임회피나 강요처럼 비쳐 현장으로부터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5. 권역 설정

생활권역 설정에 대해서는 지자체 특성을 고려토록 하고 있으나 대체로 인구 1~2만명 규모를 설정하고 있고, 주민참여와 관련된 사업 등은 보다 작은 단위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 실정에 맞는 권역 설정 방식, 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의 서비스 인프라 격차에 대한 해소에 대해 논의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의료 및 장기요양, 기타 복지서비스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어촌 등의 권역 설정은 단순한 행정단위의 권역 설정을 넘어, 실질적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권역 설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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