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는 ‘정책과 현장을 이어주는 사람’

최상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주임
최상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주임

누구나 어릴 적 궁금증을 가득 담은 호기심 주머니를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 주머니 속 항상 품고 있던 물음표가 하나 있다.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왜 항상 ‘복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빠짐없이 공약에 포함되어 있을까? 뉴스에서 이야기되는 복지의 정의와 실체는 무엇일까? 어린 나에게는 구름과 같은 호기심의 단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나도 어김없이 인생의 첫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특별히 꿈꾸던 장래희망도, 특출난 재능도 갖고 있지 않던 나는 성적에 맞춰 그 시절 유망직종 계열인 공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갓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 정신없이 추억을 만들고 있었던 찰나, 문득 고민이 생겼다.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20살, 앞으로 80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고 가정하면 지금 선택한 전공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데, 과연 나의 적성과 흥미, 삶의 가치관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 고민은 점차 앞날에 대한 막막한 두려움으로 변했다. 대학 입학 후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의 늪에 다시 한 번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늪에서 나는 유년시절부터 지니고 다녔던 호기심 주머니 속 ‘복지’를 꺼내들었다. ‘살아가면서 단 한 가지 직업만 갖게 된다면 언론에 항상 노출되던 ‘복지’를 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내가 바꿔보겠다’는 어린 나의 포부로 사회복지학과로 전과를 했고 당당하게 사회복지사로 졸업했다.

나 또한 사회복지사다

보통 주변에서 바라보는 사회복지사의 첫 느낌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 거주 중인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등본을 발급해주거나 기초연금을 지급해주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사회적 욕구가 다양해지고 복지정책이 급변하는 지금, 복지전달체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평소 복지정책,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사회정책 등 거시적 관점의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흥미로운 업무였다.

저출산·고령화의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됨에 따라 보건복지 정책이 보다 강조되고 있는 이 시점, 사회복지공무원과 민간영역 종사자들의 교육욕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항상 최신정보를 습득하고 복지트렌드를 익혀 새로운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의 직원이자 사회복지사로서 뒤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실천중이다. 미약하겠지만 더 나아가, 이러한 양질의 교육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사회복지사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사회복지사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과 현장의 간극 좁혀나가겠다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복지 분야 종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보건복지부, 시도, 시군구, 읍면동의 사회복지직 공무원, 통합사례관리사, 각 영역의 복지관 사회복지사 등 우리나라 민관 복지전달체계 속 역할을 맡은 모든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커리큘럼과 강사진일지라도 교육받는 대상에 따라 반응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또한 동일한 업무를 수행 중일지라도 근무하는 지역에 따라 느끼는 고충도 너무나 다르게 표현한다. 이게 사회복지에서 흔히 말하는 정책과 현장의 괴리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시작할 수 있는 근거는 법에서 나온다. 국회에서는 각종 정책들이 시작 또는 변경될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한다. 이렇게 시행된 법은 보건복지부를 통해 사업과 지침이 되어 전국의 시도, 시군구에 전달되고 있다. 매년 변경되는 내용을 올바르게 전파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재설계하고, 구성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학계, 현장, 공무원 등 다양한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고 자문을 구하는 동안에도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는 일치하는 경우도,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만들어진 정책으로 우수하다’, ‘정책의 일정 부분은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연구를 수행하였고, 결과를 분석한 정책이다’ 등 너무나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만족하는 복지정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또다른 역할 중 하나는 정책과 현장의 중재를 교육으로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이미 시행되는 정책을 바꾸기란 어렵고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민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행정을 독려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지자체 사례를 널리 전파해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복지사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열정과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 직장 동료 속의 사회복지사로 먼저 시작하여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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