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어르신 고독감 해소 프로젝트 ‘우리동네 야채충전소’

고양시일산노인종합복지관은 경로당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어르신들이 고독감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텃밭활동인 ‘우리동네 야채충전소’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대표적인 도농복합지역이다.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사리현동의 경로당 2곳은 신도시에서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 어르신들은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경로당에서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농촌지역에서 도시화된 지역 특성상 대부분 노인세대와 외부에서 유입된 세대로 구성돼 있어 이웃 간 교류도 단절된 상태였다.

이에 고양시일산노인종합복지관은 어르신들이 여가활동을 하면서 지역 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대부분의 어르신이 젊은 시절 농사를 지어 농업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점을 이용해 고연령 노인에게 친숙한 텃밭활동을 기획하게 됐고, 2016년 4월 경로당 앞 화단에 텃밭을 만들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나눔장터 수익금으로 초등학교에 장학금 전달

첫해에는 여가활동을 통한 고독감 감소를 목적으로 경로당 1개소 회원 15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텃밭에 배추와 무를 가꾸고 직접 김장을 해 경로당 인근 어린이집에 김장김치를 전달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노인역량강화를 목적으로 경로당 2개소 회원 30명이 주체가 되어 텃밭을 가꾸고, 단지 내에서 나눔장터와 김장행사를 진행했다. 수익금 약 20만원이 발생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간식을 후원했다.

2018년에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나눔장터를 확대·운영해 지역주민 약 60명이 함께 참여했다.

나눔장터 수익금 50만원은 경로당 인근 초등학교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4차년도인 올해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나눔 문화 확산에 목적을 두고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어르신들의 생각과 삶이 변했다는 점이다. 경로당에서 TV를 보거나 짜여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익숙했던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작물을 키우고 작물을 활용해 어떻게 장터를 운영할지 의견을 제시하면서 점차 적극적으로 변해갔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농사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야채를 키우고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우리가 키운 야채로 장터를 진행하고 우리가 만든 음식을 주민들이 맛있게 먹으며 칭찬해줄 때마다 행복한 기분이든다’, ‘장터를 준비할 때는 몸이 고되고 힘들지만 후원금을 모아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실제 프로그램 참여자를 대상으로 ‘노인 고독감 사전·사후 척도’를 분석한 결과 개인 고독감이 사전 대비 평점 0.9점이 하락해 텃밭활동을 통한 여가문화 조성과 지역주민과의 교류로 고독감이 일정부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장행사 및 나눔장터 운영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에 후원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의 주체성을 높이고 역량 강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설 것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크게 달라졌다. 단지 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많은 주민의 참여가 필요했지만 초기 나눔장터 홍보 과정에서 주민들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경로당 어르신들이 장터를 연다고? 그게 가능한가?’하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이후 어르신들이 직접 작물을 키우고 장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힘없고 나약한 노인 이미지에서 나눔을 선도하는 선배시민으로의 긍정적 인식변화를 가져와 현재는 열린 태도로 경로당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나눔장터에 참여한 한 지역주민은 “어르신들은 도움만 받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경로당 어르신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이런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것에 감동 받았다”며 “행사에 동참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관리사무소 소장도 “워낙 개인주의가 심하고 단지에 관심 없는 주민이 대다수여서 행사는커녕 모임도 힘들었는데 경로당이 주최가 되어 주민을 참여하게 만들고 나눔이라는 동질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며 “어르신들이 비록 신체는 약할지라도 내면의 강함이 이런 큰일이 이뤄낼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우리동네 야채충전소’는 올해 11월까지 텃밭 작물을 키워 수확하고 결실을 맺은 작물들로 더욱 풍성한 나눔장터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경로당과 연계돼 있는 지역아동센터 및 초등학교와 다양한 방법으로 교류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혜진 사회복지사는 “앞으로도 경로당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교류해 노인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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