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만들어 갈 것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니 그동안 내 모든 경험과 만남이 장애인복지를 하기 위해서였다.

고3 시절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반복해 읽었다. 톨스토이 책을 통해 ‘사람이 먹는 것으로만 살 수 없고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알았고 빅터 프랭클 책에서 ‘사람은 사명으로 산다’는 것을 알았다. 이책들을 읽으며 ‘미래의 나는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모르지만 가치 지향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했지만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어머니의 권유로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첫 강의인 사회복지학 개론에서 앞으로 이수해야 할 강의 제목을 들었는데 낯설지 않았다. 인간행동과 사회 환경, 사회복지실천기술론, 사회복지정책론 등 제목만 들어도 궁금하고 설레었다.

입학과 동시에 봉사활동을 신청해 아동복지시설 아동을 만나고 프로그램 진행에 참여했다. 첫 봉사활동인데도 그곳이 낯설지 않았다. 노인복지시설, 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다. 선교부장이라는 교목실 산하 공동체에서 대표를 맡기도 했다.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에서 예비사회복지사 임파워먼트 교실을 신청하며 선배 사회복지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봉사를 하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점차 키워갔다.

장애인복지 선택은 운명의 시작

이예은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을 알게 된다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예은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을 알게 된다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장애인복지 분야에 몸담고 있을 줄 몰랐다. 대학에서 장애인 복지론은 들었지만 봉사활동조차 한 적이 없어 생소한 분야로 느껴졌다. 졸업한 그 해 우연히 들어간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에서 당사자를 만난 것이 운명의 시발점이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들의 솔직한 반응과 직설적 표현이 좋았다. 싫다고 했을 때 ‘그러면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그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에서 2년, 이후 장애인복지관 아동통합지원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아동부터 성인까지 만났다.

나들이는 대상자 대부분이 좋아하고 가장 기다리는 활동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들이 좋아하는 야외활동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내는 동정과 차별의 시선에 나도 긴장했다. 생각보다 사람들 시선은 더 빠르고 솔직했다. 그런 시선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직접서비스를 3년 동안 하며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도 일을 하기 전 발달장애인을 향해 던졌을지 모를 동정과 차별의 시선에 고개를 숙였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이론을 배웠던 나조차 발달장애인과의 접점 이전에는 편견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지역사회도 발달장애인을 알게 된다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잠시 쉼을 갖게 됐다. 쉼을 가지며 ‘사회복지사사무소 구슬꿰는실’ 구슬팀 3기에 참여해 사회사업 근본을 다졌다. 복지인생에 함께할 좋은 동료도 많이 얻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 필요

이후 과천시장애인복지관 권익옹호지원팀에서 사례관리 사업과 지역사회통합환경조성 사업을 담당했다. 지역사회통합환경조성 사업을 담당하며 ‘어떻게 하면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2016년 여름 아산사회복지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돼 발달장애인의 보통의 삶을 일궈가는 일을 하게 됐다.

첫 번째로 권익옹호 활동가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지와 잠재력을 보았다. 교육생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우려와 달리 첫 번째 교육생 신청이 모집 인원보다 2배 넘게 마감됐다. 교육 받은 주민들은 발달장애인을 만나고 싶어 했고 만남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한 번 주민들이 모여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로는 발달장애인과 주민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모임을 만들고자 했다. 바로 ‘스몰스파크’인데,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4인 이상 모임 중 발달장애인이 함께 하는 모임에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진행할 때 생기는 고민을 지역주민과 함께 풀어갈 수 있어 든든했다.

“권익옹호라는 거창한 말보다 지역사회가 당사자와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니시노미야시 사회복지협의회에서 30년 동안 발달장애인 보통의 삶을 일궈온 시미즈상이 과천 주민들을 만나 해준 이야기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30년 동안 발달장애인 보통의 삶을 일궈온 시미즈상과 함께 있었던 주민들과 대상자들을 떠올린다. 지금은 육아휴직으로, 코로나로 잠시 복지관을 떠나 있지만 곧 모든 일상이 회복돼 다시 만나길 소망한다.

이예은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을 알게 된다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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