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수용중심에서 벗어나 지역기반 사례관리 강화해야

최근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자 관리실태를 조명해보고 정신건강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알아본다.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윤선희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사무총장, 이미경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최희철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광식 대구재활센터 시설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정신건강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윤선희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사무총장, 이미경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최희철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광식 대구재활센터 시설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정신건강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사회 지난 4월 발생한 진주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정부에서도 5월 15일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 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같은 사건이 왜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짚어보고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정신건강분야 전문가로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최희철 최근 발생한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의 가해자 대부분은 사회에서 방치되어 치료시스템 밖에서 살아가는 조현병 환자들이다. 그렇지만, 정신질환 유무로 범죄가능성의 확률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통계적으로도 일반인과 조현병을 가진 사람의 범죄비율을 보면, 조현병을 가진 사람의 범죄비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낮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타인의 정서를 인식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사회적 관계가 끊어져 있는 경우, 타인에게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으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는 무서워하고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우리사회의 가장 약자라고 생각한다.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격리하고 입원만을 강조하는 등 지역사회서비스가 구축되지 않는 한 일련의 사건들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이미경 기존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시스템이 지나치게 입원 중심으로 되어있다 보니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이들에게 어떻게 돌봄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가 미약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보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서비스 단절을 경험하게 되며 다시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언론의 몫도 크다. 일부 조현병 환자가 일으키는 범죄가 초점화되면서 전체 정신질환자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다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광식 동의한다. 하루에 수십 건, 수백 건씩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이 한번 일어나면 이와 관련된 비슷한 사건이 계속 보도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역 저 지역에서 계속 보도되다 보니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치 정실질환자가 사회문제처럼 되다보니 더 낙인찍히고 위험한 사람으로 정의 내려지는 것 같다. 많은 정신질환자들은 이런 사건 때문에 ‘또 찍히는 거 아닌가’하고 스스로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상황이다.

윤선희 지역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범사회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재활을 통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이 많은데 이런 사건들로 인해 그들 또한 피해자가 되는 거다. 또한 사건을 일으킨 개인의 문제라고 자꾸 치부하게 되는데, 그 사람을 왜 적절히 지원하지 못했가를 돌아봐야 한다. 정신질환자 격리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한다. 사회구성원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지원체계를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인데, 사건사고를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언론에서도 보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덮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회 그렇다면 이런 사건은 왜 일어나고 있는 지에 대한 원인과, 정부가 발표한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 방안의 문제점, 그리고 보완할 부분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이광식 보건복지부에서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최근 발생한 사건의 문제점을 분석했는데, 거기에 보면 내용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경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역할이 각각 정해져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 역할이 원활하게 수행되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신고와 호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응급입원·행정입원을 시키지 않고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하지 못한 것 같다.

