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란 장애인, 재소자, 이주민 등 경제적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농업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으로 돌봄 농업(care farming)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사회적 농업의 일환으로 농업과 복지를 연계한 ‘농복연계’가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농복연계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회적 농업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1990년대 들어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치유, 노동을 통한 사회통합, 지역 활성화라는 다양한 관점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의 주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농업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여 기반구축을 통해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농복연계(Agriculture-Welfare Collaboration)’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데, 특히 장애인복지 분야와 농업분야의 연계를 통한 실천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적 농업으로서의 ‘농복연계’

장애인시설에서 이용자가 텃밭을 이용해 야채나 과일을 재배하거나 수확한 농작물을 판매하는 등의 농업활동은, 이전부터 이용자의 건강유지 및 치유라는 관점에서 농어촌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들이 레크리에이션 혹은 직업훈련의 일환으로 실시해 왔다. 또한, 일부 농가나 농업관련 기업이 장애인시설과 협력을 통해서 이용자의 자립지원과 인력확보, 지역 활성화를 꾀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한 선구적인 농복연계 실천사례에 대한 기대와 수요가 인구감소, 고령화, 장애인의 지역생활욕구 확대 등과 맞물려 점차 증가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정책지원을 통한 농복연계의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다.

농업을 활용한 장애인의 사회참여, 혹은 장애인의 노동력을 활용한 농업의 활성화라고 하는 ‘농복연계’가 정책적 맥락에서 주목을 받고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이다.

즉 아베 정부가 2016년 6월 내세운 ‘일본 일억 총활약 플랜’에서 사회적 약자가 최대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정비의 일환으로 농복연계의 추진이 명시화되면서 본격화 된다. 이듬해 농복연계 추진조직인 ‘일본 농복연계 협회’가 설립되었고, 이를 통해서 농업연계활동과 관련된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고, 교육활동 및 농산물의 판로확대 등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농복연계가 주목을 받는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농업분야와 관련해서는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본의 농업인구는 1997년에 414만명이던 것이 2018년에는 절반 이하인 182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농업종사자의 연령대가 1997년에서 2017년 사이, 20년 동안 평균연령이 7살 이상 상승하여 65세 이상 비율이 약 70%를 차지한다. 고령화로 인한 농업분야의 심각한 인력부족은 경작면적의 급격한 감소, 경작포기 토지면적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복지 분야에서는 장애인의 취업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일본의 장애인(신체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수는 2018년 현재 약 936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4%를 차지한다. 이 중 16~64세에 해당하는 360만명 중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81만명으로 22%에 불과하다. 한편, 일하지 않는 장애인 중 약 60%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장애인복지 정책이 시설에서 지역 및 사회 참여 및 취업욕구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취업및 복지적 일자리 마련이 충분치 못하다는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다.

농복연계는 이처럼 농업분야와 복지분야가 가지고 있는 과제를 상호간의 협력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농복연계의 다양한 실천사례

농복연계와 관련된 실천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이 사례는 일본 후생노동성과 농림수산부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를 참고로 재구성하였음을 밝혀둔다.

‘사회복지법인 신와가쿠인(카나가와현 소재)’

취로계속지원 A형 사업소(고용형)에 20명의 장애인을 고용하여, 법인 내에서 야채, 과일 등을 재배하고, 이를 가공 및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랜 기간 쌓아온 식품가공 노하우를 살려서 지역농산물을 가공·판매하여 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농가로부터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규격 외의 토마토와 밀감을 농협으로부터 사들여, 지역 특산품으로 가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폐기되는 지역농산물을 줄임은 물론,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장애인의 지속적인 일거리를 확보하고 적정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월 14만5000엔(한화 약 150만원)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식회사 마루신 팜 메무로(홋카이도 소재)’

취로계속지원 A형 사업소(고용형)를 운영하는 농업관련 기업이다. 농업은 농한기가 있기 때문에 1년 내내 일거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 기업은 농업지원활동과 가공작업을 복합적으로 운용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을 포함한 20명의 종업원이 지역의 감자 농사 등의 작업에 파견되고 있으며, 반찬가게를 운영하거나, 식재료를 납품하는 등, 다양한 사업메뉴를 통해 일자리 및 사업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평균임금은 약 10만8000엔(한화 약 120만원)이다. 한편, 장애인과 함께 지역의 노인들을 함께 고용하고 있는데, 노인들의 농업에 대한 경험과 지혜가 다른 근로자에게 자연스레 공유되고 전승되어, 기업에게 도움이 됨은 물론 노인 본인에게도 큰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사회복지법인 코코롱(후쿠시마현 소재)’

취로계속지원 B형 사업소(비 고용형)를 통해서 정신장애인 약 30명이 30품목 이상의 야채를 재배하고 있다. 동일법인 내에서 운영하는 양계장의 분뇨로 만든 유기농 비료를 써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직판장과 인터넷 판매, 이동판매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여 수익을 높이고 있다.

