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사회혁신의 중심지로 떠올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한양대학교-SSIR이 사회공헌 혁신스쿨 글로벌 모델 개발 등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서상목 회장(왼쪽 세 번째), SSIR 편집장 Eric Nee(왼쪽 두 번째), 발행인 Michael Voss(왼쪽 네 번째), 신현상 교수(오른쪽 두 번째), 우용호 소장(오른쪽 끝) 등이 8월 26일 미국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한양대학교-SSIR이 사회공헌 혁신스쿨 글로벌 모델 개발 등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서상목 회장(왼쪽 세 번째), SSIR 편집장 Eric Nee(왼쪽 두 번째), 발행인 Michael Voss(왼쪽 네 번째), 신현상 교수(오른쪽 두 번째), 우용호 소장(오른쪽 끝) 등이 8월 26일 미국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빅데이터, 초연결,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끈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의 산업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이 같은 기술혁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기술혁신과 동시에 사회혁신을 선도적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는 서상목 회장, 우용호 소장, 그리고 국내 사회혁신 비즈니스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신현상 한양대 교수와 함께 지난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현지를 다녀왔다.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SSIR·PACS

스탠퍼드 사회혁신리뷰, SSIR. 한양대가 한국어판을 발간하고 있다.
스탠퍼드 사회혁신리뷰, SSIR. 한양대가 한국어판을 발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사회혁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근거에는 바로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대인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탠퍼드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영대학에 사회혁신센터를 설립 운영해 왔을 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는 학술계간지인 ‘스탠퍼드 사회혁신리뷰(SSIR: Stanford Social Innovation Riview)’를 발간하고 있다. SSIR은 계간으로 발간되는 인쇄판을 비롯하여 온라인 기사, 컨퍼런스, 연 20여 회 이상의 웹비나(webina) 등을 통해 사회혁신을 통한 문제해결 솔루션을 공유한다. 인권, 임팩트투자, 비영리 비즈니스 모델 등을 주요 연구로 다룬다.

특히 이론과 실습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2011년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주창한 ‘컬렉티브임팩트(collective impact)’ 개념을 처음 소개한 곳도 바로 SSIR이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한양대가 SSIR 한국어판을 발간해 국내 독자들도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SSIR은 스탠퍼드 자선 및 시민사회센터(Stanford PACS: Center on Philanthropy and Civil Society)를 통해 발간된다.

PACS는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아이디어를 탐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연구센터다. 지난 2010년 기존 경영대학 중심의 사회혁신센터를 확대 개편했다. 법과대학 등 스탠퍼드대학교 내 5개 대학, 20개 부서를 네트워킹하여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SSIR 외에 CLCL(Civic Life of Cities Lab), DCSL(Digital Civil Society Lab), EPLI(Effectvie Philanthropy Learning Intiative), GIIL(Global Innovation For Impact Lab), LBF(Life Beyond The Farm), PDI(Project On Democracy And The Internet), PASCL(Polarizatio And Social Change Lab), RCAC(Recording Civic Action In China) 등 8개의 연구소가 운영된다. 학생 프로그램(Student Programs) 및 주니어 장학 포럼(Junior Scholars Forum)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처럼 PACS는 단순한 대학 내 소규모 연구소를 넘어 지역사회의 혁신을 도모할 뿐 아니라 글로벌 어젠다를 연구하고 학습을 전파하는 사회혁신의 본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혁신을 통한 교육혁명 ‘미네르바 스쿨’

미네르바 스쿨의 설립자인 벤 넬슨(왼쪽)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서상목 회장(오른쪽). 가운데는 이번 미국 방문 일정을 총괄했던 신현상 한양대 교수.
미네르바 스쿨의 설립자인 벤 넬슨(왼쪽)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서상목 회장(오른쪽). 가운데는 이번 미국 방문 일정을 총괄했던 신현상 한양대 교수.

스탠퍼드가 연구 중심의 사회혁신을 이끌고 있다면,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은 온라인 교육 혁명을 통해 사회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설립자 벤 넬슨(Ben Nelson)이 2012년 설립한 온라인 대학이다. 사진편집 프로그램 개발회사인 ‘스냅피시’로 거부가 된 벤 넬슨이 자신의 재산과 투자금을 모아 미국 대학 연합체인 KGI의 정식 승인을 얻어 학교를 세웠다. 2014년 29명의 학생으로 시작된 미네르바 스쿨은 이후 폭발적인 지원자 수로 인해 하버드대학의 합격률 4.6%보다 낮은 1.9%의 합격률로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서울, 런던, 베를린, 타이페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하이데바라드(인도)등 전 세계 7개 도시를 돌며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인터넷을 통한 라이브 강의와 현지 프로젝트를 통해 학습하는 특별한 방식을 따른다.

