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그 극복을 위한 노력이 전 방위로 추진 중이나 그 추이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만이 아닌 지자체 수준에서도 다양한 출산지원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대부분 지원금이나 물품 제공 등의 수혜성 정책이 주류를 이루어 있어 그 효과에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육아 지원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정작 정책의 수요자인 육아하는 부모에게 실질적으로 체감되지 못하고, 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책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 접근에서 나아가 실제 육아 환경인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 검토와 재구조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지역사회의 역할은 중앙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자생력 생성차원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로 고려되고 있다. 저출산 기조 아래 ‘육아’는 이제 가족 공동체를 벗어나 다음 세대 구성원을 육성하는 것으로 국가와 사회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는 2018년 말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도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라는 추진 영역으로 반영됐다. 다면적인 육아지원정책들이 어떻게 아이를 기르고 있는 수요자의 생활환경인 지역사회 안에서 실행되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개선을 위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표현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육아친화도시’가 아닌 ‘육아친화마을’로 명명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육아 정책 수요자의 일상생활의 장인 지역사회 내에서, 가장 밀접하게 체감하는 생활환경으로의 마을 단위에서 ‘육아하기 좋은 환경’으로의 ‘온 마을’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실현해갈 것인가의 답을 찾고자 ‘육아친화마을 조성 방안 연구’를 추진했다.

육아친화적 지역사회, ‘육아친화마을’이란

친화(親和)의 사전적 의미는 ‘사이좋게 잘 어울림’, ‘서로 종류가 다른 물질이 화합함, 또는 그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차용하면 육아친화(育兒親和)라는 성격은 아이 기르는 일(育兒)과 잘 어울리는 것을 뜻하며, 서로 다른 여러 요건이 잘 화합해 아이 기르는 일(育兒)에 도움이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육아친화(育兒親和)’ 환경이란 기존 유니세프의 아동친화, 가족친화와 유사하지만 ‘육아’, ‘아이를 기르는 일’에 초점을 두어 아동의 권리뿐 아니라 부모권을 동시에 고려하며, 물리적인 공간과 환경, 안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육아 지원, 인식 개선, 공동체적 지원 등을 또한 중요한 요소로 포함한다.

따라서 ‘육아친화마을’이란 서로 다른 여러 요건이 잘 화합해 아이 기르는 일(育兒)에 도움이 되는 상태를 지닌 마을, 즉 ‘육아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육아를 지원하는 서비스 인프라와 물리적 환경을 갖추고, 온 마을이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는 구조와 기능을 지닌 마을’을 의미한다.

‘아이 기르기 좋은 마을’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영유아, 초등학생 자녀를 기르고 있는 부모들의 요구를 정리하면 철학과 가치, 서비스 인프라, 물리적 환경, 인적 네트워크 형성으로 유목화 가능하며 그 내용은 <표 1>과 같다.

이러한 요구를 지역사회, 마을 공간을 중심으로 구조화하면, 육아친화마을은 양육하는 거주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철학과 가치를 토대로 보육(교육)·돌봄 서비스 인프라, 공원·녹지 서비스 인프라, 여가·문화 서비스 인프라, 보건·의료 서비스 인프라, 교통·보행 네트워크 서비스 인프라, 치안·안전 서비스 인프라, 행정 서비스 인프라 등이 양육하기 좋은 환경으로 구성되고 지지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 상태이다.

육아친화적 지역사회, 육아친화마을의 조성

육아친화적인 지역사회 조성은 지역사회 내에서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의 진단과 개선요구 수렴을 통한 대안 마련과 실행의 과정이다.

첫째, 육아친화적인 지역사회 조성은 육아 친화를 가늠할 수 있는 관련 계량 통계 자료인 지표(표 2 참조)를 통한 진단 분석과 더불어 아이 기르는 수요자에게 다가가는 체감되는 정책의 실행을 위해 주민의 공론화된 의견 수렴을 병행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육아친화마을 조성은 아이와 육아하는 가정에 대한 환대와 그 과정을 인정해주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에서 시작돼야 하므로, 육아친화마을의 조성 과정에 세대 간, 기혼집단과 미혼 집단 간 소통과 참여의 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기획되고, 육아친화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가 요구된다.

둘째, 육아친화적인 지역사회 조성은 지역 규모 및 특성을 고려한 유연성 있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대도시 또는 농산어촌 지역, 인구의 유입이 이루어지는 신규 주거 조성지역 등 지역의 인구 특성, 아동 연령, 인구 구성의 변화 추이를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에서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 가능한 모듈식 정책 풀(pool)의 구성이 필요하다.

셋째, 육아친화마을 조성 시 육아친화성의 다양성과 변화를 고려해 지속 가능한 체계 조성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영아기에는 유모차의 접근성, 유아기에는 보육 교육시설의 충분성, 자녀와 함께하는 공간 조성, 초등학생 시기에는 초등학교와의 접근성 등 생애주기별 특화된 요구가 있다. 자녀의 성장에 따라 육아하기 좋은 환경, 육아친화적 요소에 대한 요구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육아친화마을 조성은 어느 연령대에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간의 조성과 서비스의 구성에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정책 요구 및 지역특성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례적인 관련 정책의 진단과 개선이 요구된다.

넷째, 육아친화마을 조성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지자체가 육아친화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나, 점진적으로 마을의 인적 네트워크가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할 때 인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체감되는 육아친화마을이 조성될 것이므로 정부 주도의 탑다운 지원이 아니라 아이와 아이 기르는 가정이 행복한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마을의 공동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주민 주도적으로 계획되고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중앙정부의 역할은 무엇보다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령 마련, 육아친화마을 조성을 위한 법적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육아친화적인 환경 조성은 복지부, 교육부, 국토부, 여성가족부 등 협력을 필요로하므로 범부처 추진체를 구성하고, 자원과 예산을 ‘전체 합리성’을 고려해 적절히 배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는 전국 지자체의 육아친화 관련 지표를 매년 갱신해 제공하고, 지표별 특성에 부합하는 정책에 관한 리포트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자료들을 축적하고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사업을 주로 집행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으나, 지방분권 기조가 확대되고 지자체 행정 서비스에 관한 주민들의 수요가 점차로 높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지자체 역시 지역 수요에 부합하는 정책을 기획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육아친화마을 조성을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조직, 인력과 재정을 편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육아친화마을 조성을 위한 지방 조례 제정 등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자체는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육아친화정도를 진단하고 수요자의 요구를 수렴해 지역 수요맞춤형 정책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권미경·황선영·이혜민·Mori ta Akemi ·박지윤(2019). 초저출산 사회 극복을 위한 육아친화마을 조성방안 연구(Ⅰ): KICCE 육아친화마을 조성 1단계 기초연구. 육아정책연구소.」의 내용을 토대로 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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