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설치율 74.8%… 공공시설 낮고 지역 간 격차 커

이동석 대구대 교수
이동석 대구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81년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이다. 이 법 제13조에 편의시설 조항이 들어갔는데 이는 UN의 권고가 작용한 것이다.

1981년 ‘세계장애자의 해’를 맞아 UN에서는 세계 각국에 장애인의 권리증진과 복지증진을 권고했으며, 아울러 이러한 권리증진과 복지증진의 일환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 및 확충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나라에는 편의시설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영어의 accessible과 facility에 상응할 만한 용어가 없었다. 이 때 제기되었던 용어가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이라는 의미에서 ‘편의시설(便宜施設)’이 사용되게 되었다(이성재, 1998; 성기창·채철균, 2003 재인용).

이처럼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필요성, 경각심은 높아지게 되었지만, 편의시설이라는 용어 때문에 무장애 환경창출을 위한 노력이 단지 하나의 시설 설치라는 편견을 갖게 하였다(성기창·채철균).

이후 1997년 4월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등 편의증진보장법)」이 제정됐다. 동법 2조에서는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을 “장애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이동하거나 시설을 이용할 때 편리하게 하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설과 설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간단히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있다(최윤진·박병은, 2017).

이처럼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이란 건축물에 부설되는 단순한 설비나 시설(건물접근권)뿐만 아니라, 이 시설에 접근 가능하기 위한 이동수단(이동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시설이나 설비, 관련된 모든 서비스(정보접근권)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또 현행 법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건물접근, 이동, 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시설임을 알 수 있다.

장애인 등 편의증진보장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18년에 시행됐다. 이 조사는 1998년 이후 신축 또는 증축 등 건축행위가 발생한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 18만5947개소를 대상으로 장애인주차구역, 승강기, 화장실 등 23종의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2018년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보건복지부, 2019)를 보고, 이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편의시설 설치율 80.2%…공원·노유자시설 낮아

첫째, 편의시설 설치율 및 적정설치율의 차이이다.

편의시설 설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치율과 적정설치율을 구분하고 조사하고 있다. 설치율은적정 또는 미흡 여부를 불문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즉 편의시설 단순 설치 여부 비율을 의미한다. 적정설치율이란 설치된 편의시설 중 법적 기준에 맞게 적정하게 설치된 비율을 의미한다. 즉 설치된 편의시설의 질적 수준 향상을 의미한다.

2018년 조사결과 편의시설 설치율은 80.2%, 적정설치율은 74.8%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년도인 2013년도에 비해 설치율은 12.3%p, 적정설치율은 14.6%p 높아진 것이며, 처음 조사를 실시한 1998년보다 설치율은 약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와 같이 설치율과 적정설치율이 향상된 것은 1998년 「장애인등 편의증진보장법」 제정 이후 지속적인 제도 보완 및 인식 개선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건축물 설계단계부터 편의시설 설치여부를 사전확인하는 ‘적합성 확인제도’의 정착(2015년) 및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새로 짓는 건물에 대한 ‘BF인증 의무화’(2015년)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적정설치율이 74.8%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건물접근 등이 용이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장애인·노인 등의 이용이 많은 노유자시설의 낮은 설치율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시설유형에 따라 제1종 근린생활시설, 제2종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노유자시설, 수련시설, 업무시설, 운동시설, 숙박시설, 공장, 자동차관련시설, 방송통신시설, 교정시설, 묘지시설, 관광휴게시설, 장례식장, 공동주택, 기숙사, 공원 등 22개 시설로 분류해 조사한 결과, 관광휴게시설의 설치율이 86.3%, 적정설치율이 80.8%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공원의 경우 설치율 66.3%, 적정설치율 62.5%로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상위 5개 시설의 설치율과 적정설치율을 보면 관광휴게시설 86.3%, 80.8%, 판매시설 85.3%, 80.6%, 문화 및 집회시설 84.5%, 78.9%, 자동차 관련 시설 84.3%, 80.6%, 공동주택 84.1%, 79.5%이다. 또한 하위 5개 시설의 설치율과 적정설치율을 보면 공원 66.3%, 62.5%, 공장 68.4%, 64.3%, 노유자시설 73.0%, 66.8%, 제2종근린생활시설 75.6%, 71.7%, 묘지 관련 시설 76.2%, 69.9%이다.

