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희 부위원장에게 현재 우리나라에 처해있는 저출산 문제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처방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기능 및 역할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 7개 부처의 장관들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각 분야의 대표나 전문가 등 민간위원까지 총 25명으로 구성・활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따라 중장기 인구구조에 대한 분석, 사회경제적 변화의 전망과 대응책, 중장기 정책 추진방향, 5년마다 수립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와 관련된 주요 사항들을 심의한다. 또한 여러 부처가 관련된 정책들을 총괄·조정하며, 도전적인 과제들을 발굴하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5000명,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발표됐다. 출산율 현황은 어떠한가?

“합계출산율이 2.1명 아래로 떨어졌을 때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에 6명이던 합계출산율이 1983년 처음 2.1명 이하로 감소한 후 지금까지 출산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출산율 1.3명 이하를 가리키는 초저출산 현상은 2001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출산율을 살펴보면 2013년 1.19명, 2015년 1.24명, 2017년 1.05명이고, 2018년 출산율은 0.98명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발표한 저출산 정책 로드맵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기존 제3차 기본계획(2016~2020년)에 담겨있던 194개의 과제를,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방향과 부합하는지, 정책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지, 주요 국정과제나 현안과 얼마나 연관되는가를 고려해서 ‘역량집중과제’와 ‘계획제외과제’로 분류했다. 계획제외과제 94개는 앞으로 각 부처 차원에서 추진여부를 결정해서 자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고, 저출산 분야 18개, 고령사회 분야 17개 등 총 35개의 역량집중과제만 위원회 차원에서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저출산 분야 역량집중과제의 첫 번째 목표는 아이 키우기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아이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줄이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은 늘리고, 아이를 돌보는 것을 돕는 서비스는 더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거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더 쓰기 쉽도록 만드는 대책을 포함시켰고, 중장기적으로는 육아휴직이 남녀 모두 당연히 쓸 수 있는 권리가 되도록 육아휴직제도를 개편하고 일·생활 균형문화를 정착시키는 방향을 담았다. 두 번째 목표는 모든 출생이 존중되고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당당할 수 있는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고, 세 번째 목표는 청년들에게는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하고, 남녀가 모두 평등한 노동과 양육여건을 마련하며, 아이가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에 투입하는 예산규모는 얼마나 되며 주로 어디에 쓰이고 있나?

“2006년부터 시작해 5개년 단위로 실시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사업 예산을 합치면 2017년까지 총액이 약 126조5000억원이다. 그렇지만 이 기본계획에는 저출산뿐 아니라 고령사회대응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GDP 대비 가족지출 비중이 2.2%이고, 저출산에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되는 프랑스는 GDP의 3.7%를 가족지출에 투자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이 GDP 대비 3.7%의 투자가 출산율을 약0.7~0.9명 향상시켰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족지출 비중은 1.1%에 불과해, 예산 규모 측면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기본계획에 포함된 예산은 상당한 부분이 보육 인프라를 갖추는데 쓰였다. 예산 중 보육 인프라 투자 비율이 스웨덴은 55%, 프랑스는 4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1%에 가까웠다. 이런 투자가 빠른 시간 내에 기초적인 보육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기여한 면은 있지만,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국민들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일·생활 균형이나 성 평등과 같은 정책분야에는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먼저 주거, 일자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서울 평균 집값이 6억원이고, 5 년동안 전셋값은 평균 20%가 올랐다고 한다. 기혼자의 62.8%, 미혼자의 58.7%가 결혼과 출산이 어려운 이유로 ‘주택자금 마련 부담’을 꼽았으며 가족계획 때 최우선 고려사항으로도 31.2%가 주거문제를 들었다. 다음으로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 청년 실업률은 9.3%, 체감 청년 취업률은 22.9%라고 한다. 구직단념자가 50만명에 이르고 취업을 해도 청년들의 평균 급여는 180만원이다. 일자리 안정성과 소득이 부족한데 결혼이나 아이 낳기를 결심하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는 최근에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아이 낳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또 유럽 국가들을 보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나 고용률로 대표되는 사회의 성 평등 정도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 국가들을 보면 성 평등사회에 대한 인식이 논의되기 시작하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초반에는 출산율이 떨어지지만, 본격적으로 가정과 사회에서의 성 평등이 자리 잡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더 높아지면 출산율이 다시 높아지는 U자 모양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직장과 가정에 성차별이 남아있는 점도 저출산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위원회의 저출산 대책 방향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바뀐 것인지?

