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푸드뱅크 모델 전수 첫 걸음…현지 조사 통해 맞춤형 제도 제언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과 냠다와 몽골 노동사회복지서비스청장을 비롯한 전국푸드뱅크 조사단과 몽골 푸드뱅크 태스크포스팀은 10일간의 지역조사 일정을 마치고 최종평가회의를 통해 몽골형 푸드뱅크 설립방안을 마련하는 등 한국형 푸드뱅크 도입에 초석을 놓았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과 냠다와 몽골 노동사회복지서비스청장을 비롯한 전국푸드뱅크 조사단과 몽골 푸드뱅크 태스크포스팀은 10일간의 지역조사 일정을 마치고 최종평가회의를 통해 몽골형 푸드뱅크 설립방안을 마련하는 등 한국형 푸드뱅크 도입에 초석을 놓았다.

별이 쏟아졌다. 몽골 둔드고비 초원 위 밤하늘은 새파란 별들로 물들어 있었다.

국자 모양을 한 일곱 개의 별, 북두칠성은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했다. 예부터 북두칠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별자리다. 한국푸드뱅크 모델 전수를 위해 몽골에 파견된 조사단 7명은 둔드고비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현지에 푸드뱅크가 이식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 길잡이 역할을 다짐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이하 한사협)와 몽골과의 인연은 2016년 시작됐다. 지난해 몽골은 “한국푸드뱅크 모델이 부럽다”며 푸드뱅크 설립을 요청했다. 올해 초 한사협 전국푸드뱅크는 몽골 내 푸드뱅크 도입 타당성 검토를 위해 사전 지역조사를 하고,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현지조사를 실시, 식량 빈곤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빈민의 상징 ‘게르촌’…몽골 빈곤층 30% 육박

몽골은 한때 광물자원 수출로 경제발전을 구가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하락과 동시에 경제위기로 2017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몽골의 1인당 GDP는 4104달러로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빈곤율은 28.4%로 10명 중 3명이 빈곤에 처해있다. 그중 도시 빈곤인구는 국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해 도시로의 빈곤집중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몽골은 1992년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해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행경제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0년의 사회주의체제 영향으로 인해 시민사회가 성장하기보다는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

사회복지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몽골 내에서는 정부주도의 복지서비스 정책과 더불어 공공부조격의 현금급여 형태로의 선별적 복지가 주로 시행되고 있으며 민간의 역할은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위기와 더불어 정치사회적 위기로 인해 사회복지에 대한 시각과 패러다임도 정부주도형에서 민관협력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한국푸드뱅크 모델은 민관협력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모델이다. 아시아개발은행에 의하면 몽골의 전체 영양부족 비율이 18.7%로 매우 높다. 또 5세 이하 아동 발육 부진비율이 10.8%로 같은 기간 몽골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부 평균 6.8%에 비해 높은 점을 감안했을 때 결식해소 방안 모색은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푸드뱅크는 몽골정부가 현재 시행중인 식품지원제도인 푸드스탬프를 보완하며 한국의 모델을 몽골 실정에 맞게 재정립하여 시범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전국푸드뱅크 조사단은 주민 집단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빈곤생활과 결식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전국푸드뱅크 조사단은 주민 집단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빈곤생활과 결식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푸드스탬프’가 못 채우는 결식과 영양불균형

현재 몽골의 푸드스탬프는 2009년 아시아개발은행의 빈곤해소 프로젝트 형태로 시작됐다. 그 후 2018년 지방이양사업, 2019년 국고사업으로 전환되어 현재 공공부조 정책의 일환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선정된 대상자는 밀가루, 고기, 유제품 등 10가지 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매달 지원금액은 2017년 기준 성인 1만6000투그랙(한화 7200원 상당), 아동 8000투그랙(한화 3600원 상당)이다.

