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건강-일상생활-관계형성’ 지원하는 지역환경 만들어야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통합돌봄의 대상은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인, 노숙인이지만 현재 노숙인 분야는 지자체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선도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숙인의 재활과 자립기반 조성, 나아가 사회복귀와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11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커뮤니티케어 추진에 따른 노숙인 분야 변화와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2019 노숙인복지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이현준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노숙인 분야는 다른 사회복지분야와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하며 분절적 서비스로 인해 재활과 자립기반 조성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커뮤니티케어가 도입된다면 많은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노숙인 분야 커뮤니티케어 도입을 위해서는 노숙인복지법 정비, 노숙인시설 유형 및 역할 재정립, 중앙노숙인종합지원센터 설립을 통한 전달체계 개선 등 관련 현안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노숙인지원시설 개선·전환 작업 병행돼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도와 사람 연구소 하지선·우아영 박사가 ‘노숙인 등 지원 실무자들과 당사자들의 인식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케어 발전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노숙인 당사자들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경제적 상태 △불안정하고 열악한 주거의 지속과 반복 △가족관계 및 도움 요청할 곳의 부재 등 지지자원 부족 △만성질환과 정신질환 △자력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환경 등을 삶의 어려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시설 생활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실무자와 동료와의 관계’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노숙인 지원시설을 선택했다. 다만, ‘시설 내 규칙이 불편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생활시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시설을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노숙 당사자들이 바라는 삶의 양태와 필요로 하는 지원은 △자립 희망 △주거지원 △고용지원 및 소득보조 서비스 △의료지원 △친구와 동료와의 관계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방향성으로 실무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지역주민의 인식개선, 지역사회자원 확인·조정 등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준비가 선행돼야 하며 △다양한 주거형태 또는 서비스 통합지원이 가능한 주거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지역사회와 정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시설과 지역사회 간 세밀하고 세심한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영 박사는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노숙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공공정책의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주거안정을 기반으로 ‘고용-건강-일상생활-관계형성’의 통합적 지원이 가능한 지역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분야의 지배적인 시설보호중심담론, 자활·자립담론이 아닌 공동체적 삶의 담론, 노숙 당사자의 상황과 욕구에 부응하는 정책 등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지역사회에 의한 커뮤니티케어의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박사는 “커뮤니티케어 체계 구축은 지역에서의 삶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측면과 함께 기존 노숙인 지원 생활시설의 개선 및 전환 작업을 포함한다”며 “생활시설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하고 현재의 시설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 및 전환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심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지역사회 복귀 적응훈련하는 ‘중간의집’ 필요

강민수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팀장은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실현을 위해서는 주택으로의 입주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며 “높은 보증금, 법률과 지침의 사각지대, 접근하기 힘든 물리적 구조, 장기간의 심사·대기기간 등으로 주택 입주가 늦어질 경우 거리노숙은 장기화되고 노숙이 장기화될수록 알코올 중독, 신체·정신질환의 악화 등으로 인해 노숙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숙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노인 등 영역별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며 “노숙인 시설에 살던 장애인이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노숙인 시설에서 나와 다시 장애인 시설에 입소하는 희극은 없어야 하며, 미등록 장애인·영구적인 장애가 아니라는 이유로 몸이 아픈데 무장애 설계 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팀장은 이 외에도 △쪽방, 고시원 등 비적정주거를 위한 커뮤니티케어를 고민하고 △고용은 소득과 자존감으로 연결되므로 노동권을 보장해야 하며 △현장으로 찾아가는 공공의료서비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동 은혜의집 부원장은 “노숙인시설에 대상자가 이용 단계까지 올 경우 가족 및 지역사회와의 단절 상태가 심각하다”며 “요양, 재활시설 입소자는 주변인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집중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노숙인 시설의 역할과 기능을 입소에서 사회복귀 한 후 사례관리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모델로 구축해야 하며 노숙인시설 이용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노력으로 중간의집처럼 일정시간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적응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전달체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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