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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복지 재난에 빠지다
  • 승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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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도 복지?’…국가 재난지원 행정체계 바로 세워야
채수훈 익산시 복지정책과 계장
채수훈 익산시 복지정책과 계장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휩쓸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있다. 코로나19는 사회재난으로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일컫는다. 이에 대응한 재난관리란 재난의 예방·대비·대응 및 복구를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코로나19 재난 행정은 처음에 확진자, 유증상자 치료와 방역에서 시작했다. 감염병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3차례, 45일간 시행되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경제회복 지원 대책으로 옮겨 갔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전주시가 2020년 3월 13일 전국 최초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발표했다. 정부보다 한발 빨랐다. 이후 전국 시도와 시군구로 코로나19 못지않게 긴급하게 확산됐다. 지급방식은 크게 서울특별시처럼 중위소득 100% 이하 시민에게 가구 단위로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는 선별방식과 경기도처럼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보편방식으로 나누어졌다.

이 업무는 대부분 복지 행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코로나19 재난 1차 추경에서 복지분야에 4조600억원을 편성하고 만7세 미만 아동수당수급자의 아동돌봄쿠폰, 법정 저소득층의 한시 생활지원금 및 노인일자리 참여자 상품권을 지급했다. 긴급복지제도의 지급 기준을 완화해 대상을 확대했고, 코로나19 피해자의 생활지원금도 지급했다. 이 복지지원 고유 업무도 고스란히 사회복지공무원의 몫이 됐다.

한편 정부는 4월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전 국민 70%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 여야 합의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100%로 확대하면서 2차 추경예산 1조2200억원을 편성했다. 70% 선별조사 때는 보건복지부 업무로 기울다가 전 국민 지급으로 급선회하면서 행정안전부가 나섰다.

중앙부서도 오락가락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두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업무도 당연히 여기서 담당한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업무는 시도에 재난안전 관련 과가 있지만 대부분 사회복지 관련 과로 떠넘겨졌다. 시군구도 상급 기관 업무 체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관련 과가 떠안게 됐다. 최일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도 맞춤형복지계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맡게 됐다. 중앙과 지방이 손발이 맞지 않았다. 지방에서는 재난도 복지, 선별조사와 보편지급도 사회복지공무원 업무가 되어버린 셈이다.

상급 기관의 대부분 고위공직자는 재난지원금을 복지급여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국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 짓 하면 미국 뉴욕에서 태풍이 몰아친다’고 했다. 이 같은 고위공직자의 단순한 의사결정 한마디에 의해 주민과 접점에 있는 사회복지공무원에게 큰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게 했다. 유사한 재난이 닥치면 선례가 될까 무섭고 두렵다.

사회복지공무원은 고유 업무인 한시생활지원금, 긴급복지, 마스크 지급 등을 수행하면서 정부의 1차 추경 복지예산 지원과 시군구 자체적인 재난기본소득 업무까지 가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관련 방역과 소독, 사회시설 점검, 공공장소 비상근무와 국회의원 선거사무가 겹치면서 업무는 더욱 폭주했다.

전주시는 최초 시민 5만명에게 선별조사 방식으로 1인당 52만7000원씩 지급한다고 밝혔었다. 결국 약 2개월 동안 목표 인원의 4만125명인 80.2%만 지급하는데 그쳤다. 선별조사의 단점인 까다로운 소득조사 기준, 복잡한 서류, 낙인 효과 등의 우려로 신청이 기대에 못 미쳤다. 사회

복지공무원의 현장 의견이 무시되면서 선별지원의 덫에 걸린 셈이다. 이과정에서 시민 불만 팽배와 행정력 낭비는 물론 조사공무원 중 특히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더욱 혹사당했다.

필자도 익산시 재난기본소득 업무를 총괄 담당했다. 3~4월에 시민 28만4526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284억5000만원 지급관련 조례 개정, 카드 발급, 민원응대 등 살얼음판을 걸어오면서 단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 4월의 초과근무 시간은 공식적으로 133시간이었다.

긴박하고 변화무쌍한 업무로 심신의 고통은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 같은 재난지원업무가 사회복지공무원에게 고착화되고, 그고통이 외면당하자 행동에 나섰다.

전국 사회복지공무원 조직인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사회복지단체와 연대해 성명을 발표했다. 급기야 사회복지공무원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하게 됐다. 전국 2만6760명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스포츠서울은 4월 25일 ‘코로나19로 늘어난 민원, ‘복지’업무 아닌데 사회복지공무원에 편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재난지원금 관련 업무를 재난재해나 선거업무와 같이 모든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함께 협력해 추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조직 내 힘없고 소수 직렬이 근무하는 사회복지부서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증유의 코로나19라는 국가재난 속에 행정기관 역할과 공무원의 책임은 무한하다. 너나 할 것 없이 국난 상황에 총력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방역은 보건소로 단일 체계화됐는데, 유독 재난지원금 업무는 재난부서가 아닌 사회복지공무원이 담당해야 한다는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 사회복지공무원이 과거처럼 격무로 자살과 과로사, 폭행 등 사고를 당해야만 찔끔 관심 갖는 정도였다. 1987년 첫 임용 후, 30여 년 악순환 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까?

코로나19와 같은 유사 감염병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았다. 우선 국가 재난지원 행정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들쭉날쭉한 재난지원업무를 명확히 일원화시켜야 한다. 정부는 맹점이 나타난 재난 관련법과 지자체마다 중구난방인 조례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재난지원용어도 제각각이며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 바로 잡아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복지로 인식하는 행정의 발상도 대 전환돼야 한다. 재난도 복지라는 나쁜 답습이 악순환 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에 따른 대중영합주의를 경계하되 신속성·보편성·형평성·적절성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다시는 복지가 재난에 빠지는 잔인한 4월이 오지 않도록 유비무환 책이 뒤따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