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사회복지법인의 존재가치와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어 왔다. 사회복지법인 경영을 둘러싼 과제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비난여론은 제도개혁으로 이어져 2016년 사회복지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일본 사회복지법인의 경영환경 및 제도변화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한국과 일본의 사회복지법인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법인과 동일한 명칭의 비영리 특수법인이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며, 사회복지사업을 주목적으로 하고, 공익성과 비영리성을 근거로 정부지원 및 제도를 통한 규제를 받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사회복지법인과 매우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

사회복지법인제도의 도입과 관련된 학술적 접근이 미비하여 명확한 근거 제시는 어렵지만 양국의 사회복지사업법(제정 당시)의 구성 및 사회복지법인제도 관련규정의 유사성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법인제도는 1950년에 제정된 일본의 사회복지사업법을 참고하여 기본 안이 마련된 후, 논의를 거쳐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양국의 사회복지법인은 복지국가의 구현과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자로 자리매김하여 사회복지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사회문제의 다변화에 따른 사회복지제도의 양적 확대와 함께, 이른바 복지다원주의에 입각한 시장화가 급격히 추진되어, 사회복지법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서비스 제공자가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지체된 복지국가의 완성’이라는 슬로건 하에 복지서비스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국공립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존 사회복지법인에 의해 제공되어 오던 복지서비스가 국공립기관 및 기타 민간조직의 참여로 인해 독점적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사회복지법인의 존재의미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도 큰 맥락에서는 한국 상황과 유사하다. 사회복지법인의 존재가치 혹은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고, 최근에는 그 대책으로 정책적 규범제시를 통한 사회복지법인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 및 관리체제의 변혁을 꾀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의 경영환경 변화

일본에서는 2000년을 전후해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 특히 개호보험서비스를 중심으로 NPO나 민간영리법인 등이 서비스 제공자로 대거 유입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복지법인에게는 보조금, 세제혜택 등이 제공되는 반면 기타조직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고,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는 진출이 제한되는 등 사회복지법인에게 유리한 경영환경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차별적 경영환경에 대해 민간영리기업을 중심으로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보조금 및 세제혜택 등을 철폐하라는 이른바 ‘경쟁조건의 동일화(equal footing)’ 요구가 계속되었고, 정부도 이러한 주장을 일부 반영하여 점차적으로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조건의 동일화에 대한 주장은 사회복지법인 공익성에 대한 논의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2000년 이전까지는 사회복지법인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 자체로 공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타 법인들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공익성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제1종 사회복지사업(입소시설 등)은 사회복지법인만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나, 사회복지법인에게만 제공되는 보조금, 법인세, 도도부현세, 시정촌민세, 사업세, 고정자산세에 대한 비과세 혜택 등 타 법인과 비교하면 사회복지법인에 유리한 규정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불평등한 경쟁조건에 대해서 민간영리법인 및 NPO 법인 등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왔고, 사회복지법인은 그에 맞서 당위성을 피력해 왔다. 즉 사회복지법인 측에서는,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세제혜택 등에 대해 ‘영리법인에서는 실시하기 어려운 공익성을 가진 사회복지사업의 적절한 실시가 담보 된다’라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즉, ① 지불능력이 낮은 이용자를 배제하지 않는다. ② 노력·비용이 많이 드는 대상자를 배제하지 않는다. ③ 제도적용 외의 대상자를 배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법인은 행정의 엄격한 관리 하에서 경영활동을 하고, 영리기업처럼 이윤추구형 경영을 하지 않으며, 사회적약자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법인의 사명으로 하는 등 공익성 및 공공성이 높은 조직으로서 세금을 통한 일부지원 혜택에 대해서 타당성을 지닌다는 입장이다.

