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중요한 인적자원…신노년 수요에 맞는 일자리 개편 필요

노인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노인인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노인인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끌기 위한 좌담이 마련됐다. (왼쪽부터) 좌담에 참석한 박경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센터장, 황진수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한정란 한국노년학회 회장, 탁여송 대한노인회 노인지원재단 사무처장
노인인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끌기 위한 좌담이 마련됐다. (왼쪽부터) 좌담에 참석한 박경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센터장, 황진수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한정란 한국노년학회 회장, 탁여송 대한노인회 노인지원재단 사무처장

사회 먼저 취업 욕구를 가진 노인을 위한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짚고 가면 좋겠다. 전반적인 노인일자리 정책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달라.

박경하 정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정부지원 노인일자리 사업은 2004년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는 61만개, 내년에는 74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일자리사업은 크게 노인활동지원영역의 사업과 노인일자리지원영역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노인활동지원사업에는 공익활동지원사업과 재능나눔활동이 있는데, 이 일자리가 현재 51만개에 달한다. 이 외에 나머지 영역에 있는 사업을 노인일자리로 구분한다. 노인일자리에는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사업단, 인력파견형사업단, 고령자친화기업, 시니어인턴십, 기업연계형 등 크게 6개 유형의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중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에는 공익활동지원사업, 재능나눔활동, 사회서비스형일자리가 있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는 시장형사업, 고령자친화기업이 있다. 시장형사업은 1인당 연간 230만원을 지원하고, 고령자친화기업은 기업에 최대 3억원의 초기 투자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탁여송 양적으로는 크게 증가해 순기능적인 부분이 많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할 요소 또한 많다. 노인일자리는 소득보전과 사회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현재는 소득보전효과는 있지만 이로 인한 승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위원회는 미래 환경에 대비하면서 노동시장을 선도해가야 하는데 단기적인 정책만 펼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세부지침을 만들어 각 부처 간 연계해야 하는데 조정·통합 요소가 부족해 사업이 중복되기도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내년부터 노인으로 유입되는데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 이들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전문재능나눔활동을 강화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 지자체, 민간 등 일자리 전문기관은 많지만 영역이나 기능 등의 구분이 없고 전문화가 안 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관련기관 간 정보공유도 안 되고 있다. 공공위주로 일자리를 만들다 보니 민간의 질 좋은 일자리를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이 부족하다.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인일자리 정책이 실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노인이 노인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노인문제는 그 안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정란 2004년 일자리 정책이 만들어질 때 우연히 관련 보고를 하는 자리에 있었다. 당시 노인일자리 2만5000개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라 ‘어떻게 매월 2만5000개씩 노인들에게 돈을 나눠주느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런 정책을 만드냐’는 비판 섞인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그게 현재 30배 증가했다. 노인인구는 끝없이 늘어날텐데 언제까지 정부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려갈 수는 없다. 과거에 만들어진 노인일자리에 사회활동지원이라는 그럴 듯한 간판을 붙였지만 일의 종류나 급여주순은 별반 다르지 않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베이비부머나 현재 60대 중후반 노인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의 노인일자리 정책은 능력이나 욕구보다는 연령이나 소득 기준으로 제공되고 있어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일자리가 우선 주어지고 있다. 일자리 정책을 소득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과 노인의 사회참여나 능력개발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구분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 노인인구 760만명 중 70%에 해당되는 노인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일자리 정책은 빈곤한 노인의 소득을 증대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공공형일자리 활동비가 월 27만원이다. 27만원이 소득증대에 도움이 될지, 또 일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도 심각하다. 공공형, 시장형일자리 정책을 각각 어떻게 펼쳐가야 하는가?