이미경 동의하지만, 이번에 나온 조치 방안은 이들을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보호해 나갈 것인가 보다는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초점이어서 아쉽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위기대응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이 같은 역할이 많이 주어져있다. 하지만 현재로는 원하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인력이나 예산이 제한돼 있다.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람들까지 집중사례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희철 ‘치료받을 권리에 관한 법’이 잘 작동하지 않은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라고 본다. 발표된 조치방안과 관련해서는 우려되는 내용이 있어, 며칠 전 정신보건사회복지학계 교수 100여 명이 모여 ‘인권과 사회통합 지향 정신건강복지정책을 위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4시간 정신건강 응급대응체계 구축, 비자발적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 등은 긍정적인데, 정부역할이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재활 인프라를 좀 더 확충해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얘기가 없는 것이다. 지금 얘기하는 조치 안에 사례관리는 병원기반이다. 그런데 정신질환자의 삶은 의료지원으로 충분하지 않다. 퇴원 이후에는 거의 지역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지역중심 사례관리를 확대하는 방향을 기대했는데, 병원 위주의 활동은 기존 지역중심의 사례관리와 겹치기도 하고 오히려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소지도 있어서 예산 비중이 병원 의료비로 투입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윤선희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면, 지역에서 이들을 누가 돌봤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병원입원이나 약물치료의 중요성, 조기치료의 중요성, 응급체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분절적으로 시행되면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조기치료부터 지역사회 지원까지 어떻게 전달체계로 잘 만들어 낼 것이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은 국가책임 차원에서 진행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업, 특히 지역기반에 대한 사업은 거의 100% 민간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정부에서 책임을 갖고 병원기반과 지역기반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병원기반 사례관리에 중점을 둔 정신건강 전달체계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미경 추가하면, 결국 정부는 자금 조달이 수월한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정신재활시설을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병원기반의 사례관리나 낮병원을 확대하는 것은 기존 건강보험공단에서 예산을 수가화하는 부분이어서 훨씬 수월하게 접근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90%가 민간병원인데, 이 같은 방안은 정신질환자 관리를 또 다시 민간에 맡기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신질환자 관리와 관련되어 있는 국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는 취약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 현재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관리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이미경 아직도 수용중심이다. 이탈리아는 1980년 이후 정신병원 입원이 금지돼 있고, 이를 위해 지역사회에 2000개 이상의 주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6년까지 정신의료병상수가 증가하는 등 여전히 입원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결과적으로, 정신질환자 수용이 문제 예방의 열쇠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수용중심의 정신질환자 관리가 정신질환자들이 치료 받는걸 저해하는 요소였던 것 같다. ‘내가 치료를 받고 정신질환자라는 게 알려지면 병원에 입원하게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입원 중심, 수용 중심의 정신질환자 관리시스템이 오늘날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의 중요한 한축으로도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최희철 우리나라는 가족돌봄체계의 부재로 인해 계속 입원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입원’ 환자가 너무 많다. 지역에 나올 수 있는 인프라가 없어 병원에 있어야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들로 정부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는데,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복지전달체계 확충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윤선희 아프면 가는 곳이 의료기관이고, 지역에서 이런 정신질환자를 예방하고 발굴하는 기능을 가진 곳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이며, 병원에서 나온 사람들을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이 정신재활시설이다. 그리고 세 기관을 코디네이터하는 역할은 보건소가 해야 한다. 문제는 서로 분절돼 있는 관리체계이다. 기능과 역할을 서로 연계하지 못하고 어떤 기능은 중복되어 있기도 하다. 전달체계가 원활히 잘 작동하려면 국가차원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사회 정신질환자를 위한 서비스 인프라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가장 시급한 부분이 무엇인가?

윤선희 지역기반 사례관리를 위해서는 정신재활시설 확충이 중요하다. 정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병원의 기능 강화를 강조하고 정신재활시설에 대한 확충은 중장기과제로 가져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역기반 사례관리는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시에 병행해 발전시키지 않으면 계속 이런 문제의 악순환을 끊지 못할 것이다.

최희철 지역에서 이용할만한 센터나 정신재활시설이 너무 적다. 이용시설의 양적 확대가 시급하다. 정신건강정책에 있어 복지관련 서비스는 의료보험적용, 기초생활수급권자 외래나 입원치료비용 제공, 국공립 정신병원 운영 정도인데 재활영역에 대한 국가지원은 운영비 지원 외에는 아예 없다. 지역에 대한 재원투자가 너무 적고, 의료나 고용촉진, 생계보장과 같은 사회보장안전망이 확충되어야만 당사자와 가족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다. 의료나 보건만이 아닌 복지에 대한 부분을 안전망 차원에서 같이 확보하는 게 시급하지 않나 싶다.

이미경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커뮤니티케어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인권위원회 보고에 의하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 중 사회적 입원을 하고 있는 인원이 32.1%라고 한다. 정신질환자 커뮤니티케어 추진 방향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센터만 이들의 퇴원계획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케어통합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행정복지센터에서 함께 퇴원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또한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할 수 있는 체험홈이나 중간거주시설이 생겨나고, 지역사회에 독립주거나 지원주거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이대로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이와 관련된 정책을 시행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문제이지, 어떤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선희 지역기반 인프라 확충을 양적성장 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주거만 필요한 게 아니라 집이 있으면 집을 나와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일할 수 있는 곳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의 다기능적인 유형들이 균형적으로 같이 확충되지 않는 이상은 지역기반 사례관리가 어려울 것이다.

