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활 균형 위한 각종 지원체계 연계방안 모색해야

조성연 호서대학교 교수
조성연 호서대학교 교수

아동을 돌보고 교육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기관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는 가정 내에서 영유아 돌봄을 담당하는 아이돌보미까지 아동학대 사건을 일으키면서 우리나라의 아동돌봄에 대한 문제가 다시 불거져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주요 국정 어젠다로 설정될 만큼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정책 과제이며, 이와 관련한 아동돌봄도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된지 오래다.

저출산 문제와 아동돌봄은 미래 국가 발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정부의 그 어떤 문제보다 우선하여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바로 아동돌봄체계의 수립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의 아동은 초등학교 이하의 연령으로 제한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돌봄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우리말샘, http://opendict.korean.go.kr)다.

이를 위해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기 위하여 마련된 사회적 구조나 체계를 돌봄 시스템 혹은 돌봄 체계라고 한다. 그리하여 정부에서는 아동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아동에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관련 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본계획으로는 아동정책 기본계획,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건강가정 기본계획 등이 있다. 이러한 기본계획은 「아동복지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사회보장기본법」,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건강가정기본법」 등을 근거로 입안되고 실시되고 있다.

‘아동 행복’ 위한 체계적인 돌봄 정책 필요

아동돌봄 정책은 궁극적으로 아동의 복지와 안녕을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일·가정 균형, 여성의 사회진출 도모, 노인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물론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아동돌봄 정책을 계획하여 실시할 수는 없지만, 아동의 행복이 궁극의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운영되어야만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동돌봄 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무상보육과 교육 예산을 제외하면 매우 낮은 수준의 예산 배정을 통해 여러 부처가 필요에 의해 혹은 선심성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아동돌봄사업이나 정책은 아동의 행복한 삶을 위한 궁극적인 목적보다는 사회 문제나 기혼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나 보여주기 식의 선심성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2년 0〜2세와 5세에 한해 무상보육을 처음 실시할 때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육과 보육에 관한 정책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를 지원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 정부입장은 보육쪽으로 지원을 확대하여 일하는 여성을 돕겠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아동의 돌봄보다는 여성의 사회참여와 기회 균등에 더 역점을 두고 아동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동돌봄 정책과 관련하여 현 정부를 비롯하여 이전 정부 모두 아동의 온전한 삶을 위한 가정에서의 돌봄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하려는 의지는 표명했으나 그 결과는 매우 미미했다.

대표적으로 무상보육과 교육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것에 비해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아동돌봄 정책을 실시해온 모든 정부는 사회적인 요구와 기대, 양성 평등한 사회 구현 등을 이유로 기관에서의 돌봄을 더 강조함으로써 마치 기관에서의 돌봄이 가정 내 돌봄보다 더 우수하고 효과적인 것처럼 호도하기까지 하면서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의 확대를 통해 아동돌봄 정책을 실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동학대 문제가 수시로 불거지고, 무상보육과 교육 등의 정책이 운영되면서 국내 최초로 2015년부터 2019년간의 5개년에 대한 아동정책 기본계획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청소년기본법」에 근거한 청소년기본계획이 1993년에 처음 수립되어 실행된 것에 비한다면 엄청나게 늦은 것이지만 사회적으로 아동돌봄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에서는 부모교육을 내실화하고, 가정양육기반 조성을 위해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를 위한 시간제 보육을 확충하고, 아이돌봄 서비스를 내실화하며, 자녀양육가정의 근무여건을 개선하여 육아휴직이나 근무시간 단축 등을 정착시키는 등의 가정양육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고자 하였으나 기본계획의 마지막 해인 올해까지도 이러한 실행기반의 조성은 미미하다.

이와 관련하여 무상보육과 교육을 처음 시행했을 때 관계 분야의 사람들은 정부의 지나친 선심성 보육예산 지원에 대해 과연 우리나라가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기 위해 모든 계층에 보육료를 지원해주는 것이 타당한지,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할 때 자녀양육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집에서 충분히 자녀양육을 할 수 있는 전업주부조차 어린이집에 보낼 때 어린이집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양질의 보육시설을 확보하고 있는지, 가정에서 자녀양육을 할 수 있는 많은 전업주부조차 집에서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어린이집에 보낼때 그 수요에 따라 충분한 공급은 가능한지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가정양육의 회피나 기관보육의 강조 등을 우려했는데 이것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는 2017년 통계청이 보고한 자녀연령별 보육시설 이용 및 가정양육 아동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즉, 3세 미만 아동 중 가정양육을 하는 경우는 83만6290명에 불과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는 경우는 214만4874명으로 약 2.6배에 달하고 있다. 이중 11개월 이하의 영아인 경우에만 가정양육(31만7981명)이 기관양육(13만9654명)에 비해 약 2.3배 많았지만 그 이후 연령에서는 기관양육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러한 현상은 무상보육으로 인해 자녀양육에 대한 개념마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내주는 결과
라 할 것이다.