박경하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노인일자리 근로자 대부분이 기초연금 수급자다. 사회보장체계에서 기초연금과 맞물려 노일일자리 급여를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단순히 활동비 27만원으로만은 볼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 최근 노인인력개발원에서는 노인일자리 활동비와 기초연금을 인상했을 때 노인빈곤율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현 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일자리 활동비를 4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인데, 기초연금을 최대금액인 30만원을 받고 활동비를 40만원으로 인상한 일자리를 100만개까지 늘릴 경우 노인빈곤율은 현재의 46%에서 39%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스매칭 문제는 저소득층 노인이 대부분인 사회구조상 노인일자리가 소득증대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어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정부도 무한정 재원을 쏟아 일자리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민간분야 일자리 확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노인일자리의 가장 큰 고민은 시장형사업과 취업연계형사업을 함에 있어 법·제도적 틀 안에서 기업에게 노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유인책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탁여송 미스매칭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첫 번째다. 64세에서 65세로 넘어가는 노인이 1년에 약 40만명인데, 일자리는 1년에 10만개밖에 늘지 않아 이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공공형은 너무 시혜를 베풀고 공공성만 따지는 단점이 있다. 시장형은 소득구조가 안되다 보니 연속성이 없다. 따라서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지자체 중심의 일자리 구현을 유도해야 한다.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에 맞는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채용토록 하는 시스템이 되면 좋겠다. 이외에 노인 생산품을 브랜드화하고 판로를 개척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대한노인회 용산구지회에서는 콩나물과 두부를 생산하는데, 구청에서 학교나 요양원 등의 판로를 개척해준다. 이처럼 지자체와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인들만 할 수 있는 자립형 일자리를 늘려나가야 한다.

사회 노인일자리가 시장형으로 가려면 직업훈련이나 교육이 중요할 텐데, 현재 우리나라 노인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 달라.

한정란 노인인력개발원의 60+교육센터가 가장 대표적이다. 민간은 대부분 취미나 여가 중심이다. 지난해 60+교육센터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취지는 좋았지만 너무 실적 위주로만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월 사업 후 바로 몇명이 취업했는지 단기간 내에 실적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취업률 목표치가 90%가 넘었다. 그러다보니 기업에 미리 연락해 몇 명을 받아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만큼의 인력을 뽑아 교육 후 취업시키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중요한 건 취업 지속률은 안 본다는 거다. 성과지표가 취업률로만 되어 있어 취업 후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프로젝트 후 취업역량을 키우는 상시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올해도 많이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사회 베이비부머 세대가 1955년생부터 1963년생 사이에 712만명이 몰려있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인구로 유입되면 현재와는 다른 일자리문제가 대두될 텐데,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또한 전달체계도 노동부와 복지부가 달라 많은 문제점이 있는데?

박경하 현재 노인인력개발원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층 진입으로 일자리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기존 노인일자리 수요와 신노년세대의 일자리 수요를 고려해 총 노인일자리 수요를 예측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100∼153만개까지 추정하고 있는데, 이 양적인 부분을 충당하려면 수행기관이 받쳐줘야 한다. 현재 일자리사업체계에서는 시니어클럽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자리사업 총량의 28%를 감당하고 있고, 중소도시에서는 시니어클럽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더 높다. 시니어클럽은 1개 기관에서 16개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는 시니어클럽의 유무 여부가 사업의 질적 부분을 바꿔놓는 환경이어서 시니어클럽의 우선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시니어클럽 외에도 복지관 등 기존 수행기관에 유인책을 줘서 수행기관을 확보하고 사회적 경제 조직을 활용해 노인일자리를 수행하고 일자리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 등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결국 일원화된 전달체계 내에서 지역의 일자리 공급과 수요를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노인일자리 등의 문제는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금의 전달체계를 조정·연계하면서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직업훈련, 취업연계,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관리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 우리나라는 2016년 법 개정을 통해 2017년부터 ‘60세 정년’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60세 정년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시행중인 ‘60세 정년’, ‘임금피크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탁여송 대부분의 나라가 정년을 연장하는 추세다. 정년 연장은 가야할 방향인데 시기적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 등의 복지제도와 같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도 문제가 많다. 조직 활력이 저하되고, 신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효과도 미흡하다. 젊은 세대에서도 불평불만이 있겠지만 고령자 입장에서도 임금과 보직에 차별을 받아 생산성이 저하되고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고령자 고용 형태나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시간제 근무나, 상대적으로 업무가 쉬운 자리로의 배치전환 등이 필요하다. 고용지원금도 확대해야 한다. 신규로 고령자를 채용했을 때뿐만 아니라, 이들을 정년 후 재고용했을 때 임금축소에 따라 감소되는 소득을 상쇄해주는 제도까지 보완하면 기업도 개인도 만족할 수 있을 텐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고령자에 맞는 직종과 직무를 개발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정부가 최근 2022년에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한정란 고령자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되면 고용이 지속돼 소득이 늘고 노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보다 연착륙이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발표하면서 2022년에 시행하겠다고 하면 과연 시장이 준비될 것인지가 문제다. 2년여 남은 기간 동안 준비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가 될 것인가. 발표내용을 살펴보니 결과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를 위해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과정적인 고민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령근로자 스스로도 계속해서 자기개발을 하고 능력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잘 안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젊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기업 내 문화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다. 지금과 같은 기술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고령이 될수록 적응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교육과 문화의 변화와 함께 산업구조나 기술의 발전도 같이 가야 한다.

