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실장
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사회복지시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지역의 재난 취약계층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다. 경제·사회·건강 취약계층이 거주·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은 ‘필수 서비스 제공 유지’와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상충된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성숙한 시민의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은 우리시대 최대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거센 불길이 발원지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대륙으로 번졌다. 하루에도 수 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외신을 접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인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출입국 제한, 업무공간 폐쇄로 인해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으며, 외부활동 자제로 관광산업을 비롯한 자영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개학을 못하고 있어 온라인 강의를 하는 등 파행적인 수업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학사 일정이 뒤로 미뤄졌다. 이처럼 경제,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위기를 겪으며 이겨내고 있다. 물론 아직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과 민간단체, 개인 모두가 기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기에 작은 성과가 쌓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을 확인했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대구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았고 당국 지시에 협조하면서 이겨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디에서도 그렇지 않았다. 또한 우리 국민 대부분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에 협조하는 등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중앙안전대책본부가 4월 중순 실시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사회적 거리 두기 즉시완화’에 대해 응답자의 2/3에 가까운 63.3%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 중 66.2%는 반대 이유로 ‘백신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재확산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라 해도 손색 없는 이해 수준이다.

사실 2000년 이후 발생한 국내 감염병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신종플루 확진자보다 적다. 치사율도 지금까지 발병한 전염병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밀접 접촉에 의한 확진자가 증가한 데 기인한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대면 접촉을 지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화상 회의·강의까지 원격 서비스 체계가 갖춰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세계는 우리 방역시스템과 의료시스템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당시 어려움도 있었지만, 신종플루와 메르스를 겪으면서 구축한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세계가 부러워하고 배워야 하는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여름이면 종식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로나19 치사율은 4월 6일 현재 이탈리아 12.3%, 스페인 9.5%, 이란 6.2%로 확인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치사율이 4.1%, 우리나라가 1.8%인 것에 비하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치사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것은 바이러스 자체의 특징도 없지 않겠지만, 각국 방역 및 보건의료체계가 위기 시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미국이나 유럽의 방역 및 보건의료 체계가 매우 취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위기 속에서 우리 국민의 성숙한 연대의 힘과 국가의 방역 의료시스템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에서는 재난 취약계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사회복지시설 ‘이중고’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코로나19 전염 위기 상황에서 노인, 만성질환자, 장애인과 같은 건강 취약계층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았던 것이 그 예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장애인시설과 요양시설의 집단감염처럼 재난취약계층의 감염병 예방과 대응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필수 서비스 제공 유지’와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상충된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생활시설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간 밀접 접촉이 있는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 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서비스가 중단되면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에 위협을 받는 취약계층이 주 이용자이기 때문에,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및 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중증의 집단 감염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아 특단의 관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코로나19 유행 대비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대응 지침(2020. 2. 3.)’, ‘코로나19 유행 대비 사회복지시설 대응 지침(2020. 2. 4.)’, ‘사회복지서비스 유지를 위한 공통 대응 지침(2020.2. 21.)’ 등 감염병의 시설 확산 방지 및 사회복지서비스 제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공통지침이 몇 차례 배포되었다. 경제·사회·건강 취약계층이 거주·이용하는 시설이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와 지역사회 파장을 막기 위해 신속하고 충분한 수준의 단계적 지원 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코호트 격리 시설과 종사자가 부족한 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시설 종류 및 서비스 특성에 따른 감염병 관리 및 대응 매뉴얼의 구체화작업이 필요하다. 감염 발생에서 종식까지의 단계별 상황, 상황별 수행 업무, 업무별 역할 분담에 대한 상세한 안내 지침이 주요 서비스 대상, 서비스특성, 시설 규모 등을 고려하여 시설 종류별로 별도 배포돼야 한다.

사회복지현장도 이에 동참해 기관 소독 및 방역을 통해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인,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코로나19감염 우려와 일손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부에서 들어오는 식음료나 기저귀와 같은 물품도 아예 시설 밖에서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시설은 마스크나 손 소독제 같은 방역물품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위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입소자의 병원 방문도 가능한 미루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들은 외부와 차단된 채 내부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집단 거주하고 있는 요양병원이나 시설의 방역망이 뚫릴 경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대구 요양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초기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데 애를 먹었다.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노인복지시설의 무기한 휴관에 따른 불편과 노인일자리 사업의 중단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코로나19에 대한 고위험군으로 보도되면서 우울증과 외로움과 같은 심리·정서적인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하며,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증가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활시설은 여러 명의 입소자가 좁은 공간에서 공동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가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는 전체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종사자 감염으로 인한 서비스 제공 공백과 시설 내 응급 상황 발생에 유연하게 대응할 만큼 충분한 인력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행정 관리적 측면에서 생활시설에 대한 대응조치가 지역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지자체 행정력에 따른 대응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와관련 코호트 격리 시설, 종사자 부족 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긴급지원책으로 추경예산에 사회복지 생활시설에 대한 지원 과제가 포함·확대돼야 한다. 마스크, 손소독제, 방호복 등의 방역 물품은 생활시설 이용자와 종사자에 대한 우선적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종사자 감염으로 인한 서비스 제공 공백과 시설 내 응급 상황 발생에 유연하게 대응할 만큼의 충분한 인력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코로나19 대응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3월 10일 ‘코로나19 대응 직능분야 TF’를 구성하고 각종 사회복지직능단체와 코로나19 감염예방 및 방역대책을 상시 논의하고 있다. TF팀에서는 사회복지시설 현장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사회복지 생활시설에 재정과 인력지원 등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TF팀은 사회복지시설직능단체별 의견을 두 차례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1차 건의 내용은 △마스크 등 방역물품 확보 및 지원체계 강화 △사회복지시설 대체인력, 수당 등 인건비 확보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직능단체의 역할 및 소통체계 강화 △사회복지시설 긴급기능보강 지원이고, 2차 건의 내용은 △지역아동센터 휴원에 따른 조치 마련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생계비 지원 △장기요양기관 손실 보상 마련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 지원책 마련 등이다.

특히 요양원, 중증 장애인복지시설과 같은 생활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복지현장의 감염병 예방과 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관세청 몰수 마스크 6000개를 대구·경북지역 코호트시설에 배분했고, 410개소 아동청소년그룹홈시설에 약 1억원 상당의 식품을 지원했다. 또한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보건복지부장관 등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긴급히 요청한 이번 건의서에는 코호트격리 시설에 대한 행·재정적 우선 지원, 사회복지현장에 공적체계 조달을 통한 마스크 등 방역물품 우선 배포, 중앙정부 차원의 저소득층 대상 ‘한국형 재난수당’ 지급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겨 있다.

협의회는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지원을 통해 17개 사회복지직능단체 대상으로 16억원 규모의 방역물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5월 중 ‘사회복지시설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사회복지직능 단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렇듯 협의회는 앞으로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최대한 막기 위해 정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다. 세계는 그야말로 지구촌이 돼 지리적으로 먼 나라와 가까운 나라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 국민이 건강을 회복해야 비로소 우리의 건강한 일상도 회복할 수 있다. 경제 위기 역시 자국의 정책이나 한 두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세계가 하나 돼 서로 연대하고 상부상조해야 할 때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보여준 우리의 방역체계는 견고하고 시민의식은 뛰어났다. 특히 당국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은 국제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하나로 뭉치지 않고는 사태를 결코 조기에 종식시킬 수 없다. 위기일수록 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은 빛을 발한다. 공동체 정신을 재차 강조하고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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