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이윤만을 추구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윤리경영과 함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는 앞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공헌 우수기업의 모범사례를 발굴·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사회서비스 질적 향상은 물론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총장
정무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총장

한국은 GDP로 보면 세계 10위권대의 경제대국이지만, 자살률, 빈곤율, 행복지수, 사회갈등지수 등 사회지표는 세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나친 경쟁과 사회적 양극화로 자살률 세계 1위의 오명을 갖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점차 사라진다.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의 1인당 GDP가 2 차 세계대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사람들이 그만큼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성장 중심의 경제가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지나친 소비로 환경문제는 심각해지고, 부의 집중으로 불평등의 정도가 악화되면서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복지국가를 표방하고 꾸준히 사회복지를 확대해온 나라의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을 북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성장-고용-복지의 순환 고리가 단절된 지점에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고실업 문제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결과로 국민의 일부는 높은 삶의 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다수 소외계층이 극도의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난과 함께 지금과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외계층의 인간존엄성 훼손과 함께 사회적 분노가 고조되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

민간복지 필요성과 기업의 역할

경제성장의 후유증으로 발생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복지국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우리도 갈등을 봉합하고 사회통합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서구의 사례를 보면 국민의 세금을 통해 공공재원을 확보하여 복지를 실현하는 전통적인 복지국가들도 있고, 기업이나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복지를 활성화시켜 부족한 공공복지를 보완한 나라들도 있다.

한국은 현시점에서 북유럽의 공공재정 중심의 복지국가 모델을 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포용적 복지를 강조하며 복지예산을 크게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기간에 복지재정을 상위권 국가 수준으로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가로부터의 복지혜택을 적게 받는 대신에 세금도 적게 내는 관행이 굳어 왔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일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일을 통해 나와 가족에게 필요한 복지를 충족할 수 있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성장이 멈춘 시점에 스스로 책임지는 복지 모델도 작동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대 복지국가에서 국민의 복지를 보장하는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 대부분의 선진 사회에서 복지부문은 정부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전국민이 복지의 대상자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사회제도이다.

공공복지 확대를 강조하는 현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우리나라도 정부 예산 중 복지부문 예산이 가장 큰 구조를 갖게 되었다. 한국의 사회보장 기본틀은 경제성장에 맞추어 비교적 단기간에 기반을 구축했지만 정부의 복지시책만으로는 현대사회의 복잡한 사회구조와 새로운 환경 속에서 파생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정서적 문제와 그들의 가족관계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문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민간 사회복지체계를 통해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공공복지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많은 사회복지활동이 민간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역 공동체의 원조망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반영하여 정부도 커뮤니티케어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성패는 지역의 민간자원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민간자원으로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사회공헌 추세

사회통합을 통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여러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윤만을 추구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윤리경영과 함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 그 자체가 하나의 홍보가 되고, 기업의 사회적 존재의미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역량을 통해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소통 과정에서 얻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친소비자적인 제품출시에 대한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즉, 기업사회공헌활동은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 할 뿐만 아니라 기업도 이미지를 개선하고,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사회공헌활동은 주로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일환으로 수행되다가 다양한 형태로 분화 발전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됐는데, 초기에는 주로 자선적 기부에 초점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자원봉사와 프로보노 등을 통해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강조하고 있다. 기부영역도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환경, 문화, 사회적기업 창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서 최근에는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사회적 책무의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사회적 책임(CSR) 모델에서 공유가치창출(CSV) 모델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가치사슬(value chain)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직접사업을 강화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논란이 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비영리조직(NPO: Non-profit Organization)의 생태계를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즉,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가 되기보다는 팀을 구축해주고 그들이 잘 뛸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과 NPO의 협력적 파트너십이 활성화되고, 사회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업은 NPO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NPO는 기업의 경영논리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기업과 NPO 간의 소통이 안되고 성과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중간에서 조정해주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은 이러한 매개역할을 하는 조직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중간조직은 NPO의 경영지원과 컨설팅, 인적자원 육성 등을 담당하면서, 기업의 자원과 기술을 NPO와 연계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만 해도 다양한 중간지원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사회공헌센터’는 독보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사회공헌 인정제 의의와 과제

기업들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촉진시키거나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중간조직의 활동이 미흡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시행된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는 시의적으로 매우 적절하고 의미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 및 기관의 사회공헌활동을 인정하는 제도로 사회공헌조직 및 지원체계 구축, 지역사회네트워크 구축과 파트너십 성과 등을 엄격히 심사하여 인정해줌으로써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촉진시키고 바람직한 활동 모델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보건복지부)와 민간(한국사회복지협의회)이 함께 함으로써 공신력을 확보했고,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과정을 통해 선정되는 절차도 신뢰를 주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꾸준한 지역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기업에 ‘인정마크 C엠블럼’을 수여하는 접근은 기업사회공헌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지속성을 강조한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는 앞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공헌 우수기업의 모범사례를 발굴·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사회서비스 질적 향상은 물론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공헌 인정제도는 미국, 영국, 일본, 홍콩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는 시작은 늦었지만 한국 기업문화와 지역사회 정서 및 복지정책 수준에 맞는 제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사회공헌 인정제’의 경우 수상 대상은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1년 이상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기업 및 공공기관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법인단체도 모두 포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ISO26000에서도 사회적 책임(SR)지침을 만들 때, CSR 대신 SR 가이드라인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회공헌활동이 기업만의 책임이 아니고 병원, 대학,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 모든 조직의 보편적인 활동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인정제가 이러한 점을 반영한 것은 시대적 추세를 잘 반영한 것이어서 바람직하며, 앞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많은 조직들이 인정제에 참여하고 수상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심사과정의 공정성과 엄격성이 지켜져야 한다. 첫해의 경우 1차 심사에서는 지역 비영리단체 추천에 따른 서류심사 및 현지실사를 하고, 2차 심사에서는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공헌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정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정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첫 번째 시도인 만큼 엄정한 과정을 거쳐 선정된 기업 및 단체들에 대해서는 잡음 없이 누구나 인정할만한 조직들이 선정되었다는 평가이다. 앞으로도 엄정하고 투명한 선정과정을 통해 ‘지역사회공헌 인정제’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인정을 받은 기업들이 실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문하는 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서 인정을 받은 기업들이 실제적인 혜택이 주어지도록 인정제도의 권위가 유지되어야 한다. 현재는 인정기업에 1년간 C마크 엠블럼을 회사 홍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또 매년 인정심사에 참여해 5년, 10년, 15년 단위로 인정을 받은 기업은 연속 인정마크 사용 권한도 주어진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에서는 대출보증 심사 시 평가우대뿐 아니라 매출채권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데 사회적 기업 같은 소기업 등에는 큰 혜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인정기업 경영 컨설팅 비용 및 기업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실시하는 ‘지역사회공헌 인정제’가 나름 상당한 준비를 통해 안정되게 출범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이 제도가 사회공헌을 활성화시키고, 지역공동체 도모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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