박경하 일본은 2013년 65세 정년 의무화를 도입했지만 1998년 이전부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준비해왔다. 준비과정에서의 갈등 상황은 지금 한국사회에 표출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을 성공사례로 보고 있는 건 고령자 고용률이 확대되면서 청년 고용문제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60세 정년 의무화를 도입한지 얼마 안됐고, 아직 기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65세 정년 의무화로 가는 건 너무 빠르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빨리 준비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그나마 여러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 발표하고 준비해나가는 신호탄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탁여송 일본은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고령화 비율이 28∼30%로 노인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청년 틈새시장이 많이 개발돼 있어 상생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거다. 독일도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늘릴 때 2015년에 발표해 2029년에 도입하겠다고 했다. 많은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우리는 올해 발표해 2022년에 도입하는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연착륙 개념으로 해서 제반 준비를 해야 한다.

한정란 예산부분도 ‘계속 고용할 때 1인당 얼마’라는 식의 결과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보다는 기업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즉, 기업의 풍토를 바꾸는 것에 더 공을 들어야지 무조건 숫자를 늘리는 성과중심으로 하다 보면 제도가 정착되기 어려울 것이다.

박경하 유럽 등의 사회에서 점진적 퇴직지원제도는 결국 근로시간을 줄이는 거고,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줄어든 급여를 사회적으로 보상해주고 있다. 독일은 고용보험체계에서, 스웨덴은 연금체계에서 충당해주는 방식이어서 사업주가 준비할 수 있고 임금에 대한 부담을 사회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거다. 이런 제도를 검토해야지만 정부에서 발표하는 계속고용제도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대가 제각각이다. 노인복지에서는 65세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령자촉진지원법에서는 60세를 정년으로 못 박고 있다. 또 연금은 65세부터 지급된다. 사회적으로 노인연령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회 노인의 취업을 위해서는 정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고 사회제도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노인 자신도 취업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다면 노인교육시스템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탁여송 노인교육과 예비노인교육을 구분하면 좋겠다. 노인교육은 전통문화 예술 계승 등 실버세대만 할 수 있는 부분을 강화해 자립형 일자리를 강화해 가면 좋겠다. 예비노인에게는 전문재능나눔 활동기회를 많이 부여해야 한다. 지자체와 관련된 공공기관 등에서 수요처를 발굴해 연계해줘야 한다.

한정란 고용연장과 관련해 기업과 시장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 이면에는 고령자 자신의 준비도 필요하다. 회사에서 30년 일할 것을 예상하고 근무했는데 갑자기 5년, 10년이 늘어난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기간동안의 적응교육, 직업에 대한 교육,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한 교육 등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계속 고용이 될 때 근로시간이 점차 단축될 것이므로 단축되고 남은 여가시간활용에 대한 교육, 시간관리에 대한 교육 등이 이루어져야지만 이들이 회사에서 나와 지역사회로 옮겨갈 때도 연착륙해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지역사회에서 선배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 노인 스스로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그런 노인의 아름다운 모습이 젊은 사람들에게 좋게 비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일자리 정책에 대한 해외사례가 궁금한데 소개해 준다면?

박경하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시행하고 있는 사례로는 미국의 S CSEP(The S enior C 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 제도와 일본의 실버인재센터사업이 있다. 미국의 SCSEP은 55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 직장이 없는 노인에게 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한다. SCSEP의 강점은 총 참여기간을 48개월로 설정해 개인이 어떤 취업을 원하는지, 근로능력에 따라 적합한 일자리가 무엇인지 개인별로 평가해 그에 따른 맞춤 훈련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수요자에 맞는 개별적인 접근이 잘 되고 있다. 일본의 실버인재센터사업은 법적으로는 자원봉사 개념으로, 근로보다는 사회활동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최근에는 수요처에 파견하는 사업을 하는데, 민간에서 요구하는 대로 사업단 형식의 팀을 꾸려 파견 후 업무를 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등 근로 개념이 섞여가고 있는 형태다. 보수가 적지만 일본은 연금제도가 잘되어 있다 보니 이를 통해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욕구를 실현해주고 있다.

