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부터 참여 가능한 가족봉사 프로그램 필요…사회적 인정·지원 확대해야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근대적 의미의 우리나라 자원봉사 역사는 사회복지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해외원조단체에 의한 복지서비스 태동부터 자원봉사활동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종교적 색채가 짙은 자선적 성격의 사회복지자원봉사는, 당시 부족했던 공적 복지서비스를 보완하고 대체하는 기능이 주를 이루었다.

이후 새마을운동과 같이 국민운동 성격의 봉사활동을 통해 복지서비스가 전달되기도 하였으며,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시민사회의 영역에서도 사회복지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특히 1995년 중고등학교 종합생활기록부의 봉사활동시간 기록 및 대학교의 봉사활동 점수화 등이 제도화되면서 학습형 사회복지서비스 영역도 활발해졌다.

2005년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은 다수의 사회복지영역의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환경, 문화, 안전, 사회적 경제 등 사회 제반분야에서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0년 이후 봉사자 정체…인구 대비 20%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은 공공서비스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다양한 우리사회의 문제해결에 대한 역부족을 채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즉, 한정된 정부의 재원과 인력으로 충족될 수 없는 제반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자원봉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된 것이다.

또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공통된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성숙한 시민사회의 핵심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응집력과 지역사회 공동체의식을 조성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개인은 사회적 협력과 이타성 등의 덕성을 함양하면서 민과 관이 동반자적 관계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사회내 사회복지영역에서 물적·인적자원의 체계적 관리와 연계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은 시범적이며, 융통성이 있고, 전문적이라는 데 의의를 가질 수 있었다.

즉, 국가의 복지활동은 법에 의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융통성이 적고,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반면, 자원봉사활동은 수혜대상자의 요구에 따른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공한다거나, 새로운 전달체계를 시도하는 등 시범적인 사업을 시도하기에 훨씬 용이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의 복지정책이 법과 행정에 의해 관료적인 복지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데 반해 민간에 의한 자원봉사활동은 전문적인 서비스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은 현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자원봉사자의 감소 혹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증가세를 보이던 봉사활동 참여 인구수가 2010년 이후 전체 인구 대비 20%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의 대상 및 활동 영역이 일자리 형태인 사회서비스 분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며, 마을공동체사업 및 시민참여 등의 영역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사회복지자원봉사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었던 비대가성 혹은 무보수성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 대해 지급하는 낮은 급료나 혹은 아르바이트를 포장하는 용어로 자원봉사라는 개념을 혼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봉사활동의 지속성을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목적으로 변질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으로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자원봉사활동이 일자리 영역과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사회복지자원봉사자들이 대가가 지급되는 일감에 쏠림현상을 가져오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VMS나 포털 1365 등으로 봉사시간 실적이 전산화되면서, 봉사실적이 입력되는 사회복지 봉사활동에 자원봉사자들이 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자원봉사활동시간 누적시스템을 갖고 있는 국가로 급기야 부정실적 등록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넷째, 과거와는 다른 영역의 다양한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의 사회복지봉사서비스는 대상자의 결핍 욕구를 채워주는 서비스로, 현재 그 영역은 사회서비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에, 복지 대상자의 욕구 틈새 혹은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 행정 지원체계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많은 정부 부처에서 사회복지 관련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중앙단위의 지원조직이 분리 혼돈되어 있으므로, 민간중심의 법정기구인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및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이를 총괄할 필요가 있다.

초고령화사회 등 미래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향후 미래사회의 환경 변화는 사회복지자원봉사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사회의 자원봉사 핵심역량을 준비하는 것은 앞으로 사회복지자원봉사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과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사회의 환경 변화로는 첫째 초고령화사회를 들 수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2030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4.3%로, G20 회원국 중 4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빈곤한노인, 외로운 노인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면서도 반면, 건강한 노인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은 노노케어, 1+1상품 나눔서비스, 대인휴먼서비스 봉사일감 등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가족구조가 다양화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즉, 열악한 주거환경의 1인 가족, 고립된 가족이 증가할 것이며, 다양한 가족형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은 사회적 가족(제2의 가족맺기)의 개념을 도입하고, 가족기능 대행 봉사서비스, 공유 주거지원 봉사프로그램,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 등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미래사회는 더 광범위한 다문화사회 혹은 글로벌사회로 변화되어 다문화 수용성 향상 및 한국문화의 전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자원봉사 영역에서는 다문화 대상국가에 대한 존중, 글로벌시티즌십 육성, 다문화국가의 문화이해, 한국어 및 한국문화 제공 봉사서비스 등이 요구될 것이므로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넷째, 4차 산업혁명으로 첨단사회가 될 것이다. 이것은 대인관계 축소 및 인간성 상실의 사회를 의미하며, 소득 불평등의 심화 및 정보소외에 의한 세대갈등의 심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복지봉사활동으로는 감성형 대인서비스, 공동체의식 강화 봉사일감, 소통형 문화행사 및 세대통합 프로그램, 온라인 휴먼서비스, 말벗 로봇, 위기대응센서 등 사물인터넷과 복지연결의 자원봉사서비스 등이 강조될 것이다.