이광식 정책입안자나 관련자들의 생각이나 철학이 아직까지도 치료적인 개입에만 함몰돼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지역에 있는 공무원이나 정신건강전문가들이 정신질환자들의 지역사회 적응이나 재활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실행을 못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처럼 이슈화되고 문제가 되면 대책을 내놓는데, 단기대책으로 응급상황을 당장 해결하기 급급한 대안들이다. 정신재활시설 확충은 10년도 넘은 이야기인데, 아직까지 중장기 과제로만 남아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사회 정부 방안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관련 전문가들의 잦은 이직도 문제인 것 같다.

이광식 신규직원들이 바로 현장에 투입돼 사례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정신건강복지센터 평균 재직기간이 3.1년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종사자가 계약직이다. 신분 보장이 안 되고 예산이 총괄예산으로 되어 있어 인건비가 올라가면 사업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호봉이 올라가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이 같이 있는 지역도 있지만 연계가 잘 안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직원의 이직률과도 연결된다. 업무시스템을 숙지할 만하면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이 와서 다시 업무를 숙지할 동안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윤선희 고용의 불안정, 인력 부족이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또 과도한 사례관리도 문제다. 1인이 100케이스 사례관리를 한다. 이는 사례관리라고 보기 어렵다. 1명이 100명을 사례관리하면 훌륭한게 아니라 지탄받아야 하는데, 양적으로만 평가했던 부분을 현실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

사회 지난 4월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본인 동의 없어도 퇴원 사실을 관계기관에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어, 이를 두고 정신질환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

최희철 모든 퇴원한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 자기 결정권에 침해소지가 있어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주치의 소견에 따라 응급대상이 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지역 내 치료연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윤선희 공유하는 것보다 과연 공유를 해줬을 때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공개를 해도 현재는 지원체계가 없기 때문에 공개하나마나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거라는 비판이 있다. 개인정보를 공개하고자 한다면 지역에서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같이 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보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만 발생시킬 것이다.

이미경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이들의 정보가 왔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방문했는데 당사자가 서비스를 거부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거부의 권리가 당사자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거다. 이럴 경우 센터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는데, 그 사람에 대한 관리 책임소지만 넘어오는 상황이 될 수가 있다. ‘지역사회에 나가서 정보가 공개됐을 때 나에게 오는 이점이 무엇인가’를 먼저 정립해야 하며, 그 전에 정보공개를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광식 환자 입장에서 가장 가기 싫은 곳이 병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현장에 있다보면 지역에 정신장애인이 많은데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전달하거나 연계할 만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런데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들이 왜 자기를 숨겨놓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자신을 노출시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센터로 와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이다.

사회 현재 정신질환자 비자발적 입원강화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 현행제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광식 대구의 경우만 하더라도 진주사건 이후로 경찰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응급입원 출동을 요청하는 건수가 몇 배가 늘었다고 한다. 진주사건도 당시 응급입원이 가능한 사안으로 알고 있는데, 경찰은 ‘현장에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개입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전해 들었다. 경찰이 출동해서 관계자 이야기를 듣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해 긴급입원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응급입원이 필요한 경우 3일 정도 입원할 수 있다. 이후 검사를 진행하고 입원 연장이 필요하면 자의입원이나 동의입원으로 바꿀 수 있는 절차와 시스템은 있는데 이 부분은 경찰도, 관계자들도 숙지가 덜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이미경 현재는 경찰이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고,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시군구청장에게 행정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논란이 되는 건 위기상황일 때 응급입원을 할 것인지, 행정입원을 할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경찰들이 응급입원을 꺼리는 이유는 이들이 퇴원 후 민원을 제기하게 되면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입원이 발생하는 사례의 60∼70%가 알코올 환자들이어서 민원제기가 빈번히 일어난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행정입원을 시킬 경우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 현장에 출동해 대상자를 보고 입원을 시키기 위해서는 대상자 진단보호요청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건소로 보내고, 보건소에서는 구청장에게 결재를 받아 구청장이 의료기관에 진료를 명하면 센터로 데려와 진료를 하고, 다시 의사가 입원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구청장에게 보내야 한다. 정신건강전문요원 입장에서는 경찰이 3일 동안 입원을 시켜주면 그 사이에 이 같은 절차를 거치겠다고 주장한다. 진주사건 이후로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 요청이 3∼5배로 늘어났다. 때문에 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수시로 출동하면서 정작 해야 하는 사례관리는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사법입원을 이야기하는 건 그 누구도 ‘나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국가가 법으로 하라’는 것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역시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한다’는 입장이어서 사법입원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희철 정부가 ‘한 사람의 정신건강증진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이를 국정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커뮤니티케어처럼 국정과제로서 중장기 발전계획 안에 들어가 정책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본다. 근본적인 정책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 없이는 사건 발생 후 수습하는데 급급할 것이다.