탁여송 지난해 일본을 가보니 기업에서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기술·관리 등을 집중 지원해주는 고령자를 일정비율 고용하는 제도를 시행해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청년일자리와 겹치지 않으면서 고령자 능력을 활용할 수 있어 틈새시장으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은 퍼스펙티브(perspective) 50+제도가 있는데,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임금을 보전해주고, 그 사람이 숙련될 때까지 트레이닝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네덜란드는 치매환자나 정신장애인 등의 재활을 돕기 위해 원예도 하고 농사도 짓고 서로 돌보는 케어팜(Care farm)을 운영 중이다. 일정 급료를 줘서 활동을 지원하고 신체적·정서적으로 치유되도록 돕고 있어 우리나라도 참고하면 좋겠다.

한정란 기업의 수요가 있는 한 고령자도 근로를 계속해야 하지만, 수요가 없는데 정부재정을 투입해 억지로 만들어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만약 소득보전이 주 정책의 목표라고 한다면 경로당에 와서 활동에 참여하거나 복지관에 가서 교육을 듣거나 국가건강검진을 맞춰서 하는 등 본인의 노후를 위해 노력하는 조건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게 오히려 정책적으로 맞지 않나 생각도 든다.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시빅서비스(civic service) 형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능이 쓰일 수 있는 영역에 노인을 배치하고 그로 인해 사회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더 좋을 것 같다.

사회 노인인구는 1년에 42만명이 늘어나고 한 해 출생되는 아이는 32만명에 그치고 있다. 2065년에는 노인 인구가 생산연령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노인인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끌기 위한 대안을 말해 달라.

박경하 전체인구의 14.9%까지 노인인구가 늘어났고,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넘어가게 된다. 생산인구는 줄고 생산인구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자를 생산동력으로 활용하지 않는 사회는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우리가 노인인력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관점에서부터 정책이 시작되어야 한다. ‘노인 한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고령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덴마크에는 시니어비즈니스네트워크라는 민간단체의 사업이 있다. 이 민간단체는 기업의 고용주를 만나 노인인력의 장점을 소개하고 기업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 지 설득하는 사업을 한다. 시민단체가 많이 활성화되고 사회적으로 이 같은 인식을 많이 확대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기업이 노인인력에 대해 노인이 기술변화에 진부한 인력이 아니라 교육이나 훈련을 지원하면 충분히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노인이 가진 기본적인 책임감을 통해 좀 더 좋은 쪽의 인적 자원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탁여송 노인은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 11대 대국으로 만든 지혜와 전문지식, 경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노인이 가진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노인을 활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을 현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저소득자는 취·창업을 하고 저소득자가 아닌 사람은 재능나눔활동과 사회공헌일자리를 만들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노인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해 유인효과를 만들어줘야 한다. 셋째, 노인이 경제활동 소비의 주체가 됐으므로 고령친화산업, 문화 등을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국민도 기업도 정부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 노인이 사회의 짐이 아니라 힘이 된다는 대국민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

한정란 우리나라 노년부양비가 생산인구 5명당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다. 앞으로는 3명에 1명, 2명에 1명이 될 것이다. 노인인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의 가치다. 젊은 층은 경험하지 못한 인생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령층 모두 다 기업에 남아야 된다든지, 일터로 나가야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다.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노인이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직접적인 노동력 제공 외에도 노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외국의 경우 주택셰어를 통해 노인은 젊은층에게 주택을 공급해주고, 젊은 층에게 케어를 받는 모델이 있는데, 이처럼 노인의 자산을 공유하는 정책도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노인일자리 정책을 펴는데 있어 정확한 평가,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에 노동력이 얼마나 부족하고, 어느 부분에 노인들의 노동력이 얼마만큼 투입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계산 없이 무조건 고용을 늘리고 노동력을 대체해야 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프랑스가 대체 이민정책을 통해 부족한 노동력을 아프리카 불어권 국가에서 확충하고 다시 지속가능한 고령사회로 만든 것처럼, 우리도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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