한편, 2011년 무렵부터는 사회복지법인의 ‘내부유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어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내부유보(部留保, retained earnings)란, 기업의 순이익에서 세금, 배당금, 임원상여금 등 기업 외부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한 금액, 즉 기업 수익의 축적액을 말하는데, 사회복지법인들이 이를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법인 내에 계속해서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전체 사회복지법인의 순자산 합계액이 13조엔에 이르며, 이익과 순자산 총액이 일본의 대표기업 토요타자동차의 연간수익보다 많다고 지적하였고, 이후 후생노동성 조사보고서에서는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특별양호노인홈(노인요양시설)이 평균 약 1억엔 이상의 실질적 내부유보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사회복지법인 측에서는 내부유보액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시설재건축 등에 필요한 자금이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한편, 내부유보를 둘러싼 논쟁은 이후 사회복지법인에도 법인세를 부과하자는 법인세 과세론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법인세 논의는 차후 논의과제로 넘어갔지만, 사회복지법인을 둘러싼 이러한 비난여론의 확산은 사회복지법인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회복지법인제도 개혁의 주요내용

사회복지법인의 경영을 둘러싼 과제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비난여론이 제도개혁으로 이어져 2016년 3월, 사회복지법인의 개혁을 위해 사회복지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 내용은 사회복지법인의 거버넌스 재편과 함께, 내부유보에 대해서 시설정비 등에 필요한 재산과 운영자금을 제외한 여유자금을 명확히 산출하고, 그 사용계획을 수립해 지역공익활동 등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환원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개혁은 이전에도 수차례 이루어졌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사회복지법인의 근본적 존재가치에 대한 추궁에 따른 대응책으로써 다각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 비영리 특수법인에 걸맞게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족경영 및 독단적인 경영을 방지할 수 있도록 경영조직의 거버넌스를 강화했다. 또한 비영리 공익적 활동 및 그와 관련된 사업을 의무화 하고, 재무규율을 엄격히하여 경영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시도되었다. 2016년 사회복지법 개정을 통한 사회복지법인 개혁의 주요골자와 내용은 아래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사회복지법인의 지역공익활동

이번 개혁에서는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성과 비영리성을 확보하고 법인의 사회적 역할을 명확히하기 위해 ‘지역에서의 공익적 활동’ 실시에 관한 의무규정을 신설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모든 사회복지법인은 사회복지사업 실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혹은 사회생활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자에 대해서, 무료 혹은 저렴한 이용료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즉 지역사회의 다양한 생활니즈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미치지 못하는 잠재적 이용자 혹은 사회적 약자, 사각지대에 대해서 법인이 가진 기능 및 자원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편, 법인의 순자산에서 사업계속에 필요한 자산액을 제하고 남은, 복지서비스에 재 투하 가능한 재산액(=사회복지 충실잔액)을 보유한 법인은, 그 지출계획을 5년마다 수립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는 사회복지법인이 가진 수익축적 재산을 투명화해, 사회적 약자나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유용한 지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정부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 1만8000개 법인 중 사회복지 충실잔액을 보유한 법인은 약 8%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지출계획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의 교류 공간 제공 △지역행사 참여 및 지원 △재해 시 피난지원 △시설의 설비 및 공간 개방 △주민대상 연수사업 및 강사파견 △개호 예방교실 운영 △치매노인 가족을 위한 강좌 개최 △서비스 이용자 이용료 감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 지원 등이 주요사업으로 제시됐다.

사회복지법인제도의 운영과 정체성 확보

일본의 사회복지법인이 겪고 있는 경영환경 변화와 제도개혁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법인제도의 운영방식은 일본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주체가 등장하였고, 작금에는 기존체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새로운 서비스 중추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복지법인은 과연 어떻게 존재가치를 피력할 수 있을까라는 사회복지법인 정체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본은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비난여론을 수렴하면서 제도개혁을 통해 사회복지법인의 새로운 운영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법인의 존재가치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기존 조직의 관료적 폐쇄성 혹은 수동성, 관리감독 문제를 개선하는 제도수정을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복지법인 활용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정책방향은 우리의 사회복지법인제도 운영에 있어서도 참고할 만하다. 새로운 조직체 만들기를 전제로 한 전달체계 개편 논의보다는 기존 체제 속에서 수정 가능한 모델을 찾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기반확충이라는 관점에서도, 사회복지법인을 어떻게 지역사회복지의 중추적 역할자로 기능케 할 것인지,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한 비전제시와 자발적 경영노력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회복지법인은 기존의 공적복지 대행자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법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 인력과 기능을 활용하여 지역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적극적’ 지역사회복지실천을 통해서 존재가치를 피력하고 공공의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민간영리법인 등과의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중요한 경영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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