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경영대(SMU)
싱가포르경영대(SMU)

지난해 12월 2일부터 5일까지 싱가포르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연수단 단장으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연수단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10명, 공공기관 및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6명과 한양대 관계자 2명 등 총 18명이었다.

싱가포르경영대(SMU)에서 사회혁신 이론 및 사례에 대한 강의와 그룹토론, 싱가포르 노인돌봄기관(O’ Joy Care Services) 업무 및 관련 협력기관 소개, 질의응답 그리고 푸드뱅크 시민단체(Food from the Heart) 현황 및 관련기관 업무 청취, 패킹 자원봉사활동 등을 했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다. 면적은 서울보다 약간 클 정도다. 인구래야 대한민국의 1/9 정도인 560만명에 불과하다. 중국계(76%), 말레이계(14%), 인도계(8%) 등 인종이 다양한 만큼 언어, 종교도 여럿으로 국민통합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웃나라처럼 천연자원도 거의 없다. 국토의 1/4은 매립지다. 논, 밭, 산이 없어 모든 1차 산업은 물론 내로라하는 공업단지도 없다. 현재 식량자급률은 10%에 지나지 않아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 30%(30by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심지어 식수까지 수입해 마신다. 오죽하면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강제 독립’ 당했을까.

이런 싱가포르가 강하고 스마트한 나라가 됐다. 1인당 국민소득은 6만4581달러(2018년 통계청 기준)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을 추월한 세계 6 위(한국 3만3346달러로 26위)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국가경쟁력은 스위스 다음으로 세계 2위다. 또, 정보통신네트워크화 지수(1위), 정부 투명성(1위), 전자정부(1위), 정치인 신뢰도(1위), 반부패지수(3위) 등에서도 최상급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더해, 능력 위주의 수월성을 기반으로 한 고품질교육으로 115년 역사의 싱가포르국립대는 도쿄대, 베이징대와 함께 아시아 3대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지난 12월 3일 발표한 OECD 국제학업성취도 읽기, 수학, 과학 분야 평가에서 싱가포르는 중국에 이어 전 부문 2위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5~10위권이었다.

사회복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서구 복지정책보다 더 경제적이고 실속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싱가포르가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보건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갤럽은 지구상에서 가장 살만한 도시로 싱가포르를 꼽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소득수준이 상이한 계층이 섞여 살며, 여가시설, 주민 공동텃밭 등 공용공간을 설치하는 등 지역주민 소통에 신경 쓰고 있다.

싱가포르는 우리처럼 정부가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사회복지정책을 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로 하여금 질병, 은퇴 등 각 생애주기별로 맞이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 지출규모는 작으나 보장 범위는 넓은 이상적인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금 위주의 복지혜택은 비생산적인 매몰비용으로 인식하는 반면교육, 직업훈련, 기업가정신 함양은 복지의 긍정적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택사업은 복지정책의 상징이다. 사회 안정과 국민 안녕에 기여하는 합리적 공공정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주택은 우리처럼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주택 공급률은 80%이고 이중 90%가 자가 소유다. 아파트는 정부가 건설한 공공아파트와 민간에 의한 민영아파트(콘도)가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외국인에게는 살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싱가포르를 이렇듯 스마트한 나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나?

첫째, 애국심이 투철하고 유능한 리더가 있었다. 바로 이 나라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초대 리콴유 총리다. 그는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그러므로 어려움에 처하지 않으려면 국민모두가 정직하고 효율적이고 유능해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역설했다.

비록 26년간이나 장기통치를 했지만 싱가포르에는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독립 초기 싱가포르에 맞는 법치체계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우리는 영국이 아니다. 영국이 될 수도 없다.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싱가포르형 거버넌스를 갖추는데 일생을 바쳤다.

둘째,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최소주의를 택하고 있다.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시민과 시장참여자 그리고 여러 기관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싱가포르의 공무원 비율은 4%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6%, 한국 8%, 미국 15%(OECD ‘한눈에 보는 정부’, 2017)에 비해 턱없이 작다.

이렇듯 공무원 비율은 작게 유지하는 대신 시민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여건을 조성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가 살 길은 오로지 사회혁신에 있다면서, 미래가 당연히 올 거라 여기면 우리는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셋째, 싱가포르는 시민이 독립적으로 자립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국가는 직접 일을 벌이기보다 시민과 시장참여자가 필요로 하는 자원, 가이드라인과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친다. 정부는 게임의 룰을 만듦으로써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역할만 한다. 이번 연수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다.

이들은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자원봉사 활동을 함에 있어 교과서대로 운영한다. 이들에 대한 정부재정 지원은 없으며 어떠한 특혜나 인센티브도 주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회혁신을 추구한다. 우리처럼 정부지원 받는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자원봉사 활동은 없다. 이렇다보니 활착(活着)하는데 느리고 힘들지만 한 번 뿌리내리면 지속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국가 리더십과 국민의 노력으로 싱가포르는 정원도시, 범죄 없는 나라, 쇼핑과 음식 천국이 되었다. 상하(常夏)의 나라지만 도시 전체가 정원 같았으며, 심지어 아파트조차 똑같은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치안이 잘 돼있어 여성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쌍용건설이 지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57층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호텔 쇼핑몰에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다 있었다. 다민족국가답게 음식은 다양했으며 우리 입맛에도 맞았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쓰레기 투기, 금연지역 내 흡연 등 사소한 생활법규 위반에도 엄한 벌과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만 동양에 위치해 있을 뿐 환경은 물론 국민 사고방식도 완전 서구화된 선진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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