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질’ 중요…당사자는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죽음’ 원해

6월 21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제19차 저출산·고령화포럼이 진행됐다.
6월 21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제19차 저출산·고령화포럼이 진행됐다.

“죽음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당사자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며, 우리 사회가 문화·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웰다잉을 위한 정책적 대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6월 21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열린 제19차 저출산·고령화포럼에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부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죽음도 충실하게 준비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웰다잉시민운동이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이번 포럼은 보다 실효성 있는 웰다잉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중노년층이 인식하는 ‘좋은 죽음’의 개념과 죽음 관련 서비스 욕구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우리 사회 웰다잉 구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 부원장은 “웰다잉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나 건강·경제·대인관계 등에 국한된 것이 한계”라며 “진정한 웰다잉을 위해 다차원적인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 중·노년층의 죽음에 대한 인식 및 서비스 욕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웰다잉에 대한 인식 전환·대국민 홍보 강화해야

그는 “40〜64세 중년층과 65세 이상 노년층 두 계층으로 나누어 36개의 문장 중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문항을 고르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중년층은 △담담하게 맞이하는 죽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죽음 △내가 결정하는 죽음을, 노년층은 △두려움 없이 맞이하는 죽음 △짐이 되지 않는 죽음 △가능한 오래 살다 떠나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정 부원장은 “두 결과를 종합해보면 공통적으로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맞이하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생각했지만, 중년층은 ‘좋은 사람으로 정리되고 싶다’는 상대적으로 ‘적극적 희망’을 드러낸 반면, 노년층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고 싶다’는 ‘소극적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좋은 죽음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죽기 전에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죽음 △생사와 관련된 결정을 본인이 하는 죽음 △가족들과 좋은 관계로 끝맺는 죽음 △간병비 등으로 고생시키지 않은 죽음을 꼽았다”며 “반면, △가능한 오래 살다 죽는 죽음 △죽은 후에 주변에 오래 기억되는 죽음에 대해서는 동의율이 낮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 부원장은 “죽음의 질이 중요하다”며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웰다잉 대응을 위해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및 지역사회, NGO 등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 참여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웰다잉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준비의 중요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 강화 △웰다잉 관련 서비스 대상자 확대 및 다양한 서비스 제공 △임종기 간병비와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 마련 △죽음에 대한 사실적이고 체계적인 정보 제공 및 당사자 가족, 지인 등을 위한 정서적 지원과 교육 등을 제안했다.

76%가 병원에서 죽음 맞아…‘좋은 죽음’ 정의 필요

윤영호 서울대 의학과 교수는 ‘바람직한 광의의 웰다잉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사망자의 76%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특히, 암 사망자의 경우 90%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며 “미국은 48%가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이용률은 전체 사망자의 6.1%에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웰다잉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패러다임 전환이다”며 “암 질환 등의 말기는 치료의 실패가 아닌 고통의 돌봄으로, 죽음은 회피의 대상이 아닌 삶의 완성을, 개인과 가족 차원의 돌봄이 아닌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돌봄 등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은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가는 것을 ‘좋은 죽음’으로 정의한다”며 “우리도 국가·사회 차원의 좋은 죽음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웰다잉 정책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지원 확대 △사전연명의료결정 법제화 △완화 의료시설 확충과 말기 환자의 간병을 위한 지원 △성년후견인제도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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