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월 16일 발생한 29번째 확진 환자(82세, 남성, 한국인)가 2019년 12월 이후 해외에 나간 이력이 없고 그간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접촉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여서 소위 말하는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부인(68세, 여성,한국인)도 확진 판정을 받아서 30번째 환자가 되었다.

그리고 2월 18일 31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 역시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확진 환자와 접촉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 3명이 연속해 지역사회 감염을 의심하게 하는 감염원 미확인 환자인 것이다.

돌이켜 보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 환자 발생이후 28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는 동안에 최초 환자 발생국가인 중국은 2월 16일 0시 기준으로 6만8500명에 달했고 누적 사망자는 1665명이며 치료 중인 환자 가운데 중증 환자가 1만1272명으로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환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일본 역시 크루즈선 감염자를 제외하더라도 확진 환자가 52명(사망 1명)으로 우리나라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초기 방역활동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었지만 아마도 이는 가장 최근의 신종 감염병 유행으로 피해를 받았던 2015년 메르스 유행당시와 비교되어 느끼는 국민들의 감정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신종플루와 코로나19의 초기 확산 양상

신종플루의 시작은 2009년 4월 중순 미국캘리포니아의 10세 남아에서 처음 확인되었고 곧이어 멕시코에서 854명의 폐렴환자 및 59명의 사망자가 집단적으로 발생되면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4월 24일 WHO는 돼지유래 신종인플루엔자의 유행을 ‘세계적인 공중보건위기상황’으로 선언하고 인플루엔자 대유행경보를 3단계에서 5단계로 신속 상향함으로써 각국이 대유행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 2009년 5~6월 당시 미주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학생, 대학생 수련대회, 국제행사 참석자 및 해외 여행객들이었으며 이들 중 실제 환자들이 많이 발생했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 중국정부는 2020년 1월 7일 CCTV(중국 국영방송)를 통해 우한에서 원인미상의 폐렴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새로운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밝히고, 11일 ‘바이롤로지컬(virological.org)’에 공개했으며 14일에 국제핵산배열 데이터베이스 ‘젠뱅크(Genbank)’에 정식으로 공개됐다.

1월 20일 당시 중국의 환자 발생 현황은 중국우한시 198명, 베이징 2명, 선전 1명에 불과했으며 중국 우한시에 있는 198명 중 170명이 격리 중에 있고 3명이 사망, 중증 환자 35명, 위중 환자가 9명이라고 발표했다.

신종플루와 코로나19를 비교해 볼 때 최초 환자 발생 시점의 양상만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미국, 멕시코의 상황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1월 20일 이후 4주가 지난 2월 18일 현재 중국의 환자 발생 통계가 7만2437명의 확진 환자와 1869명의 사망자, 1만2552명의 회복자 현황을 보여주고 있어 과연 중국 정부가 환자 발생과 관련하여 정확하고 투명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최근 3개 신종 감염병의 발생 1개월 시점 환자 현황 비교

