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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권리가 존중되는 가정, 아동은 행복한가?
  • 승인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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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호서대 교수
조성연 호서대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해마다 5월만 되면 유난스럽게 아동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갑자기 아동을 생각하는 마음이 팽배해지고, 생활 속에서 늘 아동을 생각하면서 생활해왔던 것처럼 아동과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아동학대, 아동 교통사고와 안전사고, 아동의 행복, 저소득층 아동 문제 등등! 매년 드는 생각이지만 왜 아동에 대한 생각은 5월 5일 어린이날 즈음에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정말 우리나라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을까, 갖추고 있다면 왜 아동학대, 아이들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동수는 격감하고 있는데 아동관련 예산은 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까?

아동은 행복한가?

아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동 관련 정책을 논할 때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저출산, 돌봄, 미래 사회의 동량, 희망 등이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아동은 미래 사회의 동량일 수밖에 없고, 기성세대의 희망일 수밖에 없는데 왜 우리나라 아동들은 행복하지 않는 것일까? 저출산의 영향으로 아동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40년 만에 아동인구는 반토막이 났고, 전체 인구에서 아동이 차지하는 인구도 20% 미만으로 감소하면서 먼 미래에는 전체 인구 중 아동은 10%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여전히 우리나라 아동에 대한 정책이나 예산은 답답하기만 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은 행복하지도 않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아동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11세, 13세, 15세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의 만족도를 '2015년 OECD 웰빙지수'에서 측정한 27개 OECD 회원국 아동들과 비교해본 결과,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점수는 6.6점으로 최하위였다. 이는 OECD 27개 회원국의 평균 점수인 7.6점보다 무려 1점이나 낮은 점수였다. 또한 삶에 필요한 것을 누리지 못하는 아동의 비율을 뜻하는 결핍지수도 우리나라 아동은 31.5%로 매우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아동은 여가, 친구ㆍ가족과의 활동과 같은 사회 관계적 결핍이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기(9∼17세) 친구 수는 2013년 7.8명에서 2018년 5.4명으로 줄었고, ‘실제 친구와 놀고 있다’는 응답률은 같은 기간 21.7%에서 13.8%로 감소했으며,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낸 시간도 2018년 한 해 하루 평균 48분에 불과했다(조선일보, 2019. 5. 2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4/2019052401149.html).

이러한 결과의 저변에는 아동들이 학교, 학원이나 과외, 학습 등의 공부와 관련된 활동으로 여유 시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결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아동들은 결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만일 이런 결과가 지속된다면 향후 10년 안에 우리나라 아동들은 친구 사귀는 방법, 친구와 노는 방법, 가족과 지내는 방법 등 우리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갔던 것들을 학교나 학원에서 별도로 배워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 아동들의 경쟁적 입시 문화로 인한 스트레스, 아동학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요 쟁점으로 다룬 바 있다.

가정, 학교, 사회 속에서의 아동

아동들의 행복하지 않은 삶은 가정이나 학교, 사회 모두에서 마찬가지인 듯하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친부에 의한 학대가 43.7%, 친모에 의한 학대가 29.8%로 친부모들에 의한 학대가 73.5%나 되어 주로 아동의 가정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학교, 어린이집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아동들이 가장 많은 시간 활동하고 생활하는 곳이 아동들에게는 매우 힘들고 불편한 곳이라는 사실로 이어진다.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매우 적은데 그마저 양육을 빌미로 아동학대를 자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취약계층인 아동은 그들의 권리나 삶의 만족도를 결코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산이 가속화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낳기만 하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아동 양육을 부모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맡아서 수행하겠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과연 아동 양육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가? 이후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미래세대 투자를 통한 저출산 극복을 주요 아젠다로 다루면서 그 주요 내용으로 매년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여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2022년까지 40% 달성하고, 아동보호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이 또한 아동 양육이 국가 책임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동 양육이 왜 국가 책임이어야만 하는 문제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맞벌이가정이나 장애가 있는 부모라든지,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가정인 경우에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당연히 국가가 안전하게 아동을 보호하고 돌봐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아동의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면서 그 역할을 왜 국가가 떠맡아야 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동 양육은 부모가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고, 그것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에만 국가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지나치게 저출산을 의식하여 아동 양육의 국가 책임을 부르짖다보니 다수의 부모들이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가정 내에서의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아동에게 투사하여 가정 내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상황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유ㆍ초ㆍ중ㆍ고교 개학이 연기되는 동안 SNS를 통해 회자 되던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그 내용인즉 “코로나 방학 생활 규칙!! 주는 대로 먹는다, 유튜브 끄라고 하면 당장 끈다, 사용한 물건 즉시 제자리로, 한번 말하면 바로 움직인다, 어머니에게 쓸데없이 말 걸지 않는다. 위 사항을 어기면 피가 코로나 올 것이다.”라고 쓰여진 메모장과 헤드셋을 한 채 재택근무로 컴퓨터 작업을 하는 엄마 뒤로 테이프로 입을 막고 손발이 묶인 채 바닥에 누워있는 3명의 자녀가 있는 외국 사진이 그것이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단지 우스운 이야기로 치부하기에 이 내용은 아동들의 권리와 가족 내의 지위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러한 강제적인 규칙이나 행동은 결국 아동학대이고, 아동들은 집에서조차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주장할 수 없다는 단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출처: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31/2020033100257.html
출처: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31/2020033100257.html

과연 가족 속에서 아동들의 권리와 지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사회적으로나 가족 내적으로 아동학대를 최소화하고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국가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금년 10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현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아동정책 서비스를 통합하여 지원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을 2019년에 설립하였다. 이로써 지금까지 분절적으로 수행하던 아동관련 사업이나 업무를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아동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아동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지위에 적합한 행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여전히 너무 적은 아동복지예산

가정이나 사회에서 아동의 권리와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아동복지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아동과 관련된 제반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동복지예산은 2019년에 비해 2020년 3.9% 증가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 보육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실제 아동복지 전반에 소요되는 예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의 아동을 위한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다른 OECD 국가들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하면서 아동복지예산이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이의 예산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다(연합뉴스, 2019. 9. 19.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9003500088).

그나마 7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게 됨으로써 국가가 모든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아동은 18세 미만의 자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아동복지예산을 확대하여 아동수당이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수급 대상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줌으로써 자녀 양육의 일차적 책임이 부모에게 있고, 국가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아동은 가정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다. 가정은 아동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만 하며, 이를 위해 부모는 아동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도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동은 가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가족 속에서 아동의 지위에서 아동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고,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아동기를 보낼 수 있는 미래를 꿈꿔본다. 아동이 부족한 저출산 시대의 현실에서 우리나라 모든 부모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귀 댁의 아동은 정말 행복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