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모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장

진안군협의회를 설립하고 15년간 이끌어온 송상모 회장은 “열악한 자치단체 재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체수입 증대와 외부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상모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장
송상모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장

오랜 기간 공직에 머물렀는데, 사회복지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전라북도 사회복지과장으로 근무하던 2001년, 관내 장애아동시설을 방문하게 됐다. 한 아이와 눈을 맞추려고 앉은 자세를 취하자 꼭 껴안기면서 얼굴로 볼을 비비고 놓지 않는 것이다. 아이를 안고 일어서서 눈을 맞추는데 그 눈빛이 너무 안쓰러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때, ‘사회복지는 전문가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부군수재직 당시에도 어려운 군민을 찾아뵙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2004년 퇴임식에서 후배 공직자들에게 ‘고향에서 군민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이 지역에 사회복지의 불씨를 지피게 됐다.”

진안군협의회 설립 배경과 준비과정이 궁금한데….

“퇴임 직후 평소 꿈꿔왔던 사회복지 활동을 펼치기 위해 전북사회복지협의회를 방문해 필요한 자료를 얻었다. 사회복지 불모지나 다름없는 고향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뜻을 같이한 사람들과 함께 협의회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2005년 2월 개인경비로 사무실을 임차하고 집기를 마련해 장소를 확보했다. 이후 최초 준비 모임을 가졌고, 3월에는 설립준비위원회와 실무위원회도 구성했다. 5월 공청회를 거쳐 정관 등을 준비했고, 6월에 회원 85명으로 창립대회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올해로 협의회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창립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2008년 임시 직원이 채용될 때까지 홀로 사무실을 지키며 고생했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진안군의 협조와 지원으로 9억원을 들여 사회복지센터를 마련한 일이다. 부속건물까지 확보해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지원하는 푸드마켓과 저렴한 가격의 옷을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재투자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안군협의회의 주요사업과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정부가 포용적 복지국가를 목표로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지역에는 가난하고 나이 들고 병들어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 많다. 우리 협의회도 물론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지만, 아직은 이분들을 위한 선별적 복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주택화재보험 가입, 진안군 지역복지네트워크 운영, 읍·면지회 활성화사업, 보청전화기 지원, 순간온수기 설치, 명절 제수용품 지원 등 20여 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심부름센터 운영’이다. 2011년 전라북도 특화사업 공모에 선정돼 9년째 시행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지역복지전달체계에서 시군구협의회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조언해준다면?

“지역사회에서 민간부문 복지전달체계는 협의회와 협의체로 대별된다. 예산 지원이 중단된 협의체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어서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에서 민간부문 전달체계는 협의회로 일원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사회복지사업법에 시군구협의회 설립을 의무규정으로 개정해 전국에 시군구협의회를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

협의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대한 부분이다. 전 직원이 사회복지사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재원 확보가 참 어렵다. 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

그동안 진안군 복지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 왔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진안군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자치법규인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으나 아직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진안군복지네트워크를 구축해 일정 부분 정보를 공유하고 복지자원 배분에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하다.”

사회복지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사회복지는 이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민간차원에서 새로운 복지시책을 발굴하고 이를 군정에 반영하며 실천하는 선도 노력이 필요하다. 열악한 자치단체의 재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체수입 증대와 외부재원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15년 전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에는 창대하리라’는 믿음으로 시작한 우리 협의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데 큰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 특히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하는 ‘주민돌봄센터’가 마련되면 더 발전된 협의회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협의회 설립 이후 한눈팔지 않고 외길을 걸어온 게 벌써 15년째다.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에 미련 없이 회장직을 넘겨주고, 뒤에서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또한 사회복지사로서 군민들과 복지 상담을 하며 14년째 이어오고 있는 요양시설 봉사를 힘이 다할 때까지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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