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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바꿔놓은 장애인거주시설의 풍경
  • 승인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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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금지’, ‘지역사회생활 금지’ 등 사회와 분리·고립된 삶

시설은 다 똑같다?

작은 바이러스가 장애인거주시설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거주시설은 고위험군의 집단시설로 분류됐다. 방역당국은 의료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덕분에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들은 한 달 넘게 외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지역사회생활이 멈췄다. 시설 문은 걸어잠겼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병원, 정신보건시설을 ‘동일한 시설’로 바라본다. 지금도 언론은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을 시작으로 장애인거주시설,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한다고 보도한다. 대남병원 정신병동 사례를 들어 ‘창문과 출입구가 닫힌 공간에서 공동 생활하는 사이에 집단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장애인거주시설은 정신병원이 아니다. 폐쇄병동도 없다. 누군가를 가두거나 치료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병원과 시설은 엄연히 다르며, 시설도 설치목적에 따라 장애인복지시설과 정신보건시설 등의 다양한 갈래로 나뉜다. 시설을 하나씩 따로 떼어 바라보아야 한다. 지난달, 이용인의 코로나 확진이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은 전국 두 곳이다. 연이어 이용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시설은 없다.

장애인거주시설은 집으로서의 공간

장애인거주시설은 이용인의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곳이다. 장애인복지법(제58조)도 거주시설을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로 정의한다. 동시에, 거주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기간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밝힌다. 장애인거주시설이 치료와 요양을 목적으로 한 정신병원·요양원과 구별되는 점이다.

거주시설은 이들의 집이다. 이용인이 일정기간 거주하며 그 곳에서 자기 삶을 살도록, 지역주민으로 살도록,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곳이다. 거주시설의 첫 확진은 이용인들이 설 명절 부모님 댁에 다녀온 후에 시작됐다. 이용인 부모 중, 신천지교회 교인이 있었다. 청도대남병원 국내 첫 사망자는 감염원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

병원생활을 함께 한 이들

‘아파도 사회복지사’…. 연합뉴스가 거주시설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장애인을 돌보는 모습을 기사에 담았다. 병원은 밀려드는 환자에 의료진·간병인이 부족해 거주시설에서 온 중증 이용인을 병간호 할 여력조차 없었다. 이때 거주시설 직원들이 이들과 함께 했다. 그 중에는 확진자도 있었다. 기사에는 거주시설 직원들이 온기가 사라진 아침밥을 먹는 이야기, 장애인의 양치와 머리감기를 돕는 장면과 밤낮으로 기저귀 교체하는 이야기를 실었다. 상상하면 할수록 힘겨운 내용이다.

“함께 지낸 장애인들을 간호하게 된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병간호한 거주시설 직원의 인터뷰 내용이다. 병원은 사람들이 아플 때 가는 지역사회 의료기관이다. 이렇듯 장애인거주시설은 이용인의 지역사회생활을 돕고 지원하는 곳이다.

누구를 위한 집단 감염예방

“국민 여러분께서는 앞으로 보름간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3월 2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를 정중히 부탁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 덧붙였다.

이틀 후,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의 이동제한과 외부인 출입 차단을 강하게 권고했다. 때마침 2주간의 경북지역 장애인거주시설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끝나는 날이었다. 다시 거주시설 이용인들은 안전한 보호와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외출이 금지됐다. 거주시설의 이용인은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인식에서 나온 조치는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그냥 사흘 전 국무총리가 국민들에게 했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을 부탁하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라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전을 대비한 예고다.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들에게 새로운 일상은 무엇일까?’ 현재 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새로운 일상은 외출 금지, 지역사회생활금지다. 동시에, 시설 안에서 안전한 보호를 받도록 요구받고 있다. 사회와 분리·고립된 삶이다.

며칠 전, 신문에서 대전 유성구는 코로나19로 자택 격리된 시민들이 겪고 있을 정신불안과 심리장애를 위해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거주시설에 사는 이용인들도 불안과 짜증이 증폭되고 있다. 다만, 거주시설 직원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지금의 새로운 일상도 멈추기를 바란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장애인거주시설의 풍경은 고립이다. 더는 우리 사회가 거주시설 이용인들의 고립을 당연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목적이 보호든, 예방이든…. 이들도 다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 ‘보통의 국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