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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수급자인가, 자활사업 참여자인가, 자활근로자인가
  • 승인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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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 신분 유지 위해 근로? 수급자 지위 벗기 위해 근로?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국민의 정부는 IMF가 요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빈곤층을 위하여 ‘생산적 복지’라는 정책기조를 내걸고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데 진력하였다.

복지 욕구와 시장 요구를 절충하기 위해 제창된 국정기조가 ‘생산적 복지’였다. 복지를 추구하되 생산적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세력과 시장의 강화를 요구하는 세력의 상반된 주장과 요구를 절충한 것이 생산적 복지였다. 이의 실현을 위해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것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었다.

일하는 사람 급여 제공하는 ‘조건부 수급’

가난한 사람의 생존을 위해 권리에 기초한 급여를 제공하겠다는 법이다. 생존권에 바탕을 둔 권리성 급여로 인정하겠다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다만, 전통적인 공공부조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급여만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우선하여 급여를 제공하겠다든지, 일하는 것을 조건으로 급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소위 ‘조건부 수급’(법 제9조 제5항)이 핵심이었다. 법 시행 초기부터 이를 위해 자활후견기관들이 설치되고 지정되었다. 현재는 ‘자활센터’로 규정되어(자활복지개발원, 광역자활센터-지역자활센터, 법 제15조의2, 제15조의10, 제16조 등) 시행되고 있다.

우선, 법 제9조 제5항을 보자. “보장기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가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생계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장기관은 제28조에 따른 자활지원계획을 고려하여 조건을 제시하여야 한다.” ‘조건부 수급’으로 지칭되는 이 조항은 당시 정부에서 ‘생산적 복지의 꽃’이라고 하였다. 이 조항에 따라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이 경우의 조건은 ‘자활지원계획’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가하면 법 제7조에서는 7개의 급여 종류를 규정하면서 그 중의 하나로 자활급여를 규정하고 있다(법 제7조 제1항 제7호). 자활급여의 내용은 법 제15조에 규정되어 있다.

같은 조 제1항에 1.자활에 필요한 금품의 지급 또는 대여, 2.자활에 필요한 근로능력의 향상 및 기능습득의 지원, 3.취업알선 등 정보의 제공, 4.자활을 위한 근로기회의 제공, 5.자활에 필요한 시설 및 장비의 대여, 6.창업교육, 기능훈련 및 기술·경영 지도 등 창업지원, 7.자활에 필요한 자산형성 지원, 8.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활을 위한 각종 지원 등 8개를 제시하고 있다. 각종 지원, 대여, 제공 등이다.

또한 법 제2장의2는 ‘자활 지원’이다. 이에 따른 자활지원센터들은 ‘자활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한다(법 제15조의10 제1항 제4호).

복지와 노동이 교차하며 법적 규정 ‘어정쩡’

종합적으로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자활’, ‘자활급여’, ‘자활사업’, ‘자활프로그램’, ‘자활계획’, ‘자활지원’ 등의 용어들이 정의도 없이 때에 따라 임의적으로 쓰이고 있다. ‘자활’을 목적지향적인 상태라고 가정하더라도 ‘자활급여’와 ‘자활사업’, ‘자활계획’, 그리고 ‘자활프로그램’은 명백하게 구분되거나 통일되어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활급여 수급자의 법적 신분 또는 지위가 수급자인지 근로자인지 모호해진다. 자활사업 현장에서 이들은 수급자이면서도 근로자여서 법 적용의 일관성이 문제가 된다. 법 제18조의2에 의해 보장기관은 적극적으로 수급자가 근로자로 채용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활수급자 또는 자활사업 참여자는 근로자가 된다. 그리하여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기초법 제18조의4는 보장기관이 이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에서 수급자 재산의 소득환산액 산정 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활수급자가 재산형성을 이루었을 때 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활의 목적이 수급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게 하려는 것인지, 근로자로 전환하게 하려는 것인지 모호해진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자활을 매개로 하여 복지와 노동의 관계, 부조 또는 복지의 법리와 노동의 법리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현행 규정 하에서는 자활급여와 자활사업의 구분도 모호하지만, 수급자와 근로자의 구분도 모호하다. 수급과 근로의 관계도 규정되어 있지 않아 정비가 필요하다.

자활수급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하는 것인지, 수급자의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 근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수급자로서의 권리와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선택의 문제인지, 연계되는 것인지 모호한 채, 대상자는 이 법 안에 갇혀 있게 된다. 복지와 노동이 자활 안에서 교차하고 있지만, 법적 규정이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규정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