설치해야 할 의무대상시설이 비교적 적은 관광휴게시설, 공동주택 등에서 설치율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노유자시설의 경우, 장애인 등의 이용빈도가 가장 높은 시설임에도 설치율이 73.0%로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체 시설 중 설치해야 할 의무대상시설이 가장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애인 등 이용자들의 편의를 보장하여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할 노유자시설의 편의시설 설치율이 평균보다 낮은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노유자시설의 특성을 감안해 향후 설치율 제고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현행법에 정신 장애인 위한 편의시설은 배제

셋째, 공공시설의 낮은 편의시설 설치율이다.

시설운영 주체를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설치율과 적정설치율은 모두 2013년도 보다 증가했으나, 2018년 공공부문의 적정설치율은 72.4%로 민간부문의 75.0%보다 2.6%p 낮게 나타났다. 특히 공공부문 중 국가 또는 지자체 청사(84.7%, 78.8%), 지역자치센터(82.8%, 74.9%)는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파출소·지구대(72.5%, 63.4%), 우체국(75.2%, 66.0%), 보건소(76.4%, 66.9%)는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 전체 공공부문의 설치율과 적정설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2013년 이후 민간부문의 신규건축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으며, 신축되는 건축물은 의무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부문 설치율이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공공부문 중 대표적 생활 밀접시설인 파출소·지구대, 우체국, 보건소 등의 상당수가 소규모·노후 상태인 점이 거론되고 있지만 장애인 등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라는 측면에서 장애인 등의 접근권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시설에 대한 설치율 제고를 통해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장애 유형별로 차이가 나는 편의시설 설치율이다.

시설물에 설치된 편의시설 종류를 접근로, 장애인주차구역, 높이차이 제거, 출입구, 복도, 계단, 경사로 등 총 23종으로 분류해 조사한 결과, 복도(95.1%, 93.1%), 승강기(93.8%, 89.4%), 주출입구 접근로(93.3%, 89.4%) 순으로 설치율이 높게 나타났으나, 위생시설 일반사항(55.0%, 49.1%), 안내시설의 유도 및 안내설비(57.5%, 54.3%)의 설치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복도, 승강기, 접근로 등 고정적으로 설치되고 설치 후 변경이 어려운 항목들은 설치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점자블록·유도 및 안내설비 등 시각장애인 유도·안내와 관련된 항목에서는 설치율이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발달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즉 발달장애인이 건물에 접근하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쉬운 글이나 쉬운 그림으로 정보를 표기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현재 편의시설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시각장애인이 지체장애인에 비해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에서 차이가 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아예 조사도 되지 않고 있으며, 필요성도 제기되지 못한 상황이다.

다섯째, 시도간 큰 격차이다.

