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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뱅크, 패러다임이 변한다
  • 승인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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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4개국 200여 관계자 모여 미래 푸드뱅크 발전 방향 논의
리사 GFN 회장(좌장), 클레어 피딩 아메리카 대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잭큐 유럽푸드뱅크 연합 대표, 마리아 멕시코 푸드뱅크 사무총장(왼쪽부터)이 오프닝 세션 ‘세계푸드뱅크 현황(The State of Foodbanking Globally)’ 패널로 나선 가운데 서 회장은 한국푸드뱅크 발전상을 소개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리사 GFN 회장(좌장), 클레어 피딩 아메리카 대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잭큐 유럽푸드뱅크 연합 대표, 마리아 멕시코 푸드뱅크 사무총장(왼쪽부터)이 오프닝 세션 ‘세계푸드뱅크 현황(The State of Foodbanking Globally)’ 패널로 나선 가운데 서 회장은 한국푸드뱅크 발전상을 소개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버추얼, 뉴트리셔스, 커뮤니티 빌딩. 전 세계 푸드뱅크 앞에 놓인 과제다.

전 세계 결식해소를 위해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결식해소를 위한 하나의 힘(One Network. Toward Zero Hunger)’ 주제로 런던에서 열린 ‘푸드뱅크 리더십 인스티튜트(Foodbank Leadership Institute) 2019’에 참가한 54개국 200여 명의 푸드뱅크 관계자들은 향후 푸드뱅크 3대 아젠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세미나 에는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GFN·The Global Foodbanking Network) 회원국뿐만 아니라 푸드뱅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각국의 푸드뱅크 종사자 및 식품기업, 현장전문가들이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이들은 향후 푸드뱅크 발전 가능성을 3대 어젠다에서 찾았다.

IT 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도약 ‘Virtual Foodbanking’

가상 푸드뱅킹(Virtual Foodbanking), 단어 뜻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게 식품 기부가 이루어지는 푸드뱅크다. 기부를 원하는 기업 혹은 소규모 상점에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잉여식품의 재고수량을 등록한다. 재고를 확인한 담당자는 소진 가능한 식품을 받아와 이용자들에게 배분한다. 푸드뱅크 하면 떠오르는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상의 기부가 가능해지는 모델이다.

GFN 식량자원개발 책임자 앤토니 키친(Anthony Kitchen)은 “가상 푸드뱅크는 새로운 식량자원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기부자와 이용자가 직접 연결되는 가상 푸드뱅크 배분 모델은 기부 절차를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운송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실시간 배분, 신선식품 기부의 증가로 영양의 질이 향상된다”고 역설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상 푸드뱅크 성공 모델을 소개했다.

푸드포워드 남아프리카공화국(FoodForward South Africa) 앤디 두 플레시스(Andy Du Plessis) 상무이사는 1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가상 푸드뱅크 모델을 실현한 장본인이다. 그는 “가상 푸드뱅크는 잠재력 있는 모델이지만, 앱 개발과 시스템 정착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각 나라의 조건에 맞게 신중한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푸드뱅크 대표로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델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IT 강국인 한국도 가상 푸드뱅크 도입을 검토할 시기”라고 했다.

변화하는 푸드뱅크 패러다임 ‘Nutritious Foodbanking’

비만은 가난을 먹고 자란다. 많이 먹어서 비만이 아니고 못 먹어서 비만인 역설이다. 과거 다수의 기부식품이 유통기한 임박 식품으로 이용자 선호도와 관계없이 기부가 이루어졌다. 기업에서도 남는 식품을 기부한다는 의식이 강해 보관이 편리한 가공식품 위주로 기부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복지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푸드뱅크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신선식품 수요가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신선한 식품을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 정착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영국 최대 기부기업 테스코(Tesco) 대표 데이브루이스(Dave Lewis)는 “페어쉐어(FareShare)의 푸드클라우드(FoodCloud) 플랫폼을 활용하여 신선식품 기부량을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푸드클라우드 플랫폼은 가상푸드뱅크의 일환이기도 하다. 페어쉐어 린지(Lindsay) 대표는 “푸드뱅크 이용자 77%가 식생활 영양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며 “이용자 53%는 신체가 건강해졌다”고 사회적 효과를 역설했다.

과거 푸드뱅크 패러다임이 ‘결식(Hungr)’이었다면 미래 패러다임은 ‘영양(Nutrition)’이다. 한국기업들 사이에서도 이용자 맞춤형 선호식품 지원을 위한 계획기부가 증가하고 있다. 계획기부란 생산단계에서부터 기부를 목적으로 식품을 생산하는 모델이다.

