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활동가와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 이룰 것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모든 것이 행복해!’

2012년 8월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하며 자원봉사 일지에 썼던 봉사후기다. 이 한 줄이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는 이날 이후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장애라는 이름 아래 판정을 받지만 개인의 다양한 특성은 일관되게 나누어 파악할 수 없다. 직접 만나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활동하며 파악해 나가는 과정의 즐거움이 있었다. 한 분 한 분을 상담하고 관찰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고 세심한 일이지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행동을 여러 번 시도하며 실천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소중함과 성취감을 얻는 것도 행복했다.

이에 장애인들의 권익을 옹호하며 그들이 해내고 싶은 일을 함께 해나가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다. 이 깨달음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마음은 더 커지고 현재 꿈을 이루어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직 사회복지사 경력 3호봉, 만 3년이 되지 않은 내가 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현장에 나가면 3호봉 사회복지사는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가는 시기,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시기, 새롭게 접근하고 다가오는 사회복지사업과 당사자들이 소중한 시기이다. 때문에 신나서 달려 나가기도 하고, 거침없이 달려 나가다 어려움을 마주해 주위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감사한 시기이다.

“의논하고 소통하고 나누며”

지난해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이직해 두 번째 장애인복지 업무를 시작했다. 지지해주는 팀 안에서 사례관리, 보장구수리센터, 자원봉사사업 등을 담당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이 중 신입복지사로서 가장 큰 애정을 담아 고민해 온 사업은 지역사회와 장애의 장벽을 허물고 함께 살아가는 ‘마포장애인주민활동가’이다.

사업을 맡게 됐을 때 만난 주민활동가의 첫 마디는 “반갑습니다. 오래 같이 하실 거죠?”였다. 잦은 담당자 변경으로 신뢰가 부족했고, ‘함께 활동하고자 모였지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고민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에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커지는 하루하루였다. 열의를 가지고 지역조직화를 위한 타 기관 사업을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회의에 가져가 미지근한 반응에 상처도 받고 ‘이렇게 열심히 조사해왔는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이 의견이 별로인가?’라는 마음에 걱정 근심이 많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매월 진행되는 슈퍼비전 시간,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했다. 팀장님은 관계와 방향성의 어려움에 대해 조언해주고, 긍정적 지지와 함께 나의 어려움을 매만져 줬다. ‘충분히 어려울 수 있다. 솔직히 표현해줘서 고맙고 함께 고민해보자. 이 사업은 사회복지사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닌 주민활동가 스스로가 주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질타가 아닌 공감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후 ‘내 의견보다는 주민활동가 당사자 마음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고 공감해보자’는 마음으로 손 편지를 써내려갔다.

마포장애인주민활동가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고 참여하시고 계시나요?

사회복지라는 학문에서 마포장애인주민활동가 같은 활동을 ‘주민조직화’라고 합니다. 조직화사업은 우리 동네 마포구를 ‘약자가 살만한 지역사회’, ‘약자와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정붙이고 살만한 지역사회’로 만들기 위한 과정, 모임을 만들어 그 속에서 서로 이웃이 되게 하고 인정이 넘치게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함께 그러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복지관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동네를 즐겁게 함께 살아가는 동네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에 참여해주세요. 한 마디라도 거들어 주고, 동료활동가에게 수고한다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사인 저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삶을 여러분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소한 것조차 직접 결정하고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제가 앞으로 여러분의 삶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 이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사가 해주던 모든 것을 여러분이 직접 누리게 하는 방식이 낯설고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분 한 분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이런 제 가치를 담아 예와 성으로 바르게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역사회 힘으로 ‘복지’를 이루어가자

글을 읽으며 이 같은 마음가짐과 태도로 주민활동가의 의견을 듣기를 원하고 이를 같이 반영해 사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주민활동가들은 “우리 동네를 진심으로 위해주어 고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무엇이든 해봅시다”라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때의 그 말 한마디에 나의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았고, 지친 마음 속 원동력이 되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구실삼아 실천현장에서 열정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사회복지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지역주민과 함께 행복하기 위한 것이다. 가능한 지역사회가 지역사회의 힘으로 복지를 이루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나는 ‘사회복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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