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돌봄 수준 개선하고 약물남용 관리체계 구축할 것

지난 2017년 9월 남호주에 위치한 오크던(Oakden)요양원은 입원노인에 대한 상습적인 학대와 방치로 강제 폐원됐다.

이 요양원에 치매로 입원한 한 노인의 사인을 조사하던 중 사망 전 몸에 원인불명의 멍이 있었고, 처방전보다 10배가 넘는 약물이 투입된 사실이 가족들에 의해 밝혀지면서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호주 내 노인거주요양시설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중과 정부의 관심사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노인요양시설 특별위원회를 구성, 조사에 착수했고 2019년 11월 그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간보고서를 기반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홈케어패키지제도 운영 실태

호주의 노인요양제도는 크게 네 가지로 자택에서 돌봄을 받는 서비스와 요양시설에 입원하여 돌봄을 받는 서비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단기적으로 입원하여 돌봄을 받는 서비스로 나눠진다.

△초기가정요양서비스로 사회활동지원, 이동지원, 가사일보조, 개인위생지원을 하는 ‘연방정부 가정지원프로그램’ △집에서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필요한 돌봄 수준에 따라 1∼4단계로 나누어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케어패키지’ △자택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노인이 시설에 입원해 돌봄을 받는 ‘거주요양시설’ △단기요양, 다목적서비스프로그램, 혁신적인 요양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동적요양’이 있다.

이 중 홈케어패키지(Home Care Package)는 가능한 오랫동안 자택에서 삶을 영위하고 싶은 노인의 욕구를 총족시키기 위한 방문요양서비스 제도다. 평상시 생활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돌봄의 수준(1단계에서 4단계)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1단계의 기본적 돌봄을 신청한 경우 평균적으로 3∼6개월을 기다려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중증의 돌봄이 필요한 4단계 신청자의 경우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돌봄이 가장 절실한 사람의 대기기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기 중 사망하는 사람도 많은데, 2018년 6월 기준 홈케어패키지를 1년 이상 기다리던 사람 중 1만6000명이 서비스를 받기 전 사망했고, 약12만명의 신청자 중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9만1847명에 불과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이 강하게 제기됐다. 게다가 보건부는 홈케어패키지 신청서가 처리되는 과정이나 대기기간 등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신청자에게 신청서의 진행과정을 알려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요양시스템

주택에서 생활하던 노인이 요양시설에 입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일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주로 건강이 급작스럽게 악화되거나 더 이상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요양시설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실정에서 적절한 요양시설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노인의 욕구에 맞는 요양시설을 선택하기보다, 긴 대기기간으로 인해 입원이 가능한 곳이 생길 때 자신에 맞는 조건이 아니더라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입원하는 실정이다.

노인 대부분은 요양시설에 입원할 때 자율성과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가족들 또한 가정 내에서 더 이상 가족을 지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을 가지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요양시설의 서비스 제공수준이 매우 열악하거나 법적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보고된 사례들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

온라인을 통해 특별위원회에 보고된 요양시설에서 행해지는 문제점을 보면 △상처의 부적절한 예방과 관리로 인해 패혈증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 △부적절한 배변관리(화장실 사용이 장려되지 않거나 제한된 수의 배변 패드 사용으로 많은 노인들이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상태에서 용변을 보는 수치스러움을 경험) △수준 이하의 음식과 구강건강을 묵시함으로써 생긴 영양실조와 치과질환과 통증 그리고 2차 질환 발생 △시설 직원 및 거주자에 의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력 △노인의 안전 또는 안녕을 위해서가 아닌 관리를 수월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빈번하게 행해지는 신체적 통제 △공공연히 행해지는 과잉처방 △임종을 앞둔 노인을 위한 적절한 통증완화 돌봄이 제공되지 않아 노인 및 가족의 고통 경험 등이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실태가 노인요양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노인의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임상전문가들은 요양시설 내 취약한 서비스에 대해 여러 통계를 제시했는데 호주영양사협회에서는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적게는 22% 많게는 50%가 영양실조상태라고 했다.

보건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노쇠한 노인중 3분의 1 이상이 욕창을 가지고 있고, 2017년과 2018년 사이 신체적 폭행 및 성폭행으로 보고된 사례는 4000여 건에 이른다. 정신건강면에서도 그 취약성이 보고됐는데 시설거주노인 중 61%가 정기적으로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이 중 41%는 항우울제, 22%는 항정신병제, 22%는 항불안제를 복용한다고 했다.

