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구속 리스크 판단 위한 전문가 양성 필요

‘노인학대 예방 및 권리옹호’를 위한 국제포럼이 9월 9~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노인학대 예방 및 권리옹호’를 위한 국제포럼이 9월 9~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고령사회를 맞아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노인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9 월 9∼10일 이틀 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노인학대 예방 및 권리옹호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 조문기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한·일 노인학대 현황 및 대응체계’를 비교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 교수는 “노인에 대한 부양의식이 가족 부양에서 사회적 부양으로 변화되면서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제도를, 한국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만들어 가족부양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노인 학대문제는 노인복지법과 노인부양을 위한 개호보험, 장기요양보험제도 틀의 변화에 따라 각각의 대응에 있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일본, 2000년부터 신체구속제로 운동 시행

이날 조 교수는 양국 노인 주거복지시설인 노인요양원의 신체구속을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은 노인학대예방에 대한 특별 법률 없이 노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노인학대를 정의하고 신고의무자, 피해학대노인쉼터,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 등을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 장관령에 의해 명시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노인복지법령을 기반으로 2005년부터 고령자학대방지, 고령자 권리옹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2004년 노인보호전문기관을 노인복지시설로 추가하면서 노인학대 담당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고,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제도를 시행하면서 보험자인 지자체가 학대 판정 및 정책 담당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조 교수는 “학대유형을 보면 한국은 정서적 학대가, 일본은 신체적 학대가 가장 많다”며 “한국과 동일하게 일본에서도 중복·지속적 학대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요양원에서의 학대가 증가하면서 한국은 가해자와 시설 양쪽을 처벌하는 이른바 양벌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일본은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고 시설은 개호급부의 감산제도와 지속적인 교육, 학대예방을 위한 보고서 작성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은 요양시설에서의 신체구속도구 사용 억제에 대한 논의가 미진한 가운데 암묵적 신체구속이 지속적으로 이루지고 있으나 일본은 2000년부터 신체구속제로 운동을 시행해 노인에 대한 신체구속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노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케어현장에서 신체구속에 대한 관여가 부족하다”며 “신체구속에 대한 리스크 판단을 위한 전문가 양성과 함께 케어의 지속성에 관한 재가, 시설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자체와 노인보호전문기관 간 연계를 통해 노인학대 및 신체구속에 대한 통계를 작성·공표해야 하며, 시설 종사자가 볼 수 있는 요양사고 판례집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정 없이 매뉴얼·평가지표 등에서 산발적으로 다뤄져

임연옥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 교수는 “일본은 30년 전인 1987년 노인전문의료 워크숍에서 ‘신체억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2000년 개호보험제도에서 신체구속금지 규정을 명문화했는데, 우리나라는 2013년 복지부가 ‘노인복지시설 인권매뉴얼’을 발간하면서 요양시설에서의 신체구속에 대한 지침을 처음 제시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신체구속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 없이 업무매뉴얼, 안내 책자, 시설 평가지표 등에서 각각 산발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요양시설이 자체적으로 관련 지침을 만들고, 설명서와 동의서, 일지 등을 갖춰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설장이나 실무자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신체구속이 이루어질 여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일본의 ‘신체구속제로 실천을 위한 과제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구속 실시여부와 사고 발생 빈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있다”며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신체구속의 주된 이유로 환자의 안전을 언급하곤 하는데, 신체구속의 이유를 근본적으로 다시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요양원 내에서의 노인학대는 은폐되기 쉽고, 행해지는 조치가 노인보호를 위해 요구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학대와 구분이 어렵다”며 “노인에 대한 각종 조치 실태는 물론, 신체구속에 대한 정확한 조사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법제 및 관리체제도 미흡한 상태인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다만 “대상노인이나 동거하는 노인의 보호를 위해 부득이한 조치로서 행해지는 신체활동억제조치에 대해 구금을 의미하는 ‘신체구속’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용노인 신체에 대한 통제나 제어를 모두 학대로 오인할 수 있는 ‘신체구속’이라는 표현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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