그 중 이동판매는 농촌의 벽지에 위치한 외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장보기 수단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지역 농가로부터 작업의뢰를 받아서 시설 외 취로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농가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시설과 지역사회의 연계가 활발히 이루어져 이용자의 역량강화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균임금은 약 2만6000엔(한화 약 30만원)이다.

단, 정식 고용계약을 맺는 취로계속지원 A형과는 달리, B형은 일반취업이 곤란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근로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즉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B형 사업소의 전국평균임금은 약 1만5000엔 수준이다.

‘NPO법인 카가와현 사회취로센터협의회(카가와현 소재)’

카가와현에서는 2011년부터 사회취로센터를 설치하여 농업종사자와 장애인 취로지원시설을 연결시켜주는 공동발주 농작업 시스템(매칭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그림과 같이, 농작업 수탁을 받고자 하는 장애인 시설 등을 미리 등록해 놓고, 농가 등으로부터 의뢰가 오면 시설에 작업을 발주한다.

이때, 센터에 소속된 코디네이터가 작업내용 및 농장현황을 확인하고 요금을 설정한다. 2019년 현재, 카가와현 내 약 80%(90개)의 장애인 취로지원시설이 가입해 있고, 매년 누계 1만명 이상의 장애인이 파견되고 있으며, 작업면적과 임금수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편, 카가와현의 매칭시스템을 모델로 한 다양한 지원조직들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연계 플랫폼 구축사업은 일본의 농복연계 추진의 특징이라고도 여겨진다. 즉 특정기업이나 농가, 혹은 시설을 대상으로 한 인력 및 설비 지원방식이 아니라, 광역 혹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농가와 시설이 연계·협력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법인의 참여 실태와 과제

일본의 농복연계에 대해서 농업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필자가 실시한 설문조사결과(2017년 3월, 245개 법인 분석)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다. 우선, 장애인시설 등에 대한 작업의뢰 경험에 대해서는, 현재 위탁중인 법인이 약 17%, 과거 위탁한 경험이 있는 법인이 약 16%로 약 3분의 1은 장애인시설 등에 위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향후 위탁의향이 있다고 답한 법인 27%를 합하면 약 60%가 위탁경험이 있거나 위탁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일본의 농복연계 활성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위탁경로에 대해서는, 약 60%가 장애인시설관계자로부터 개별적으로 연락이 왔다고 답하였고, 20%는 공동발주기관(매칭사업)을 통해서 의뢰가 왔다고 답했다. 카가와현의 사례에서 보았던 매칭사업이 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개별적인 연계노력이 주류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매칭기관의 코디네이터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향후 작업의뢰 의향이 높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농가와 시설을 연결하는 코디네이터의 중개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이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배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농복연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에 대해서는, 약 50% 이상이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작업을 지도해줄 지원자 및 매칭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 지적하였다. 이 외에도 작업방식 및 작업공정의 개선,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위한 연수 등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전문 인력 및 연계를 위한 플랫폼 구축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농가 측의 근로환경개선 노력이나 장애인에 대한 이해 등 자발적인 노력도 요구됨을 의미한다.

농업-복지분야 협력 위한 다양한 지원 필요

일본의 농복연계 성공사례들에서는 장애인시설(기업)이 유기농업을 통해서 농작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농산물 재배에서 그치지 않고 가공 및 판매까지 하는 이른바 ‘6차 산업화’를 통해서 자립경영을 실현하고, 그것이 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확보와 적정임금 보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농가나 농업법인들은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작업방법과 공정을 개선하는 등 장애인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실천적 노력과 함께, 정책적 차원에서는 농복연계의 전국적인 확대를 위해서 중간지원조직 설립 등 간접적 지원형태로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지원방식은 특정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개별지원이 아닌, 농업과 복지의 교류와 협력의 장을 넓힘으로써 새로운 실천방식과 모델들이 생성되고 진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반다지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우리나라도 농업과 복지의 상생을 위한 복지 및 농업분야 주체들의 다양한 실천적 노력과 지원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일본의 사례에서 보았던, 농가·농업기업과 취업을 희망하는 사회적 약자 혹은 취업지원기관을 이어주는 매칭기관 설립 등을 통한 협력의 장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농업분야의 작업 환경개선 및 장애인 이해, 농업참여 장애인과 지원인력에 대한 농업교육 및 기술지원 등 농업과 복지 분야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적약자의 일터로 여겨지지 않았던 농업이라는 새로운 노동시장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 농업과 복지의 협력과 융합을 통한 다양한 실천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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