모나시 대학 약물사용 안전센터의 자넷 연구원은 요양시설로 입원하는 과정에서 입원한 노인의 항정신성약물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에 주목했다. 자넷은 자택에서 거주하던 노인이 요양시설로 입원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많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경험할 수 있고 치매 등의 질병으로 인해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나, 입원 후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항정신성약물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높은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항정신성약물이 입원한 노인을 신체적으로 규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지에 대한 정확한 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약물의 사용량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타즈매니아 대학의 브린 교수가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의들이 항정신성약물이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적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약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요양시설 직원들은 약물을 줄이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약물을 줄일 경우 노인들의 치매증상인 이상 행동이 악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브린 교수는 요양시설 직원들은 약물이 노인들을 진정시키고 위안을 주기 때문에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믿고 있으며, 간호사들은 노인의 추락사고, 졸림 또는 신체활동을 느리게 하는 것이 약물의 부작용이라는 인식보다 그들이 연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종사자 교육 강화해야

특별위원회는 요양시설 내 노인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일대일로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 점을 서비스 질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했다. 2016년 노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방 및 외곽지역 노인요양서비스 종사자가 수요에 비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양시설의 3분의 2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업무에 적합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기 어렵고, 채용과정 또한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반의들 또한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환자를 진찰해야 하는 현실에서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 심리적 증상을 개별적으로 사정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요양시설 직원들로부터 보고되는 환자행동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시설의 많은 종사자들이 치매로 인해 발생하는 행동의 변화와 심리적 증상을 안전하고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한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열악한 질의 돌봄과 노인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사용의 원인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치매와 관련된 행동적, 심리적 증상을 이해하여 안전하고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훈련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규제가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교육도 포함되어야겠다.

치매환자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더 이상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돌봄제공자는 이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치통이 있거나 복통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겪는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제로 의자에 앉혀지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고통은 더욱 커지고 감정적이 될 수 있다.

돌봄제공자들이 치매환자가 가지는 신체적, 정서적 증상에 효과적으로 응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 노력 필요

보고서는 2018년 6월말을 기준으로 노인요양시설에 입원해 있는 65세 미만의 장애를 가진 환자는 모두 6045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매주 42명의 노인이 아닌 사람들이 노인요양시설에 입원한다고 했다. 이들은 주로 장애를 갖고 있거나, 말기환자로 통증완화돌봄이 필요하거나, 조기치매증상을 겪고 있거나,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숙인 그리고 호주원주민들이다. 이러한 실정은 재활서비스, 공공주택 및 통증완화치료를 제공하는 시설이 부족하고 노인이 아닌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부족하여 노인요양시설로 입원할 수밖에 없게 하는 구조적 문제로부터 발생된다.

노인들은 요양시설에 입원하기 전 이미 지역사회에서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경우가 많다. 그들의 욕구나 필요한 돌봄의 종류는 그들보다 연령이 어린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 노인요양시설은 주로 이러한 특성에 부합하는 돌봄을 위해 운영되는 기관이다.

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아닌 젊은 사람들은 요양시설에서 제공되는 돌봄의 범위와 질이 이들의 복합적인 욕구를 만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했고, 노인요양시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들은 사회적 고립, 기능의 상실, 절망감과 비탄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근거로 보고서에서는 노인요양시설에 입원해있는 65세미만의 사람들을 45세 미만과 그 이상의 그룹으로 나누어 나이와 욕구에 적절한 주거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캇 모리슨 호주총리는 특별위원회 중간보고서 결과에 대한 대책으로 홈케어패키지를 확대하고, 약물처방으로 행해지는 시설입원노인의 신체적 규제를 감소시키고, 노인요양시설에 입원한 젊은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원하기 위해 5억3700만 호주달러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리는 간호사들을 위한 치매교육을 실시하고, 향상된 약물관리체계를 구축하며, 돌봄이 절실한 노인을 위해 3, 4단계의 홈케어패키지를 1만개 추가하겠다고 했다. 추가된 홈케어패키지는 대기 중에 있는 약12만명에게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노인요양시설제도의 실패는 호주사회가 가지고 있는 노인에 대한 무시와 냉대, 차별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정부는 노인요양제도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노력 또한 동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 동안 보다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실태조사를 통해 더 많은 제언을 이끌어내고 제도 변화를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최종보고서를 준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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