샌프란시스코 본부에서 시스템 개발자로부터 직접 소개받은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시스템은 기존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 온라인 강의 시스템의수준을 한참 뛰어 넘었다.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상호 작용하며 토론을 이어나가는 것은 기본이고, 각각의 소그룹 내 학생별 발언시간과 참여도가 실시간 모니터링되어 체크됐다. 수업 전에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영상 강의 시청과 독서 없이는 참여가 불가능한 구조다. 그만큼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야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한양대학교와 LG가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파트너십 사회혁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에 참가하는 LG임직원뿐만 아니라 강사인 신현상 교수도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할 정도로 호평이다. 샌프란시스코 본부에서 서상목 회장과도 만났던 벤 넬슨은 한 달 뒤인 9월말 한국 여러 기관에서 초청을 받아 한양대 워크숍 및 ‘세계지식포럼’ 등에서 강연했다.

지역사회 변화 이끄는 사회적기업 ‘낫포세일’

벳스톤 형제와의 만남은 동생 돈 벳스톤이 교수로 재직 중인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에서 이루어졌다. 형인 데이빗 벳스톤은 프로젝트를 위해 아이슬란드에 체류 중인 관계로 화상으로 연결돼 회의가 진행됐다.
벳스톤 형제와의 만남은 동생 돈 벳스톤이 교수로 재직 중인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에서 이루어졌다. 형인 데이빗 벳스톤은 프로젝트를 위해 아이슬란드에 체류 중인 관계로 화상으로 연결돼 회의가 진행됐다.

낫포세일(Not For Sale)은 지역사회에서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사회혁신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낫포세일은 데이빗 벳스톤(David Batstone)과 돈 벳스톤(Don Batstone)형제가 인신매매 방지를 목적으로 2007년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미국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네덜란드, 우간다,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 르완다, 모잠비크, 불가리아, 페루 등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자립형 사회사업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특히 각 분야 전문가 수십 명이 현장에 투입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분석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낫포세일은 ‘레블(Rebel)’ 등 여러 개의 브랜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레블 건강음료는 현재 연 300억원 매출을 올려 코카콜라 등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이 인수 의향을 밝혀올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다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 부러움을 살만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는 ‘체인지 유니버시티(Change University)’를 세워 교육, 보건, 환경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컬렉티브 임팩트’ FGS·‘아시아 혁신의 중심’ 아시아재단

세계적 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가 설립한 비영리컨설팅 회사 FSG(Foundation Strategy Group)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활동한다.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사회혁신 그룹인 FSG는 매년 컬렉티브 임팩트 포럼을 개최한다. 이 포럼의 전 세계 멤버는 2만5000명에 달한다. 올해 시카고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100명 이상의 연사들이 전 세계 전문가(Change-Maker) 800명 이상과 함께 사회혁신과 협력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내년도 포럼은 5월 6일부터 8일까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개최된다. 사회공헌센터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국내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를 전 세계 활동가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1954년 설립된 아시아 재단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혁신을 꾀하고 있는 비영리 국제개발 조직으로 현재 워싱턴 D.C.지부를 포함해 우리나라 등 18개 국가에 지부가 설치됐다. 방문 중 만난 데이빗 아놀드 회장(David D. Arnold)은 서상목 회장이 소개한 우리나라 푸드뱅크 모델의 몽골, 베트남 전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발상 전환 통해 사회혁신 가속화돼야

이번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회혁신 기관들을 차례로 방문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현대국가 발전과정에서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며 “경제와 사회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 ‘포용국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울경제 9.8일자 [백상논단]‘기술 사회혁신의 산실, 실리콘밸리의 교훈’ 참고).

서 회장은 그 세 가지로, 첫째 기술혁신과 마찬가지로 스탠퍼드대가 사회혁신의 산실이 되고 있다는 점, 둘째 실리콘밸리에는 이미 기술혁신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가 그룹이 다수 형성돼 있다는 점, 셋째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가에게 투자자금과 경영 노하우를 동시에 지원해 큰 성과를 이뤄왔다는 점을 들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정한 기준으로 선정된 벤처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그 결과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벤처기업이 기술혁신을 주도하지 못하고 사회적기업이 사회혁신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인 역할을 하고 지원대상도 기업에서 기업가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양대학교, SSIR은 이번 교류를 계기로 글로벌 사회공헌 포럼을 공동개최, 사회공헌 혁신스쿨 글로벌 모델 개발 등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3개 기관은 오는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한양대학교에서 공동으로 ‘2019 글로벌 임팩트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글로벌 임팩트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도 이제 스탠퍼드식 사회혁신을 통한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공감대 형성과 다자간 협력의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 간 사회공헌 협력을 통한 선진복지한국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