그렇다면 실제 최근에 발생한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총 3개의 신종 감염병 발생한 달 시점의 상황을 비교해보면서 현재의 코로나19 방역활동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신종플루 한 달 시점 당시 6월 3일 연합뉴스 기사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사망자는 없는 가운데 감염환자들도 대부분 치료과정을 거쳐 퇴원 조치되는 등 당초 유력했던 만큼의 피해는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최근 유학생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이 현실화되면서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커져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달여 만에 4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42명 가운데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9명이며 나머지는 완치 퇴원했다. 확진 환자 중 과반수인 22명은 집단으로 발병한 청담어학원 외국인 강사들이다. 나머지 환자 중 첫 번째 환자와 접촉한 수녀, 그리고 같은 비행기로 귀국한 62세 여성 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에서 감염돼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메르스 발생 한 달 시점 당시 언론의 기사 내용이다. “확진자 165명, 치료 중인 환자 118명, 퇴원자 24명, 사망자 23명, 치사율은 13.9%, 치료중인 환자 118명 중 17명이 중중의 심각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도 정보공개가 늦은 것이 초기방역이 실패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2월 16일 코로나19 발생 한 달에 즈음한 연합뉴스 기사는 “16일 현재 확진자는 28명이다. 닷새 연속으로 신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확진자 가운데 22명은 한국인이고 나머지 6명은 중국인이다. 확진자가 지인이나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2~3차 감염사례도 있다”, “국내 확진자는 모두방역망 내에서 발견돼 관리되고 있다며 지나친 불안감을 가지기보다 감염예방을 위한 개인위생 수칙 준수에 힘써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세 종류의 신종 감염병 발생 한 달 시점의 기사를 보면 신종 감염병이라 하더라도 신종플루나 코로나19와 같이 외국에서 먼저 발생해 해당 정보를 접하고 즉시 국내에 방역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공항, 항만 등지의 국경검역활동이 강화된 이후의 상황은 안정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반면에 메르스와 같이 2012년 가을부터 중동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유행된 신종감염병임에도 국내의 국경 검역활동과 감염병 감시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국내에서의 환자 발생을 초기부터 통제하지 못하고 상당수의 환자가 발생하여 뒤늦게 방역활동이 시작된 경우에는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됐다.

신종플루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발생 비교

지역사회 환자 발생 사례를 비교해보면 2009년 신종플루의 첫 지역사회 감염 환자는 7월 10일 발생했다. 첫 확진 환자 발생이후 71일 만이다. 당시 총 누적 환자는 367명, 격리치료 중인 환자는 91명으로 집계됐던 시점이다. 2020년 코로나19의 경우 추정되는 지역사회 첫 감염사례는 29번 환자 발생 시점인 2월 16일. 최초 확진 환자 발생 28일째 되는 날이다. 지역사회 감염 일자가 43일이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신종플루 당시의 국내 해외 유입인구는 미주 지역의 유학생과 해외 여행객에 불과하다.

반면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국에서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일일 평균 1만5000여 명이 입국을 했고 우한 봉쇄 이후 3000~5000명 사이에서 현재는 2000여 명의 중국인이 매일 입국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유행지역인 중국의 유입인구가 신종플루 당시 유행지역인 미주의 유입인구보다 양적으로 훨씬 많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감염이 신종플루에 비해 43일 정도 빨라진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31번째 환자는 지역사회 감염의 시작이자 확산

31번 환자는 6일 밤 교통사고 후에 7일 지역의 한방병원에 입원을 했고 7일 오한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7일부터 17일 한방병원에 입원한 기간 동안 9일, 15일, 16일 외출을 하여 두 차례의 종교 활동(지역의 신천지교회 예배 참여)과 지역 내 호텔 뷔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것이 확인됐다. 입원 4일차인 10일부터 발열 증상이 생겨 독감검시를 실시했으나 음성이 나왔고 증상이 계속돼 14일 영상의학 검사를 실시한 결과 폐렴이 확인되어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판단 하에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길 것을 두 차례 권유했으나 자신이 해외여행 이력도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도 없다는 이유로 계속 한방병원에 있겠다고 하여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이후 증상이 악화돼 의료진의 세 번째 권유로 관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결국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31번 환자의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중심으로 의심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하고 확진 검사도 실시해 결과적으로 신천지교회 내의 대규모 감염자 발생과 경북 청도 대남병원의 병원 내 감염과 대규모 감염자 발생을 확인하게 됐다.

