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싱가포르 사회혁신 해외연수서 ‘민간-기업-학계’ 협력방안 모색

연수단이 SMU 혁신스쿨 과정 수료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수단이 SMU 혁신스쿨 과정 수료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지난해 12월 2일부터 5일까지 사회공헌기업관계자 및 협의회 임직원을 대상으로 ‘2019 싱가포르 사회혁신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선진국의 사회공헌 관련 기관과 인적교류는 물론 정보공유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진행된 이번 사회혁신 해외연수에는 국민연금공단, 신세계센트럴시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6개 기업 및 기관 관계자와 한양대학교 임팩트 리서치 랩, 협의회 임직원 등 18명이 참여했다.

3박4일간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된 사회혁신 연수는 첫날 싱가포르 사회복지기관 방문을 시작으로 관련 협력기관 소개, 싱가포르경영대학(SMU)에서의 사회혁신 강의 및 토론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 고령화 가속…2030년 25%가 노인인구

연수 첫 일정으로 싱가포르 분캥로드에 위치한 오조이 돌봄센터(O’Joy Care Services)를 방문했다. 오조이 돌봄센터는 우리나라 노인복지기관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곳으로 2004년 설립돼 올해로 16년째를 맞고 있다.

싱가포르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현지 관계자에 의하면 2030년에는 인구 4명 중 1명이 노인 인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가파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역별 특성에 맞는 노인돌봄케어센터들이 생겨나며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연수단이 방문한 오조이센터는 고령인구와 가족들의 웰빙을 증진하기 위한 심리케어 분야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센터가 운영한 노인대상의 카운슬링 커뮤니티가 정신건강케어, 지역사회 건강에까지 확대됐고, 결국 카운슬링 커뮤니티를 하나의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내며 센터가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현재 75%의 정부보조금과 25%의 개인 및 기업의 기부로 운영되고 있는 센터. 개인 및 기업의 기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부금액의 2.5%를 세제혜택으로 돌려주고 있는 것.

추 진 키엣(Choo Jin Kiat) 오조이센터 대표는 “세제혜택의 폭이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우리 센터는 세제혜택이 많은 기관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예산의 많은 부분을 개인, 기업기부로 충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예산확보로 2004년 27명이던 클라이언트가 1000여 명까지 늘었다. 1000여 명에 달하는 클라이언트는 4개의 그룹으로 분류된다. 저위험군 그룹, 위험그룹, 고위험그룹, 진단(diagnosed)그룹 등 피라미드형 그룹관리를 통해 각 그룹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생물심리사회적 프로필과 욕구를 사정한 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임상적 치료를 진행한다.

특이한 점은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 특성에 따라, 서비스도 다양한 언어로 지원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70%가 재가방문서비스라는 것. 나머지 30%의 기관 내방 클라이언트를 위해서는 댄스프로그램, 악기 연주활동 등 매일 색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키엣 대표는 “그나마 이렇게라도 나올 수 있는 대상자는 다행이지만 앞으로는 기관에 나올 수도 없고 현재 재가방문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는 대상자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이들이 집에서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플랫폼에는 자원봉사자, 다른 기관도 공유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힘이 필요하고, 여기서 협력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며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건강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푸드뱅크 NGO·노인돌봄기관 등 현장방문

한국의 푸드뱅크가 아태지역의 선도적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의 푸드뱅크 관련 NGO 기관을 방문해 한국의 시스템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싱가포르 주 셍로드에 위치한 ‘푸드 프롬 더 하트(Food from the Heart)’는 작지만 내실있는 NGO단체였다.

싱가포르 푸드뱅크 관련 NGO인 '푸드 프롬 더 하트'의 내부전경
싱가포르 푸드뱅크 관련 NGO인 '푸드 프롬 더 하트'의 내부전경

세계에서 가장 식품이 안전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는 버려지는 식품이 없도록 적절히 소비하고, 분배될 수 있도록 정부, 민간, 공공이 협력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협력구조 속에서 푸드 프롬 더 하트가 민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2003년 비영리기관으로 출범한 푸드 프롬 더 하트는 120명의 자원봉사자로 시작, 2018년 현재 4만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20명의 상근직원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만 4만여 명의 대상자에게 4만6000여 개의 푸드팩을 제공했다.

‘효율적인 식품 배분을 통해 기아 퇴치에 전념하는 싱가포르 최고의 자선단체’가 비전인 센터. 자선단체인 만큼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다. 때문에 경영진도 전부 무급의 자원봉사자다.

푸드 프롬 더 하트는 크게 세 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자원봉사자를 통한 물품 수거사업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들을 기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업, 학생 대상으로 음식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 등이다.

특히 싱가포르 전역의 베이커리, 호텔 조식 등에서 남은 빵은 봉사자들이 수거 후 센터에서 배분하거나, 베이커리, 호텔 등의 공급처에서 봉사자가 직접 대상자의 집 또는 봉사자 관할지역의 센터로 전달하고 있다.

대상자는 사회서비스 기관에서 발굴해 센터로 연결해주고, 센터에서 대상자 리스트를 관리하며 최종 수혜자를 결정한다. 또 4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 센터로 방문해 푸드팩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학생 또는 개인의 경우에는 자원봉사시간으로, 기업차원의 자원봉사의 경우에는 자원봉사 시간을 환산해 세제혜택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기관의 봉사활동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특이할만 했다.

개인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자원봉사활동을 취소하게 될 경우 등 자원봉사자의 일정 변경 등도 온라인상으로 가능하고, 핸드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더욱 접근성을 높였다. 이처럼 푸드 프롬 더 하트는 개인의 기부자, 자원봉사자는 물론, 민간(기업 등)의 기부, 자원봉사, 그리고 공공의 정책과 거버넌스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콜렉티브 임팩트’의 모범적 사례로 보여지고 있었다.

푸드 프롬 더 하트를 방문하던 날 푸드뱅크 싱가포르 관계자와 환경부 관계자,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기업의 담당자 등이 참여해 기관간 긴밀한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한국 연수단은 현장방문 말미에 푸드팩 작업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2인 1조로 시리얼, 연유, 파스타, 설탕 등 다양한 후원물품을 한 패키지에 담아 밀봉하는 작업이었는데, 40패키지를 눈깜짝할 사이에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패킹해내자 싱가포르 기관 담당자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다년간에 걸쳐 숙련된 푸드뱅크 박싱데이에서의 저력이 여기서 빛을 발한 것 같았다.

SMU 사회혁신 강의·토론식 수업…‘협업의 힘’ 보여줘

싱가포르경영대학(SMU)에서의 진행된 사회혁신 강의와 토론에서는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심층적인 토의가 오갔고, 이번 연수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연수단은 SUM 리엔센터 강사들과 혁신, 환경 등에 대한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연수단은 SUM 리엔센터 강사들과 혁신, 환경 등에 대한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2000년 설립된 SMU는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최첨단 연구 생성 및 지식기반 경제를 위한 창의적이고 기업가적인 리더 양성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소규모 그룹으로 대화식 및 기술 기반의 세미나 스타일 교수법이 유명한 SMU는 세계최대 사회혁신 네트워크인 ‘아쇼카’와 한국의 한양대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MU에서는 사회혁신의 정의와 사회혁신으로 인한 변화, 그리고 사례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기업 관계자, 협의회 관계자, 한양대 임팩트 리서치 랩 등 3개 기관의 관계자가 고루섞인 조를 편성해 사회혁신을 위한 협업과제와 역할을 도출해 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협업이라는 워크숍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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