물론 열악한 가정양육에 비한다면 기관양육이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가정에서의 부모-자녀관계를 통한 가족 내 인간관계 형성을 통한 가정양육의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어 가정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감소가 우려된다. 가족은 사회의 기본 단위로서 인간의 인성발달이나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므로 가정 내에서의 양육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 개발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가정 내 양육을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의 전반적인 개선책이 필요하고, 자녀양육을 위한 육아휴직이나 근무시간 단축, 재택근무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만 한다.

행정시스템·지원체계 부처별 산재…예산 낭비 초래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동돌봄 사업은 가정내 돌봄을 위한 아이돌보미 사업 외에도 영유아를 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무상보육과 교육서비스, 초등학생의 방과후 돌봄을 위한 돌봄 교실과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상시·일시 마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함께돌봄 사업, 저소득층의 아동돌봄을 위한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이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실시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제도를 계획하고 입안한다할지라도 이를 운영하기 위한 적절한 행정시스템이나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아동돌봄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행정시스템이나 지원체계에 대한 중앙정부부처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산재돼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보육사업, 다함께돌봄 사업, 지역아동센터, 드림스타트 등을, 교육부는 3〜5세 유아교육을 위한 유치원,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초등방과후 돌봄교실 등을,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 서비스, 일·가정양립문화 조성, 아동친화적 기업문화 확산 등을,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이나 경력단절 등과 관련된 고용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아동돌봄 정책은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에서
중점적으로 계획되어 운영되고 있다.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2015〜2019)에서는 ‘행복한 아동, 존중받는 아동’을 비전으로 ‘아동행복도 증진’, ‘아동 최우선의 원칙 실현기반 조성’이라는 핵심목표를 설정해 아동권리 실현기반 조성, 가정의 양육역량 강화, 아동친화적 지역사회조성, 민간과의 협력 강화, 아동정책 지원 인프라강화를 실행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삶, 건강한 삶, 안전한 삶, 함께하는 삶이라는 추진 영역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보호·지원이 필요한 아동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 아동보호 차별금지 원칙 실현, 아동안전기반 구축, 사회 안전 위협요인 대응체계 구축 등의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서는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사회’를 비전으로 아동돌봄과 관련한 추진 영역으로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출산·양육비 부담 최소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최대화’, ‘촘촘하고 안전한 돌봄 체계 구축’, ‘모든 아동 존중과 포용적 가족문화 조성’을 제시했다.

이 기본계획은 민간, 지역, 정부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공공서비스의 안정적 제공과 국가 재정지속가능성의 확보라는 추진체계를 기반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아동돌봄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계획하여 추진하려는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전 계층의 6세 미만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아동수당의 지원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당연한 권리로 정착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가족 친화적인 아동돌봄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정책 일관되게 운영하기 위한 지원체계 마련해야

여러 가지 기본계획과 관련하여 보다 촘촘하고 안전한 아동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는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역특성에 맞춰 상시·일시 마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다함께 돌봄’ 사업(서울시의 경우에는 ‘온마을 돌봄’ 사업)을 계획하여 2017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18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지역 내 자원봉사, 교육기부, 노인 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면서 지역 맞춤형의 촘촘한 초등돌봄체계를 이루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돌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필요한 때, 가까운 곳에서 친인척 수준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이 사업은 지역 여건에 맞는 통합적인 돌봄 체계를 마련하여 운영함으로써 저출산 문제의 해결과 돌봄 일자리 창출, 지역 공동체 복원 등의 다양한 효과를 산출하는데도 목적이 있다. 이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돌봄을 책임지고자 하는 또 하나의 정책인 셈이다.

올해는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의 마지막 해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마무리 단계의 해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저출산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져 출산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속히 낮아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동돌봄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즉, 중앙정부의 여러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각 운영됨에 따라 일관되고 체계적인 운영과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아동돌봄 정책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아동돌봄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관련 정책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일관되게 운영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자녀 양육기, 부모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 주어야

이를 위해 아동돌봄체계는 비록 여러 유형의 기본계획에서 다양한 아동돌봄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 할지라도 이를 통합하여 시행할 수 있는 중앙 사업전담 부처를 선정한 후 그 안에서 총체적으로 실행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한다. 기본계획에 따른 다양한 아동돌봄 정책과제의 제시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수준에서 각 부처의 단기적인 성과 지표에 연연하지 말고 아동의 행복과 삶의 질을 통한 미래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과제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을 고려해야만 한다.

정부는 우리가 돌봐야할 아동은 하나라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중앙이나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목적과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아동돌봄 정책을 입안하여 운영하면서 각 부처가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효과가 크지 않은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아동 양육이나 교육을 통한 아동돌봄의 기본은 가정에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
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가정에서 자녀양육이나 돌봄이 어려운 경우에는 아동들의 발달권과 보호권 및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만 하지만, 아동에게 있어 가장 우선하고, 또 필요한 것은 가정양육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정양육을 위해 정부에서는 양육지원체계 개편 및 육아휴직제도 개편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의 현실화와 일·생활균형 확립을 목표로 각종 지원체계의 연계 방안 모색, 남성 육아참여 확대 방안 마련과 육아기 근로시간 축소 등의 실질적인 노력을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자녀 양육기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만 한다.

최소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아동 양육을 위해 부모는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는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부모가 가정에 머물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가장 최선의 아동돌봄체계는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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