몽골의 낮은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식품구매비용으로는 매우 적은 금액이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급자 비율은 몽골 전체 인구의 약 5% 정도로 실제 인구의 30%에 달하는 모든 빈곤 계층에게 제공하기에는 서비스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의 보조를 토대로 민간이 푸드뱅크를 직접 운영하고 민간의 기부물품을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한 한국푸드뱅크 모델은 몽골에게는 매력적이다. 특히 푸드뱅크 모델은 푸드스탬프 탈락자를 보완하여 결식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드라흐바야르 몽골 노동사회복지서비스청 부청장은 “푸드뱅크 제도를 통해 민간조직인 비영리 단체와 기부기업, 정부 간 협력의 장이 마련된다면 좀 더 많은 빈곤층에게 식품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며 새로운 민관협력 방안 도입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몽골을 상징하는 게르, 그러나 울란바토르 게르촌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울란바토르로 이주한 지방 주민들은 높은 집값과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도시외곽 주변의 게르촌에 생활터전을 마련한다.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푸드스탬프로 필수식품을 구매할 수는 있으나 양질의 식품을 섭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다섯 식구의 가장인 어트게르(48)씨는 “일할 능력이 있어도 장애가 있는 자녀들을 돌봐야 하고, 적절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기본적으로 식량 해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몽골 기업도 사회적 책임 경영과 사회공헌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기부방법 및 형태, 절차, 서비스대상자 등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음료제조회사인 APU 관계자는 “푸드뱅크 도입 시 기업은 매년 기부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 투입 등 전략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부에 따른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면 기부 활성화가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부조 보완한 몽골형 푸드뱅크 모델 제언

전국푸드뱅크 조사단과 몽골 푸드뱅크 태스크포스팀은 몽골형 푸드뱅크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서상목 한사협 회장은 “몽골정부가 지금까지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큰 역할을 해왔으나 시장경제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민간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며 “민관협력으로 새로운 도약이 요구되고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전국푸드뱅크는 이 같은 민관협력모델을 토대로 몽골형 푸드뱅크 운영방안을 제언했다. 먼저 민간이 운영하는 몽골 푸드뱅크를 중심으로 중앙정부는 예산과 법률을 지원하고 시·구청 등 행정기관에서는 대상자를 발굴 및 선정한다. 그리고 기업과 개인으로 이뤄진 기부자는 푸드뱅크에 직접 혹은 행정기관을 통해 기부 물품을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푸드뱅크를 거쳐서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배분한다.

또한 정부, 학계, 푸드뱅크운영자, 기부기업 등 민간과 공공영역을 모두 포함한 푸드뱅크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1차적으로 대상자와 급여량을 결정하도록 했다. 모니터링 평가위원회는 급여 전달의 투명성 확보, 서비스 제공 효과성 등을 검토하는 기능을 갖게 된다.

몽골형 푸드뱅크의 서비스대상자는 △푸드스탬프 수급 탈락자 △재정이 열악한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 △재난·재해로 인한 긴급지원대상자 △그 외 식품 및 물품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푸드스탬프 수급자를 포함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기부 관련 세제혜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몽골 또한 효과적인 기부처 발굴 전략으로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푸드뱅크 물품기부와 관련해 세제혜택 법률근거를 마련하는데, 먼저 몽골의 법인세, 소득세, 복지에 관한 법 등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조언했다. 정부차원 표창수여와 같이 우수기부기업의 포상제도도 인센티브 방안으로 도입이 가능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몽골 노동사회복지서비스청은 이 같은 제언을 바탕으로 푸드뱅크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기관은 몽골에 푸드뱅크 사업의 신속한 도입과 안정적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

오는 10월 서울서 아태푸드뱅크 컨퍼런스 개최

아시아의 결식 비율은 여전히 높다. 반면 결식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알려진 민간주도의 푸드뱅크는 부재하거나 열악한 상황이다. 전국푸드뱅크는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Global Foodbanking Network, GFN)와 함께 오는 10월 아시아 푸드뱅크 도입과 발전을 위해 ‘2019 아태푸드뱅크 컨퍼런스’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푸드뱅크 설립 혹은 발전이 필요한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교육용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푸드뱅크가 설립된 국가를 대상으로 지역대표단 회의를 열어 아시아·태평양 푸드뱅크 발전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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