다섯째, 향후 미래는 고용 없는 성장의 사회가 될 것이다. 사회서비스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사회적 기업이 확대되면서 자원봉사자 참여자 수의 정체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틈새 사회서비스 봉사일감 개발과 사회적 기업의 사회공헌 일감 개발, 자원봉사 참여율 증가를 위한 노력이 사회복지분야에서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글로벌 환경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환경보호 자원봉사활동과 연계되고, 지구보호의 어젠다, 지속가능한 사회개발, 다양한 지구보호 사회공헌일감, 국제적인 환경보호활동 프로그램, 미래환경까지 고민하는 지구촌 나눔활동이 복지영역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곱째, 저개발국가에 대한 해외원조 영역에도 사회복지 봉사활동이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수혜국가의 복지욕구에 맞는 ODA 요청 등이 많아질 것이므로, 전문가 집단의 퇴직인력을 활용한 전문사회복지자원봉사 프로그램, 다양한 부처 및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해외 사회복지 봉사프로그램의 풀(Pool) 마련 등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SNS 발달이 가속화되는 사회가 될것이다. 비대면 SNS 시장의 발전, 가짜정보 및 뉴스의 양산, 악플 및 비방 댓글이 온라인상에서 양산되는 시대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패트롤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 선플달기 운동, 온라인 상담활동, 온라인 나눔 봉사활동에 대한 자원봉사자 확보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틈새 봉사활동 영역 개발 및 수혜대상 확대 필요

현재 우리 사회복지자원봉사 생태계가 안고 있는 문제와 미래사회를 대비한 사회복지자원봉사 핵심역량을 토대로 앞으로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틈새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의 영역 개발과 자원봉사자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새로운 자원봉사 수혜자 및 수혜대상 확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원봉사자 개발 및 전문성·자질 향상, 자원봉사 수요처 개발, 계층별·기능별·대상별로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등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원봉사는 평생 동안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린아이부터 시작하여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한다면 사회 발전과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봉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유아기부터 가족과 함께 자원봉사에 참여함으로써 자원봉사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 청소년, 대학생, 성인, 노인의 특성에 맞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성취감과 사회 기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기쁨과 보람을 갖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 형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에 앞장서는 봉사활동을 들 수 있다.

공공서비스는 아무리 잘 채워져도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에게는 공적 복지서비스와 아울러 정기적인 이웃의 보살핌과 따뜻한 챙김이 중요하다. 직접 방문하고 확인하며 희망의 온기를 나누는 오프라인 봉사활동과 아울러 문자나 동영상 등으로 희망을 나누는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희망의 나눔정신과 공동체의식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주민발굴은 이웃과 주민센터로부터 긴급지원과 도움을 받게 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그래서 생명과 희망을 지속적으로 갖게 하는 역할을 갖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나누는 손길, 복지 확대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이 자원봉사자의 중요한 의무가 되는 것이다.

봉사자 질 향상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기관 갖춰야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을 체계화 및 의무화해야 한다. 자원봉사자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기초교육, 보수교육, 전문교육 등 세분화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적인 교육기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국민적 차원에서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나눔과 자원봉사교육을 실시하여 사회복지봉사활동의 생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자원봉사자는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기능을 보완하고 대체하는 기능을 하게 되기 때문에 단순한 복지인력으로 생각하는 것은 봉사자들의 애정과 열정을 소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기발견을 하며 자신의 성장을 가져오는 성숙의 과정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또한 자원봉사활동의 사회적 보상체계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자원봉사자를 참여시키고, 봉사자에 대한 권익보호, 인정과 보상 및 인센티브제공, 소속감, 보람, 긍지,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봉사활동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며, 자발적인 행동이므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자원봉사자들을 지속적으로 봉사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인정과 보상이 자원봉사자들이 봉사의 경험에서 만족을 얻고 자원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질적 보상이나 단순 시간 누적의 보상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자원봉사자의 참여 동기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 우선되어야 하고, 봉사자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감사를 국민들이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보상은 봉사자들에게 열정과 지속성을 더하여 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사회복지자원봉사활동의 활성화는 단순히 수혜대상자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양적 혹은 질적인 향상뿐만 아니라 봉사자들에게도 중요한 삶의 의미를 부여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축하는 철학적 기본을 지역사회에 조성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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