전국 17개 시도별 설치율과 적정설치율 모두 2013년과 비교하여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시도별 설치율을 보면 처음 조사에 포함된 세종(88.9%, 84.7%)이 가장 높고, 서울(87.9%, 83.5%), 울산(85.1%, 82.0%) 순으로 나타났으며,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역은 충북(70.8%, 62.6%), 전남(73.2%, 65.4%) 등이다. 아울러 직전 조사년도 대비 설치율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서울(20.7%p)이며, 울산(14.6%p), 충남(13.2%p), 인천(12.8%p), 경기(12.6%p) 등에서 10%p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도시지역이 많은 광역시 등 자치단체의 설치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도 단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도 단위 자치단체의 경우 농어촌 지역과 노후 건축물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 단위 지역은 고령화 속도가 광역시보다 매우 빠르고, 또한 장애인구의 비율도 높기 때문에, 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의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더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시도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중앙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정보접근까지 포괄하는 정책으로 변화해야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유자 시설 및 공공시설의 편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노유자 시설 입장에서 보면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싶어도 예산부족 등 현실적 이유로 편의시설확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시설개선지원 중 편의시설 확충 또는 BF인증지원을 신설하여 법적 기준을 갖춘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부문 중 대표적 생활 밀접시설인 파출소·지구대, 우체국, 보건소 등의 상당수는 소규모·노후 상태이므로 이들에 대한 설치율 제고를 통해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설접근뿐만 아니라 이동, 정보접근을 모두 포괄하는 정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매개시설과 내부시설의 적정설치율이 증가하였다는 것은 장애인 등이 외부에서 시설물에의 접근성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접근성의 체감률 향상을 위해서는 현재 교통약자법(국토부소관)에서 규율하고 있는 도로·보도 등 외부 접근환경 및 대중교통과의 연계, 또 이와 더불어 웹접근성 등 정보접근성까지 포함하여 개선되어야 하므로 이를 위한 부처 간 협업 강화 등이 필요하다.

셋째, 발달장애까지 포괄하는 편의시설 정책을추진해야 한다.

현행법에서 말하는 편의시설은 주로 장애 영역 중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를 포괄하고 있다. 발달장애 등 정신적 장애는 편의시설 개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에게도 편의시설은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 층의 개념을 알지 못해 특정 층(예, 3층)을 가지 못한다고 할 경우, 그냥 장애를 이유로 못가는 것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각 층마다 색을 정하고,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에 해당 층을 알리는 색을 칠한다면 발달장애인이 해당 층에 접근하는 데 장벽이 사라질 것이다. 또 우리는 각 방마다 앞에 한글로 된 아크릴 판을 붙임으로써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그림으로 표기를 한다면 발달장애인도 쉽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외국에 여행을 가서 언어로 의사소통이 안 될 때 시각적 표식에 주로 의존하는 현상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건물에 접근하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쉬운 글이나 쉬운 그림으로 정보를 표기하는 편의시설을 의무화하여야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기반 둔 정책 추진 필요

넷째, 시도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도 단위 지역은 고령화 속도가 광역시보다 매우 빠르고, 또한 장애인구의 비율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시설 설치율은 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편의시설 설치 지원 예산을 따로 편성하고, 현재 조사된 지역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설치율과 반비례적으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대안적 조치로서 편의시설에 인적 서비스 제공을 포함시켜야 한다.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보장법에 따른 편의 시설설치 대상시설이 아니거나 또는 편의시설을 설치하기가 구조적으로 곤란한 경우에도 장애인의 접근, 이용이 가능한 위치에서 장애인에게 인적서비스 제공 등 대안적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물리적 장벽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접근성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인적 서비스에 의한 대안적 조치(alternative measure)를 통해 장애인에게 최대한의 접근을 보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안적 조치란 물리적 장벽이 절대 제거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공되는 인력에 의한 서비스를 포함하며, 모든 물리적 제거 방법을 검토한 뒤 어떠한 방법도 용이하게 달성할 수 없다고 결정된 후에만 최후에 고려되는 것이다(배융호, 2018).

여섯째,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신체·행동적 특성을 고려한 장애인 전용 디자인이라는 이분법적 편의시설 설치 정책은 기본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변형·조정 또는 특수 디자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최대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재화 또는 환경 디자인을 의미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기반을 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장애인 등만을 위한 편의시설과 같은 분리는 차별을 낳고 결과적으로 시설의 방치와 예산의 낭비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장애인용화장실의 경우 장애인은 장애인용화장실만 사용하여야 하며(분리), 장애인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용화장실은 창고로 사용되고(분리), 별도의 장애인용화장실을 설치해야 하는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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