31번 환자의 교회 내 접촉자 조사과정에서 31번 환자와 비슷한 시기에 발병한 환자들이 7~10일 사이에 소규모 피크가 있었고 그런 이유로 31번 환자는 신천지교회의 코로나19 최초 전파자로 보기가 어렵고 누군가에게 신도들이 공동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추정케 했다. 이어 14~18일 발병한 환자들의 대규모 피크가 있음은 9일 예배 이후 소규모 피크를 이룬 감염자들과 신도들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밀접한 접촉이 있어 발병 환자의 대규모 2차 피크가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청도 대남병원의 확진 환자 발생과 관련해서는 역학조사 결과 1월 31일~2월 2일 신천지교회 관계자 가족의 장례식이 있었고 당시 장례식에 참석했던 누군가로부터 병원의료진과 직원들이 감염되고 폐쇄병동의 환자들에게까지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리해보면 청도 대남병원 장례식에 참석한 누군가가 최초 전파자가 되어 당시 신천지교회 교인과 청도 대남병원 관계자에게 동시에 감염을 일으키고 그로부터 신천지교회에서는 각종 활동 과정에서 신도들에게 감염이 확산되고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장례식장에서 감염이 된 병원 직원이 같은 병원 직원을 감염시키고 이들이 폐쇄병동의 정신질환자와 의료진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감염을 일으킨 것을 추정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신천지교회는 교회대로, 청도 대남병원은 병원대로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감염을 일으키고 신도들이 전국 각지로 이동하면서 추가 접촉자들을 만들고 그 결과 전국적인 환자 발생을 초래했다.

또한 청도 대남병원은 폐쇄병동, 일반병동, 청도군 보건소, 군립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 건강증진센터 및 요양원인 에덴원의 각기 다른 건물이 하나의 통로로 이루어진 복합 건물 양식이어서 감염병 양산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월 22일 현재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 환자는 231명으로 전체 확진 환자 433명의 53.3% 수준이다.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환자는 111명이며 이중 2명이 사망했다.

전국적인 환자 발생과 정부의 대응

2월 22일부터 대구 신천지교회의 종교 활동과 청도 대남병원의 연결고리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대규모 집단발병의 신호가 인지됐다. 정말 걷잡을 수 없이 환자가 발생했다. 18일 31명, 19일 51명, 20일 104명, 21일 204명, 22일 433명, 23일 602명, 24일 833명, 25일 977명, 26일 드디어 1000명을 넘어서 1261명, 27일 1766명, 28일 2337명, 29일 3150명이다. 2월 29일 기준 지역별 누적 확진자는 대구 2236명, 경북 488명, 경기 82명, 부산 80명, 서울 77명, 경남 59명, 충남 55명, 울산 17명, 대전 13명, 충북 10명, 광주 9명, 강원 7명, 인천 6명, 전북 5명, 전남 3명, 제주2명, 세종 1명 순이다.

이 시점에서 보건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중국의 우한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에게 재현되는 것과도 같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사정이 심각해지고 대구지역 확진자 중에는 입원 조치된 환자보다 자가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대구에서는 자가격리 중인 확진 환자들이 연달아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지역 무증상 및 경증 환자를 자가 격리하는 대신 대구시 소재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생활치료센터라는 이름으로 시설 격리 및 치료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중증환자들은 감염병 전문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음압 중환자실)으로, 위중 환자들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음압중환자실)으로 입원 진료 받을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및 상급종합병원들과 협력해 중증환자 병상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향후 코로나19의 확산 여부 등 전망은?

중국의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 의사 중난산은 2월말 코로나바이러스가 정점을 찍고 4 월 중으로 종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던위생 열대 의학대학원 연구팀도 2월 말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 전망을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발표에서 확진자는 7만명이지만 보고된 것보다 더 많은 환자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일본의 홋카이도대학교 히로시 니시우라 박사팀은 “도시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는 3월 하순에서 5월 하순사이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 추정했다. 반면 미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 면역 및 호흡기질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코로나19가 따뜻한 계절에 위력이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나 봄이 오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속단하긴 이르다”고 경고하면서 “코로나19의 토착화에 대비해 마스크나 글러브 등 의료용 장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 유행병)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사스는 2002년 11월 첫 발병 이후 2003년 7월인 약 9개월 만에 종식 선언을 했고 2009년 신종플루는 2009년 4월 24일 WHO에서 발생 선언을 하고 2010년 8월 10일 대유행 종식 선언을 했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2015년 5월 20일 첫 발병 이후 2015년 12월 24일, 약 8개월(218일) 만에 종식 선언을 했다. 이와 같이 과거의 신종감염병 발생과 종식까지의 기간을 비교해보면 이번 코로나19도 종식까지 걸리는 시간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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