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전쟁

모수진 주임
모수진 주임

우리나라는 지난 1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약 4개월 동안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끈질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효과적인 선제 대응을 통해 지역 감염 확산을 막았고, 진단키트와 승차진료소(드라이브 스루) 방식 등 이른바 'K-방역' 체계가 세계로부터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월 30일 해외 유입 사례 신규 확진자 4명 외에는 국내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국민 모두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5월 6일 방역 체계를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했다. 이와 동시에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발표하며 개인 및 집단방역 기본 수칙을 잘 숙지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일상 속 실천을 당부했다. 정부는 또한 문화·체육관광 분야 국립시설을 서서히 열고 프로 스포츠 등 주요 행사에 대해 단계적으로 재개를 준비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누렸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생활 속 거리 두기' 단계 전환 하루 만에 '일'이 터졌다. 5월 7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가 지난 5월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서울 용산구 일대 클럽, 주점 5곳 등을 방문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 확진자 수가 5월 18일 현재 전국 총 170명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확진자는 잠복기간과 4차 감염사례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전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태원 클럽 사건과 같은 집단감염 사례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치료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여 감염 방지에 힘쓰는 것이다. 올 가을 혹은 겨울에 신종 바이러스가 발병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언택트 문화의 가속화

어느날 갑자기 우리 곁에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외출 전 꼭 챙겨야 할 생활필수품이 되었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일상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이른바 '코로나19 뉴 노멀(New Normal)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정부와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달라진 경제, 사회 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 찾기에 분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온라인 쇼핑, 무인 키오스크 등 비대면 방식이 이미 우리 생활에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경제, 사회, 문화 등 일상 전반에서 더욱 강력한 '언택트 세상'으로 가속화 되고 있다.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음의 예시를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최근 TV 등 여러 미디어에서 '방구석 전시회', '온라인 콘서트', '방구석 응원' 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관객을 대면하여 직접 소통하는 것이 특징인 문화·스포츠 영역과 언택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세계가 자가 격리 조치를 강화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문화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휴관 중에 사상 최초 온라인 전시를 오픈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예사의 설명과 함께 전시회 전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전시를 공개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4월 1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최하는 자선콘서트가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라는 주제로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 되었다. 세계적인 팝가수 60여 개 팀이 참여해 각자 집에서 퍼포먼스와 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의료인을 응원했다. 동시에 코로나19 펜데믹 대응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며 글로벌 네티즌을 한 자리에 모아 어려운 시기에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문화 영역에서 언택트 방식의 다양한 볼거리들이 자가 격리에 지쳐있는 많은 이들을 위해 제공되고 있다.

기업도 다양한 형태의 언택트 근무방식으로 전환중이다. 원격·재택근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노멀이 되었다.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한 온라인 설명회와 화상 면접, AI 역량검사 등의 언택트 채용 방식을 도입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에 힘쓰고 있다.

초·중·고등 교육기관의 '온라인 개학'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새로운 형태의 교육방식이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된 정책으로, 교육부가 지난 3월 31일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 질 때까지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원격수업을 통해 비대면으로 만날 예정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지만 직접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몸은 언택트이지만, 마음은 컨택트"

사회복지 분야에도 '언택트(Untact, 비대면)'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 시도를 비롯해 기업을 중심으로 뉴 노멀 시대에 걸맞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대상으로 언택트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경기도 하남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로당, 복지관 등 노인 복지시설 운영이 중단되면서 우울감, 외로움을 호소하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안부 전화 등 '심리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가구와 저소득 독거노인에 대한 안부전화를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안내함과 동시에 고립으로 인한 우울증 예방을 위해 비대면 방법으로 독거노인을 돕고 있다. 전라남도 완도군은 군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인간관계의 단절 및 생활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온라인 심리 검사와 비대면 전화 상담, 비밀 게시 글 상담을 진행하며 군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서비스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역시 언택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GS 칼텍스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인 아동 심리·정서 치유를 위한 집단 예술치유 프로그램 '마음톡톡'을 7년간 진행하며 전국 총 1만8000여명의 아동·청소년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GS 칼텍스는 해당 사업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해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초부터 한 학기 동안 서울, 경기 지역 중학생 600여명, 89개 집단을 대상으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집단 상담인 '교실 힐링'을 진행 중이다.

한화생명은 봉사단을 운영하며 지난 17년간 매월 전국 142곳의 복지관과 요양시설 등 결연 복지 기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비대면 방식인 물품 지급으로 전환하였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포함한 방역용품과 건강식품, 놀이도구, 생필품 등 각 시설에 적합한 물품을 지원했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온라인 개학' 실시 이후 농협은행,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수협은행 등은 저소득층을 위한 노트북 및 컴퓨터를 제공하여 온라인 교육에 소외되는 아동·청소년이 없도록 돕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기관에서 ‘코로나 뉴 노멀 시대’에 맞는 비대면 방식의 이웃사랑 실천을 통해 비록 물리적으로는 ‘언택트’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연결되어있음을 보여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복지 영역의 스마트한 준비 필요

지난 5월 7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추진 방향을 발표하는 등 코로나19 종식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구체적으로 준비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이번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의 핵심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한 언택트 산업 육성 및 강화'이다. 이를 위해 다방면에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사회복지 부문도 정부의 발 빠른 대책에 맞추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속도감 있게 준비해야 한다.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실내에서 이용자와 종사자 간 접촉이 불가피한 특성상 감염병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러 시설로부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상세한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발이 시급하다는 건의가 있었다. 이에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사회복지시설 내에서의 감염병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4월 '사회복지시설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제작·배포했다. 이 매뉴얼은 관리자가 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판단 및 의사 결정에 참고 하도록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의료기술 역시 진화하고 있다. 용인시는 AI 기술을 적용한 어르신 건강관리 도우미 키오스크를 개발 중이다. 어르신의 체력 측정과 자세,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해 노인성 질환 징후를 알려줘 조기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키오스크가 개발되면 사회복지 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이 비대면 방식으로 디지털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의료분야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사회복지 생활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원격진료의 조속한 실현이 필요하다. 면역기능이 약한 생활시설 이용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약점을 더욱 촘촘히 메워가기 위해 AI기술과 사회복지 시설을 접목시키는 다양한 연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길 기대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 전 세계 지구촌을 마비시킨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중에도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는 투명성, 공정성, 신속성,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K-방역'이 세계 모범이 되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지치지 않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면,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대한민국으로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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