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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발전해 갈 것”
  • 승인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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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란 뒤처진 누군가와 발맞춰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
윤강진 인천보라매아동센터 사회복지사
윤강진 인천보라매아동센터 사회복지사

‘나는 어떤 사명을 가지고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야 할까?’

사춘기가 늦게 왔는지, 아니면 수능을 앞두고 마음이 뒤숭숭해서였는지 ‘어떤 대학교 어떤 학과에 가야할까?’라는 질문보다 ‘사명(Mission)’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모태신앙이었던 나는 기도를 하며 입시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예수님이 지금 이 시대에 직업을 가진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까?’ 엉뚱하지만 이 질문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런 의미 있는 질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고 돌보고 치료하고 상담했던 예수님의 삶은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도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후 수능을 치르고 신학대학교에 속한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했다.

졸업 후 이미 적지 않은 나이였던 나는 급한 마음으로 취업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취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서류에서 떨어지거나, 면접을 보고나도 그 결과 또한 좋지 않았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던 겨울. 한 기관에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취업, 무엇보다 나의 꿈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회복지기관의 취업. 7년이 지난 지금도 일하고 있는 이곳, 인천보라매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시작하게 됐다.

아동일시보호시설에서 사회복지 첫발

인천보라매아동센터는 인천광역시에 있는 유일한 아동일시보호시설이다. 방임, 학대, 결손 등으로 발생하는 요보호 아동을 3~6개월 단기간 보호하고 있다. 센터는 아이들에게 심리적·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며 원가정 또는 장기시설로 연계하는 중간단계의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입소아동 중 60~70%의 아동이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등 행복한 가정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신입으로 입사해 각종 사무적인 일을 배우고 아이들과 현장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좌충우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각종 프로포절에 지원을 하고 또 프로그램이 채택되면 효율적인 예산 운용, 수업과 현장학습의 효과적인 실행, 프로그램의 계획과 평가서 작성,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연계 및 안내 등 결코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업무를 배우면서 감당하게 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동료들의 도움으로 매일매일 주어진 일을 수행해 낸 것 같다.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기관평가 등도 처음에는 어찌해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직원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여 무사히 마치고 나면 그 순간 밀려오는 감동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주변 동료들의 도움, 나에게 던져 준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어 지금까지의 나를 지탱해올 수 있었다.

한 해, 두 해 지나고 나니 어느 정도 일 처리에 능숙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아동복지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아동에 대한 이해’는 일을 할수록 부족함을 느꼈다. 서류를 통해 아동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 눈앞의 아동을 이해하는 것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아이들에 대해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기관 사정으로 숙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숙소에서 보육사로 근무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 겨우 사무일에 적응한데다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지만 고민끝에 보직을 바꿔 보육사로 근무하기로 했다.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 넓히고자’ 보육사로 보직 변경

보육사로 지내오며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됐다. 며칠 전 뉴스기사에서 본 사건과 관련된 아동이 기관에 입소해 만나게 되기도 하고,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로 분리되거나 이른 새벽에 긴급임시조치로 경찰과 함께 찾아온 아동을 만나는 일까지….

저녁조차 먹지 못하고 새벽에 입소해 컵라면을 허겁지겁 먹던 아동의 속마음은 어떨지, 하루아침에 갑자기 부모와 떨어져 센터에서 첫날밤을 보내며 부모를 찾는 아동의 마음은 어떠할는지….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깊게 파고들면서 떠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아동들을 보며 ‘이젠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랑을 내가 주어야겠구나!’ 다짐하고 나니 없는 힘도 불끈 솟아나고 더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때론 선생님처럼 때론 아빠처럼 그렇게 생활하며 즐겁게 웃고,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열심히 배우고, 맛있게 먹고, 때론 울며 싸우고 화해하며 아동들과 지내고 있다. 지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코 지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를 바라보는 우리 개나리반 아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내가 큰 버팀목이 될것이다. 그들이 나를 의지하듯 나도 그들을 의지한다. 나를 향한 그들의 믿음이, 행복해하는 그들의 표정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상호 교류가 되지 않아 얼굴에 웃음표정도 제대로 짓지 못하던 4세 아동이 이젠 활짝 웃으며 다가와 나에게 팔을 벌리고 안기는 그 느낌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이곳에서 아동들과 함께 지내는 하루하루가 내겐 행복이고 기적과 같다. 마냥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컨디션이나 여건이 좋지 못해 내마음의 중심을 아동이 아닌 내 편에 두었던 순간에도 내게 고마움을 표하며 밝은 웃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곤히 잠든 아동들을 바라보며, 더 잘해주지 못한 나를 탓하기도 했다. 이럴 때면 내가 받은 사랑을 온전히 나누지 못해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기적 같아

‘사회복지사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은 자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왠지 내가 감당하기에 거창한 생각 같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하루 아이들과 생활하며 생겨나는 순간순간의 일들로 인해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만 내가 바라는 사회복지사란 이런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뒤에 남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뒤에 남는다. 본인들 자신 또는 우리 센터 대부분의 아동들처럼 환경으로 인해 잠시 넘어질 수도 있고 걸음이 늦을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뒤에 남은 누군가를 발견해 일으키고 힘을 주어 다시 힘차게 발맞추어 함께 앞으로 걸어가는 존재, 그것이 사회복지사가 아닐까?

철없을 때 선택한 이 직업의 동기가 이젠 점점 마음의 커다란 짐으로 느껴진다. 그 말의 무게, 생각의 무게가 너무나도 컸음을 이제야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 다행히 내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아이들처럼 나는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부족함을 뜻할 수도 있겠지만 더 나아질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사회복지사로서, 인간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발전될 나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