사회 그렇다면 정신질환자들이 퇴원 이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광식 당사자들은 지역사회 인프라가 갖춰지면 그나마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주거, 여가 등이다. 노인이 은퇴 후 지역사회에서 만족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도 구축하고 여가를 돕는 것처럼 이들을 정신질환자가 아닌 장애를 가진 장애인으로 보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춰주면 되지 않을까.

최희철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이 높다. 편견을 깨야 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시설에 와서 하루만 같이 생활을 해보라’ 권하고 싶다. 우리 학생들만 하더라도 시설방문 전에는 선입견이 있는데, 봉사 후 인식이 달라져 이 분야에서 실습도 하고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경험해보기 전에는 아무리 주위에서 이야기해도 인식개선이 쉽지 않다.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윤선희 지역에서는 중증장애인과 정신질환자를 구분한다. 그러다 보니 장애등록이 되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는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정신건강복지법 내에서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한계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다. 그래서 포괄적인 복지서비스가 지원되어야 한다.

이광식 장애인복지법 15조에 따르면 정신장애인도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 내에서만 서비스를 받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정신재활시설이 없는 지역의 정신장애인들이 장애인복지관에서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미경 지금까지 정신장애인에 대한 개입은 증상관리, 기능회복 등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역사회 안에서 정신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들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 이제는 지역사회 공동체 안에서 정신장애인이 어떻게 함께 포함되어 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아직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그런 훈련이 안 되어 있다. 이들이 정신장애인을 대변하는 활동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이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인식개선과는 차원을 달리해서 이제는 공동체 속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는 고민이 더 있어야 한다.

사회 해외에서 벤치마킹할만한 것이 있다면?

최희철 핀란드는 자살률이 높아 2015년 정신건강 국가계획을 세우고, 정신장애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1차 의료서비스로써 보건센터에서 신체건강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입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팅해 놓고 응급실에서부터 여러 기관이 한 팀이 되어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응급 대응도 조기대응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응급 상황에서 비자의 입원 결정은 대부분 국가의 몫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가족이 모든 걸 떠안기 보다는 ‘사회에서 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철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윤선희 미국에서 1980년대 생겼던 타임뱅크 시스템이 있다.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원칙을 가지고 출발했는데, 공급자와 수혜자간의 일방적인 복지전달이 아니라, 수혜자도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원칙이 있는 운동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이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 경북에 가면 ‘할배할매의 날’을 10여 년간 진행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가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 발도 씻겨드리고 공연도 하면서 본인의 활동에 대해 자존감도 높이는 활동이다. 타임뱅크 시스템이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이걸 도와줄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사회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관리체계가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도록 정책제안을 해 달라. 또한 정부나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희철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할 때 법 제정이 20년 늦은데다,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과 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 재정적 투자에서 가장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마련해주고 당사자들이 지역에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고 최소한의 권리기반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경 관리체계와 관련해서는 보건과 복지가 통합되어 가기를 희망한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커뮤니티케어가 전체 지자체로 확대돼 잘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정부가 지금까지 정신질환자 관리를 너무 민간에 맡겨놓았던 건 아닌가 싶다. 정신건강복지센터도 민간위탁 형태이고 정신의료기관도 대부분 민간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제는 정부가 정신질환과 관련해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한다.

이광식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자 관리 패러다임이 지역사회 통합이나 지역사회중심의 치료로 옮겨가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정신질환자 개입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의 인식전환이 빨리 이루어지면 좋겠다.

윤선희 현재 있는 정신건강 기관들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해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분절적이고 중복된 서비스를 어떻게 원활한 전달체계로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기반 사례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그 안에 정신재활시설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또한 정신건강 사업에 대한 국가책임제가 하루빨리 실시되어야 된다. 언제까지 민간에 의지할 게 아니라 공공차원에서 발벗고 나서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정신질환자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끌어안고 우리의 문제인 것처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서 같이 해결해 나가려는 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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