‘푸드뱅크 리더십 인스티튜트 2019’에 참가한 각국 푸드뱅크 관계자들이 강연자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
‘푸드뱅크 리더십 인스티튜트 2019’에 참가한 각국 푸드뱅크 관계자들이 강연자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

똑똑한 결식·영양 안전망 구축 ‘Community Building’

‘커뮤니티케어’, 현재 정부의 주요 과제다. 전 세계 54개국 푸드뱅크 관계자들도 커뮤니티케어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유도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푸드뱅크가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상목 회장은 ‘세계푸드뱅크 현황(The State of Foodbanking Globally)’ 세션 토의에서 “한국푸드뱅크는 정부, 공공기관, NGO, 식품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좋은 성과를 낸 성공적인 모델”이라며 “커뮤니티 내 취약계층의 연령 및 수요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복지사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지역 단위로 전달체계가 촘촘히 짜여있는 푸드뱅크가 사회안전망을 구축(building)하는 축으로 자리해야 한다”고 했다.

페어쉐어 린지 대표는 “이용자 82%가 자선단체에서 제공한 식사를 통해 지역사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역사회 내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푸드뱅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GFN 리사 문(Lisa Moon) 회장은 서 회장과의 오찬에서 “지역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커뮤니티 빌딩의 중요성에 동의한다”며, “사회적 배제 위험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들을 지역사회 안으로 끌어들일 중요한 열쇠가 푸드뱅크”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 푸드뱅크 리더로 우뚝 선 대한민국

유럽 20, 아메리카 16, 아시아 12, 아프리카 5, 오세아니아 1.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대륙별 국가다. 아메리카, 유럽 대륙에 비해 아시아 지역 푸드뱅크 발전은 더디다. 실제 GFN 회원국은 32개국 중 한국, 중국, 홍콩, 인도, 이스라엘, 요르단, 싱가포르, 대만 8개국에 불과하다.

GFN의 최대 관심사도 아시아 지역 내 신규 푸드뱅크 증설과 협력체계 구축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푸드뱅크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서 회장은 “푸드뱅크가 활성화되려면 도움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꾸준히 도움을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유사한 환경의 아시아 지역 내 푸드뱅크 정착을 위해서는 한국처럼 정부지원이 필수”라고 했다.

리사 회장도 “한국 정부의 지원과 관심은 짧은시간 동안 놀랄 만한 성과를 냈다”며 “푸드뱅크를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확대하는 데 있어 한국이 중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GFN에서 발간한 2018 연간보고서 ‘세계 영양공급(Nourishing the World)’ 내용을 토대로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에는 지역 간 푸드뱅크 협력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아시아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한국의 우수한 푸드뱅크 모델을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전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는 10월, 아시아 푸드뱅크 컨퍼런스 개최 예정

아시아 푸드뱅크 컨퍼런스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 내 국가들을 대상으로 푸드뱅크 교육의 장을 마련하려는 큰 그림이다. 리사 회장은 “한국의 특성상 정부와 기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할 수 있어 아시아 각국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며 “GFN도 아시아 지역 푸드뱅크 협력체계 구축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GFN 및 해외 선진푸드뱅크 관계자를 연사로 초청해 컨퍼런스 수준을 높이겠다”며 “GFN의 협력은 한국푸드뱅크 모델 전파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식품 유통기한 기준 엄격…외국이 궁금했다”

세미나 참가한 CJ제일제당 사회공헌추진단 정미영 사무국장
정미영 CJ제일제당 사회공헌추진단 사무국장
정미영 CJ제일제당 사회공헌추진단 사무국장

Q. ‘푸드뱅크 리더십 인스티튜트’에 참가한 계기는 무엇인가.

“세계적인 기업들의 기부는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외국은 우리나라 유통기한과 다르게 ‘사용기한’, ‘판매기한’, ‘상미기한’ 등 다양하다. 평소 푸드뱅크에 식품을 기부하면서 우리나라는 유통기한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부분들이 외국에서는 어떻게 관리되는지 직접 듣고 배우고 싶었다.”

Q. 올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슬로건이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공헌’이다. CJ제일제당의 사회공헌 가치를 소개해달라.

“CJ의 주요 가치는 크게 ‘나눔’과 ‘문화’로 나뉜다. 사회공헌의 가치와 욕구는 시대에 따라 크게 변한다. 미래가치는 ‘문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특성 상 식품은 ‘나눔’에서 나아가 ‘쿠킹’ 문화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공헌의 발전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CJ도너스캠프 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쿠킹클래스, 김장 담그기를 진행하고 있다.”

Q. 세미나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무엇이었나.

“이렇게 열정적인 세미나는 드물다. 발표자, 청중 모두 자기가 아는 것을 최대한 나눠주려는 뜨거움이 있다. 기업 내 사회공헌팀 업무를 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테스코(Tesco)와 페어쉐어(FareShare) 대표가 서로를 존중하며 협력체계를 견고하게 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CJ제일제당과 푸드뱅크도 더 끈끈한 관계로 도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