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설은 지역사회 주거지원 및 자립지원센터로 전환

국정과제 채택 후 정책방향 제시는 아직

정부는 장애인복지 정책의 시대적 패러다임 요구에 따라 국민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를 위해 장애인거주시설 다양화와 단계적 기능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12월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전환 추진방안 토론회’를 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토론회에는 정부, 학계, 시민단체, 장애인거주시설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김진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거주 전환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책현안 연구와 함께 지난 11월 장애인거주시설장 300인 원탁회의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정리한 내용이다.

‘당사자 의사존중’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김 교수는 “지역사회 주거전환 추진에 있어 기본 원칙은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존중’이 되어야 한다”며 “장애의 정도와 특성을 고려하고 당사자의 선호와 의사를 존중해 최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설장 원탁회의 결과 ‘탈시설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탈시설화는 필요하지만 시설폐쇄가 아닌 긍정적 방향으로의 변화 필요’가 28%로 가장 많았고, ‘주거서비스는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가’와 관련해서는 35%가 ‘서비스 지원방식에 따른 인력 및 예산 재정립’을 꼽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시설은 어떻게 전환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논의에서는 ‘지역사회 주거지원 및 자립지원센터로의 전환’이 30%로 가장 많았고 ‘소규모시설로 전환하고 1인 1실 보장’, ‘고령 및 최중증장애인요양시설로 전환’, ‘활동지원 중개 및 개별서비스 지원기관으로 전환’, ‘시설폐쇄 및 매각 대금전용 또는 다른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 순으로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종사자는 소규모 거주공간으로 고용승계 가능

김 교수는 이날 지역사회 거주전환을 위한 연구 결과로 6개의 대안적 거주서비스 모형을 설계해 제시했다.

그는 “거주서비스는 장애인의 상황과 특성 등을 고려해 획일화된 거주방식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에게 지원하는 서비스 강도와 거주규모에 따라 △전문요양기관(상주지원, 의료지원) △집중돌봄기관(상주지원, 전문지원) △지원기관(상주지원, 생활지원) △자립기관(순회지원, 간헐지원) △단기지원기관(상주지원, 단기지원) △독립생활(활동보조) 등으로 나눈 개선 방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서비스 전환에 따른 중앙정부, 지방정부, 거주지원센터, 거주서비스기관의 역할 변화를 제시했다.

한편, 김 교수는 거주서비스 전환에 따른 종사자 배치에 대해 “돌봄직원은 본인 희망시 소규모 거주공간으로 고용승계가 가능하며 기존 운영방식에서 탈피해 장애인 자립지원을 위한 지원자 역할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영양사, 조리원, 시설관리인, 사무원, 사재교사는 거주서비스지원센터로 고용승계가 가능하며 직원훈련교사,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등 재활전문가는 지역사회기관으로 전직 지원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길준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거주시설 유형 및 기능 개편에 대한 다수의 선행연구가 있었고 전국적으로 토론회, 집회 등을 통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요구와 외국 사례에 근거한 정책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안했지만 아직 정부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대안적 거주서비스 유형을 제시하고 서비스 전환에 따른 주체별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고자 시도한 점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다만 “추진방향을 세우려면 그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연구에서 제시한 추진방안에서는 정부와 지방정부, 거주시설의 역할은 주어졌지만 생활하고 있는 당사자인 시설거주 장애인의 역할은 없다”고 꼬집었다.

국가 책임 하에 사회적 합의와 함께 가야

엄삼용 장애인거주시설 애지람 시설장은 “우리 시설은 지역사회 중심의 현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을 전폭 수용해 시설의 소규모 가정화와 지역사회 중심의 일반주택 거주 형태를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과 직업재활 등에 힘쓰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시설이 있는 강원도에는 탈시설화를 위한 자립정착금 지원사업이 있지만 사회 기반 구축이 안 되어 있어 보호자, 부모 등이 동의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며 “실제 탈시설 퇴소 자립한 식구 3명 중 무연고자 2명은 계속해서 사후지원을 해야 할 만큼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엄 시설장은 “이런 면에서 볼 때 탈시설화의 당위성만으로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몰아붙이는 것은 사지로 내모는 형국이 될 수도 있으므로 거주전환이 순조롭게 되도록 관련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국가주도의 법제화, 사회적 합의, 장애인식 개선, 각종 혜택과 지원, 장애 정도와 기능에 맞는 심도 있는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고 노령과 최중증 장애인에 최적화된 의료복지시설도 구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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