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확대.소장애연금 대상 확대 등 문제 산적
14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창립 16주년 정책토론회 열려

“언제까지 장애를 증명해야만 합니까?”

“장애등급제는 폐지됐지만, 서비스 지원종합조사표 때문에 여전히 불안합니다.”

지난 7월,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지 31년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장애계에서는 ‘형식적 폐지일 뿐, 진짜 장애인등록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14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주제로 열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창립 16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도 장애계는 “여전히 장애판정은 의학적 판정이 유지되고 있다”며 “새롭게 도입된 종합조사표 또한 기존의 의료적 관점에 기반을 두고 기능제한 중심의 서비스 판정체계에 머무르며, 등급제폐지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장애등록제를 폐지를 통해 ▲기존의 1~6급 장애등급을 중증・경증으로 단순화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해 장애인 개인별 맞춤형 지원 기반을 마련하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해당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장애등록제 폐지 3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삶은 나아진 것 없이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14일 이룸센터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창립 16주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14일 이룸센터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창립 16주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정부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내용은 시기만 구체화 됐을 뿐 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장애등급제 개편’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며 비난했다.

이에 따라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과제로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및 소득보장 확대 ▲활동지원서비스 및 예산 확대 ▲판정・전달체계에서 장애인의 권리 보장 문제를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 복지욕구 1순위이자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인 ‘소득보장’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대상자의 사각지대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 바뀌는 이 시점에, 어째서 장애인연금 대상 기준은 바꾸지 못하고 그대로 두는지, 최소한 장애정도(1~3급/4~6급)에 부합되게 전체 3급 장애인까지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비스 기준 개편 역시 핵심 과제는 ‘예산 확대’”라며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 예산액수만 놓고 보면 소득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확대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2019년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현재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 수가 인상 말고는 확대 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장애등급제 폐지는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것을 계기로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며,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들 또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는데 공감했다.

이선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등록제 폐지’를 통한 진짜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장애인등록제가 의학적 손상정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애인등록제의 구성요소인 장애등급제도 의학적 손상정도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장애등록제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등급제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모순을 나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 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욕구를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실시하고 ▲활동지원서비스의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국장은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대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 이후 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수치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동안 발달장애인은 ‘복지사각지대’, ‘복지절벽’이라 표현될 만큼 복지지원에서도 배제돼 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윤 국장은 “정부는 장애인의 필요와 환경을 고려해 수요자 중심의 ‘장애등급제’폐지를 도입했지만, 기존의 의료적・기능적 접근 방식이 아닌 필요와 환경에 초점을 맞춘 접근방식으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로 바꿔야 한다”며 “그리고 장애인의 필요에 맞는,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가 개발되고 제공돼야 장애인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청각장애인에게 ‘딴 나라 이야기’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관계나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대인관계와 환경을 지배하는 인식도 있으며, 이동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무형의 정보나 의사소통에 장벽을 느낀다.

문제는 장애인등급을 논함에 있어 이들의 이러한 장벽들이 문제제기 되지 않는다는 것.

김철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활동가는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에도 문제가 있지만, 상담에 참여하는 복지사의 청각장애인 민감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종합지원조사 판정도구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판정하기 위한 도구의 연장선”이라며 “이러다보니 정보접근이나 의사소통에 제약을 받는 청각장애인에게 이 판정도구는 무용지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과감한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청각장애인에 맞는 주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에 따른 예산확보 방안도 마련하며, 전달체계 과정에 감정장애인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청각장애인의 욕구를 끌어내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순길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팀장은 “제도 폐지 시행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산 문제, 기존 수급자의 급여량 문제 등도 함께 고려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보수적으로 검토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활동지원 예산은 2020년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2017년 이후 3년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며 성과 또한 크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과제도 많을 것 같다”면서 “장애계의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고 수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그리고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체계가 될 수 있도록 연구도 하고 있으니 많은 의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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