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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지역적 임팩트
  • 승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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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부엌’이 지역사회 사회적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

에어비앤비가 ‘제주도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선정한 바 있는 ‘해녀의 부엌’. 매주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등 한 주에 총 6회만 참여 가능한 해녀의 부엌은 2019년 법인 설립 6개월 만에 세계 곳곳에서 1만명 이상이 방문한 명소이다.

제주도의 관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바닷가에 위치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해녀의 부엌 120분 동안 해녀가 직접 잡아 올린 해산물 소개, 해녀문화를 담은 특별한 연극공연, 해녀가 직접 요리한 해산물 식사, 그리고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해녀와의 대화 시간 등으로 구성된다.

4만9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에도 예매율이 100%에 가까운 ‘해녀의 부엌’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해녀의 부엌은 '해녀문화 소멸'이라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해녀의 부엌은 '해녀문화 소멸'이라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사진제공=해녀의 부엌]

최근 진행된 해녀의 부엌 시간에 권영희(88) 해녀가 참여해 참가자들에게 해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까지 해녀로 살아가실 건가요?”란 질문을 받은 권영희 해녀가 “1년만 더 하고 싶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큰 웃음을 지었다. 해녀와의 대화 시간은 해녀의 부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간이기도 하다. 들어만 봤던 해녀를 생애 처음으로 만나고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질문이 쏟아진다. 앞서 권영희 해녀와 비교하면 젊은 해녀에 속하는 고봉순(62) 해녀에게는 ‘자녀 중에 해녀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란 질문이 나왔다.

“자녀들은 해녀가 힘들어서 할 수는 없을거예요. 그런데 나는 다시 태어나도 해녀가 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고봉순 해녀는 첫 아이를 임신한 채 바다에 나갔다가 죽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해녀의 이야기와 공연과 함께 참가자들은 해녀들이 직접 준비한 성게미역국, 군소 무침, 뿔소라 산적과 찜, 우뭇가사리 무침, 흑임자죽, 톳밥 등 해녀 식단을 경험하며 120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빠르게 지나갔음을 깨닫게 된다.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던 제주도 구좌읍 종달리, 바닷가의 작은 마을. 고립됐던 지역사회가 사회적 경제로 발전하면서 외부를 포용하며 지역의 문화는 계승하고 경제적 자립가능성은 높이는 그 변화를 ‘해녀의 부엌’은 어떻게 만들게 됐을까? 그 토대가 됐던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임팩트투자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지역적 기반인 제주도와 해녀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제주도와 해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450㎞ 이상 떨어져 있는 제주도는 그냥 하나의 섬이 아니다. 제주도는 연간 방문객이 전 세계 관광객을 포함해 약 1500만명을 기록하는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관광도시지수(APDI 2019) 기준으로 2200만명을 기록한 태국 방콕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또한, 제주도는 유네스코 3대 공식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을 만큼 자연풍광, 생물다양성, 지질학적 유산 모두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해녀 문화가 존재한다. 이들은 특별한 잠수장비의 도움 없이 수심 10~15m로 들어가 5분 정도 각종 해산물을 채취한다. 가끔씩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돌고래를 만나는 것이 위험한 순간 중 하나인데 이럴 때는 제주도 방언으로 ‘배알로! 배알로!’를 외친다. ‘배 아래로’라는 뜻인데 돌고래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음역과 맞아떨어져서 인지 돌고래와의 충돌을 피하는 신비로운 주문으로 알려져 있다. 잠수를 마치고 뭍으로 나온 해녀의 바구니에는 성게, 해삼, 뿔소라, 돌문어, 전복, 멍게 등이 뒤섞여 있고, 지역 어촌계를 통해 어판장으로 보내진다.

한때 전성기에는 2만명이 넘게 존재했던 해녀. 이때만 하더라도 제주도 해녀 산업은 제주도 수산 총소득의 50% 이상을 기여할 정도로 지역경제에 큰 영향이 있었다. 현재 등록된 제주도 해녀 인구는 약 4000명. 이 중에서도 70대 이상 고령 해녀가 절반이 넘어 실제 활동하는 해녀는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해녀의 주 수입원인 제주도 특산 뿔소라의 경우 80%가 일본에 수출되며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 경제적 지속가능성 역시 매년 악화되는 현실이었다.