“그간 저출산 정책은 과거 국가주도로 산아제한정책을 펼칠 때와 유사한 관점에서 국가 주도적으로 ‘출산율 높이기’를 목표로 출산을 장려해 왔다. 다양한 가치와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이런 접근은 당사자인 청년과 여성들의 반감만 불러온 면이 있다. 그래서 출산율과 출생아수를 목표치로 제시하던 국가주의적 출산장려정책에서, 개인과 가족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여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람중심정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출산과 양육이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권리가 되도록 존중하려 한다. 또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 중 양질의 일자리도 관계있을 것 같은데?

“앞서 저출산의 구조적인 원인 중 하나로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짚은 만큼, 2040세대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춰 삶의 기반을 만드는 대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업무를 추진하는 주축인 일자리위원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일하려 한다. 청년일자리를 확충하고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청년일자리 안전망을 강화할 것이다. 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없애고, 차별 없는 일자리가 되도록 하는 등 평등한 노동환경도 만들려 한다.”

저출산 문제 관련 미혼모 대책은 있나?

“모든 출생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한부모가정양육비 지원 금액을 올리고, 사실혼 부부 난임 시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미혼모가 자녀를 키우는데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이를 인지하더라도 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합리한 법제도를 개선하려 한다. 사실혼이나 비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상담과 인식개선을 위한 대책도 발표했다. 다만, 이런 부분들은 아직 논의 초기단계이고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도 많아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통계도 구축해 나가면서, 현장의 차별적인 사례도 계속 발굴하고 있다. 또 포럼을 개최해 사회적으로 공론화 하는 작업도 계속 추진하려 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추이는?

“급속한 근대화와 산업화로 평균수명이 45년 동안 20세나 증가하는 등 장수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1955년부터 1974년생을 가리키는 베이비붐 세대가 인구의 32.5%, 약 1644만명에 달해, 이들이 노년층에 진입하는 2020년부터 고령화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이 2015년에는 13.1%였고, 2020년에는 15.7%, 2030년에는 24.3%일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저출산 속도가 빨라져 고령화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

고령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개인, 사회, 제도적 측면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노년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는 경제적인 면과 건강관리는 물론이고 인간관계나 여가, 취미, 봉사활동까지 폭넓게 노후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저출산에 비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문제에 관심이 부족한 면이 있다. 좀 더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함께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다양해지는 노인의 욕구에 대응해 개개인이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실버경제 전환, 인구 다운사이징 대비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 준비까지 대책의 지평을 넓혀야 할 시점이다. 기초연금 인상이나 노인 일자리 확충 등 다각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고, 치매노인 돌봄이나 장기요양 같은 의료와 돌봄 시스템을 지역사회중심으로 내실화하는 제도들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난해에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낳기를 희망하는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데 역점을 두었다면, 올해에는 청년세대들이 공감하고 희망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통해 청년세대의 삶의질을 높이는데 집중하려 한다. 앞으로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해서 집중적인 준비가 필요한 분야별로 대책도 마련하고, ‘아동 중심으로 양육지원체계와 육아휴직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 ‘직장과 가정에서 차별을 줄이고 남자도 가정에서 아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 ‘활력있고 건강한 고령사회를 위한 사회 시스템’같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를 공론화해서 논의하는 작업도 병행하려 한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을 때, 저출산현상은 사회의 어느 한 가지 문제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자기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저출산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런 만큼, 돈을 넣고 자판기를 누르면 물건이 나오듯이 저출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하나의 정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달라진 가치관들을 반영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계속 고민하겠다. 국민 여러분도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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