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부터 3박4일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동북아시아지역대회에 한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했다. ICSW 동북아대회는 한국, 홍콩, 대만, 몽골, 일본 5개국이 사회복지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2년마다 번갈아가면서 개최하고 있다.

몽골은 대한민국의 16배나 되는 넓은 나라다. 동서 장축이 약 2400㎞인 타원형으로 ‘사람의 입’을 닮은 형상을 하고 있다. UN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인구는 약 316만명이며, 이중 약 절반인 150만명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이라는 뜻이라 한다. 이동 중 틈틈이 통역으로부터 몽골에 대해 귀동냥하게 됐다. 외국인은 몽골 땅을 소유할 수 없다. 반면 내국인에게는 국가가 무작위로 추첨해 약 1500평을 무상으로 준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별장을 짓고 틈만 나면 이곳에 와 쉬고 돌아간다. 인구는 적지만 말, 양, 소, 낙타, 염소 등 5대 가축은 8000만 마리나 된다. 이들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누비며 맘껏 풀을 뜯고 있었다. 목초지는 주인이 따로 없다. 풀이 있는 곳이면 아무데나 ‘게르’라는 전통가옥을 짓고 유목생활을 한다. 아이는 모두 자연분만으로 낳고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다.

설사 여자가 잘못 해도 때려서는 안 된다. 알코올 중독 예방을 위해 매월 1일은 주류 판매가 금지돼 있고, 지역별로 술을 팔지 않는 요일이 따로 정해져 있다. 부족한 대중교통 수단은 자가용 택시영업으로 해결한다. 200년 간 만주족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자문화권에 종속되지 않은데 대한 자부심이 컸다. 곳곳에 있는 공동묘지는 사람이 있으나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조용한 마을’로 불린다.

첫날 ‘가족복지’를 주제로 오전 9시에 시작된 행사는 기조연설, 각 국별 발표, 대표단 회의, 만찬으로 이어져 12시간 만에 끝났다. 둘째 날은 오전 오후로 나눠 사회복지시설을 둘러봤다. 먼저 산동네에 있는 노숙인자활시설 ‘바르게 사는 정신 NGO’에 들렀다.

노숙인자활시설 ‘바르게 사는 정신 NGO’ 전경
노숙인자활시설 ‘바르게 사는 정신 NGO’ 전경

14년 전 부인과 함께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울란바토르 노숙인 약 3000명 중 120명만이 여기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 정착하기 전 이들은 대부분 알코올 중독자, 감옥 출소자, 노숙인 등이었다. 작다(Zagdaa) 대표(62세)는 몽골의 ‘맥가이버’였다.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그는 그림은 물론 조각, 전통악기 제작, 목공, 용접, 재봉기술 등에 조예가 깊었다.

이들 기술을 생활인에게 가르쳐 작업해서 판매한 것이 주 수입원이다. 수입중 의식주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는 개인별로 현금 급여를 준다. 이제까지 이곳을 거쳐 간 인원은 약 2000명이고, 날로 인기가 좋아져 대기자도 많다고 한다. 부속시설로 생활인의 자녀와 인근 거주 아이를 위한 유치원도 있었다. 이들은 우리 일행에게 전통악기 연주와 합창공연을 선보였다. 이곳에서 음주와 흡연은 절대 금지다.

입소한 지 2년 반 됐다는 전자오르간 반주자도 알코올 중독자였지만 지금은 전혀 술을 안 마신다고 했다. 작다 대표는 이들이 각자 독립적인 가정을 꾸려 나가게 하는 게 목표이고, 정부로부터 약간의 보조금이라도 받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올바른 정신을 지닌 리더가 따뜻하고 활기찬 공동체를 이루는 구심점이라는 생각을 재확인하면서 이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점심 식사 후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장애인보호시설 ‘튼튼한 미래 NGO’를 방문했다. 올해 설립 9년째를 맞은 이 시설에는 정신질환자 48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중 한 시각장애인이 그린 그림은 예술성이 뛰어났다. 시설은 매우 열악했으며 그나마 울란바토르에 2개밖에 없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의료진이 이곳에 와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이틀 후에는 한국에서 자원봉사 의료진이 올거라 했다. 건물 외벽에 새롭게 건립할 시설 사진이 걸려 있었다. 내년 착공이 목표지만 순수하게 민간모금으로 짓는다 하니 언제 삽을 뜰 수 있을지 걱정이라 했다.

두 시설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설과 제도는 가히 선진국 수준이라는 걸 느꼈다. 동시에 한국형 사회복지모델을 이들 개발도상국에 접목시킬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과제임을 새롭게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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