제주시는 만 80세 이상 고령 해녀 397명을 대상으로 ‘은퇴’를 신청하면 3년간 매달 30만원의 생활비를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신청률은 30% 이하로 저조하다. 80세가 넘어도 바다에 나가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제주도 해녀들에게 ‘은퇴’는 매우 사무직 중심의 관점일 뿐이다. 그럼에도 제주도를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인 해녀문화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또한, 주로 해녀들과 그 가족들로 구성된 제주도의 많은 바닷가 지역사회는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에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사회적기업 ‘해녀의 부엌’을 창업한 김하원(28) 대표의 고민의 시작이었다.

해녀문화와 사회적기업가 정신

제주도 출신으로 가족 가운데 해녀가 있어 해녀문화가 익숙했던 김하원 대표는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면서 ‘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직접 해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와 해녀문화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가치창출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존방식 그대로는 해녀문화가 소멸될 뿐 아니라 해녀문화에 기반한 고향 마을의 경제적 기반 역시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서로를 돕는 복지 공동체이자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인 지역사회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했다.

김하원 대표는 제주도 지역의 공공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제공하는 ‘제주 사회적 경제 액셀러레이션’ 사업에 참여하며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에 집중했다. 고향 마을인 구좌읍 종달리에는 더 이상 쓰지 않는 해녀 휴식공간이 방치돼 있었다. 바닷가에 들어갔다가 잠시 나와서 휴식하는 해녀들이 난로를 피우고 몸을 따뜻하게 덥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의 필수 공간이었다. 해녀 수가 급감하면서 제주도 해변에 방치된 이와 같은 유휴 공간이 제주 전역에 117개나 달했다. 모두 바닷가 바로 근처였기에 풍광과 접근성이 좋은 이곳을 김하원 대표는 ‘해녀의 부엌’ 주요 공간으로 재구성할 계획을 세웠다.

기존의 해산물 유통구조는 해녀가 어촌계로 해산물을 보내면 지역 수협과 도매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해녀의 수입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 받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김하원 대표는 해녀와 어촌계 단계에서 직접 구매해 해녀에게는 기존보다 20%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해산물을 직접 매입했고, 소비자는 중간 단계가 생략되기에 35% 낮은 가격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해녀의 부엌’ 매출 일부를 어촌계에 기부 환원해 사회적기업 성장의 열매가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순환되도록 했다.

또한, 해녀의 부엌은 한국의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제주도 뿔소라 판매를 진행, 매번 완판을 이어가며 뿔소라 등 해산물 판로를 새롭게 개척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제주도로의 관광객 유입이 타격을 받은 기간에는 콘텐츠 R&D에 집중해 세계적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는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하는 고급 다이닝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로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급격히 감소하고 부모 세대의 관광지로 유명했던 제주도가 다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해녀의 부엌에게는 앞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기회요인이다. 해녀의 부엌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수산물 유통회사로의 발전도 꿈꾸고 있다.

해녀의 부엌의 발전과 비례해 구좌읍 종달리 어촌계의 반응은 무척 뜨겁다. 고령의 해녀가 안전 문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해녀의 부엌이 매주 6회 진행하는 해녀와의 대화 시간 참여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어촌계가 도매상에 넘기는 대신 직접 해녀의 부엌에 해산물을 판매하면서 더욱 안정적이며 높은 가격을 확보하게 된 것도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다. 외부인의 방문이 뜸한 구좌읍 종달리에 연이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즉석 해산물 판매도 늘어나며 지역사회는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해녀의 부엌에서는 해산물 식사와 함께 해녀문화를 담은 특별한 연극공연도 펼쳐진다.[사진제공=해녀의 부엌]
해녀의 부엌에서는 해산물 식사와 함께 해녀문화를 담은 특별한 연극공연도 펼쳐진다.[사진제공=해녀의 부엌]

지역사회는 어떻게 사회적 경제로 발전하는가?

종달리 마을의 사례와 같이 지역사회가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김하원 대표와 같은 사회적기업가와 함께 해녀의 부엌이라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액셀러레이션 및 임팩트투자가 필요하다.

필자가 속한 MYSC는 2019년 해녀의 부엌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도우며 해녀의 부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지역사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그런 과정에는 종달리 마을에 대한 어촌계의 믿음,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해녀 집단의 참여와 기여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그 전에는 방문할 필요가 없었던 구좌읍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지역사회를 넘어 다른 사회와 상호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로 발전하고 있다.

즉, 지역사회 내부 이해관계자와 외부의 액셀러레이팅 지원기관, 임팩트투자사, 관광객 등 외부 이해관계자가 동일한 목표에 합의하고 그에 따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실험을 실행할 때, 지역사회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