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 속 사회복지사로서의 대처 방법

남구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온 후원물품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구호키트를 포장하고 있다.
남구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온 후원물품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구호키트를 포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일상이 멈춰 버린 2020년의 봄,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재난과 사회복지가 복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제 더 이상 사회복지는 정치나 제도의 영향만을 받지 않는다. 지금껏 재난은 사회복지의 영역 밖의 일이었다면 이제는 사회복지와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석 달째, 복지관은 모든 출입문을 잠그고 주차장 셔터를 내리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던 복지관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몇몇 재가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휴관을 한 적이 있었던가.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1분기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2020년 봄은 사라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석 달째, 복지관 문을 걸어 잠그다

평소와 같았던 2월의 어느 날, 대구 남구지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복지관이 위치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했고, 신속한 절차에 따라 오후 예정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다음날 바로 휴관이 시작됐다.

대구 남구지역의 경우 지난 2015년 메르스 상황에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1월 말부터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었다. 경로급식의 경우 2월부터 대체 급식을 시작했고, 20명 이상 이용하는 집단 프로그램은 휴강 또는 연기를 한 상태였다.

남구보건소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빠르게 지원되었고 직원, 이용자, 강사 등 복지관을 이용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중국 여행 이력, 건강 상태 등 혹시라도 일어날 일을 대비해 조사를 진행했다. 지자체와 복지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히대응했다.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던 휴관은 기대와 걱정이 반복되며 벌써 네 번째 휴관 연장이 진행되고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은 휴관의 시간 속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처음 한동안은 휴관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주민들의 방문과 전화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상황을 설명하며 곧 만나자고 안내드렸다. 현수막을 걸고 안내 문자 및 전화를 드리고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올려 휴관을 안내했지만 매일 복지관을 방문하던 몇몇 어르신은 문이 열리지 않은 걸 직접 확인하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날이 갈수록 대구지역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되었다. 그날부터 대구로 폭발적인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다.

대구시청과 대구 남구청에서 마스크, 손소독제, 소독약품 등이 우선 지원됐고, 대구사회복지관협회를 통해 대구 27개 사회복지관으로 소독제, 식품, 생활용품 등 각종 후원물품이 들어왔다. 컨베이어 벨트에 물건이 옮겨지듯 매일 후원물품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왔고 복지관 1층 로비는 지원물품으로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후원 업체와의 일정이 이미 정해져있어 후원물품을 하루라도 빨리 전달해야 했다.

고민할 시간도 지체할 시간도 없이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를 위해 직원 대부분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각 가정에 비대면 접촉으로 물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장기화된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평범한 일상생활이 무너진 지역주민을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매일 복지관을 나섰다.

휴관 중 치열하고 바쁜 나날 보내

각종 언론매체에서 대구지역을 집중 보도했고 그 파급효과는 기관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구 남구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지역을 돕기 위해 다수의 업체가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을 지정하며 후원을 자처하기도 했다. 서울·부산·전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을 위해 손을 내밀어 주었다. 서울 소재 사랑의전화복지재단은 휴대용 손소독제 2500개를, 부산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시장 상품권 513만원을, 전남에서는 지역 행사가 취소되며 튤립화분 78개를 후원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후원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뉴스를 보고 대구 남구복지관을 검색해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몽골 사람이지만 한국에 거주한 지 10년이 됐고, 예전에 대구에도 자주 방문한 적이 있어 더욱 관심이 생겨 도움을 주고 싶다며 편지와 함께 후원금 30만원과 마스크 150장을 전달해왔다.

물품 후원 외에도 남구보건소와 육군 현장지원팀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방역을 실시했다. 현장에서 지원하는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소독과 방역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는 나눔의 손길이 이어졌다. 2월부터 현재까지 3개월 동안 37곳의 후원 업체로부터 약 1억1000만원 상당의 후원물품과 2410만원의 후원금이 기부됐다. 재난 상황 속 대구 남구지역으로 전해진 마음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튼튼한 동아줄이 되었다.

‘휴관하면 직원들은 근무하느냐’는 어느 지역주민의 질문이 무색하게도 평범한 날보다 더욱 치열하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직원들은 긴급 상황 속에서 묵묵히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기관과 직원의 위생을 위해 정기적인 방역을 실시하고, 현장 지원 나가는 직원을 위한 마스크와 장갑을 넉넉하게 준비했다. 또한 하루에도 수차례 후원물품을 수령하기 위해 대구 전 지역을 돌아다니고, 각 가정에 지원할 물품 수 백 박스를 포장하기도 했다.

가장 번거로우며 조심스러운 긴급구호키트 전달은 각 팀이 수량을 분담해 진행했다. 미리 전화를 드리고 비대면 접촉으로 진행했는데 도착할 때쯤이면 몇몇 어르신은 항상 집앞에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뉴얼상 비대면 접촉으로 전달해야 하기에 전화를 드려 집으로 들어가시면 문 앞에 놓고 가겠다고 안내드렸으나 괜찮다며 얼른 오라고 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긴급구호물품보다 사람이 그리워 그렇게 하염없이 서 계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사회복지관에 근무한 10년 동안 내가 실천한 사회복지는 지역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번 상황을 통해 재난과 복지의 밀착된 관계성을 보며 새로운 경험을 했다. 긴급한 상황 속에서 사회복지관 대응 지침이 순차적으로 수차례 배포됐지만 현장에 적용하기엔 섬세함이 아쉬웠다. 이번을 계기로 또다른 질병이 유행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사회복지관의 역할과 대응 지침 매뉴얼이 완비되어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사회복지사로 헌신하고자 한다. 매일 긴장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이순간 사회복지사는 반대로 지역주민에게 더욱 가까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을 잡아줄 수 있는 희망의 고리가 되어야 한다. 평범한 일상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그리고 앞으로 사회복지사로 남은 순간까지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긴급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사회복지사에게 응원을 보낸다. 힘내요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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