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교육 통해 평등문화 확산하고 가족의 가치 일깨워야

차우규 한국인구교육학회장
차우규 한국인구교육학회장

우리나라는 2001년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한 이래로 2018년까지 약 18년 동안 초저출산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우리나라에는 당시까지 최저의 합계출산율인 1.08명을 기록하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일명 1.08쇼크), 2018년에는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0.98명을 기록하여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인구절벽’은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지속되는 초저출산 현상은 평균수명 연장과 겹쳐지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인구절벽 현상과 기존 초저출산 대책의 한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는 1년에 약 10조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아직도 저출산 위기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정말 대한민국은 ‘저출산의 덫’에 걸려든 것인가? 여기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인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정책안은 우리 사회의 인구절벽 위기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인가?

저출산 위기 극복은 육아 지원 인프라, 결혼 및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 경감,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과 제도(필요조건)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곤란하며 사회·문화 환경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가족친화적 가치관과 문화형성 교육(충분조건)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인구절벽 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향후 여성과 노인고용률을 높여야 한다. 우수 외국 인력과 로봇의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본격화할 시점이다.

하지만, 이전에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육아지원 인프라, 결혼 및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 경감,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과 제도 도입에 중점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가족친화적 가치관과 문화형성을 위한 인구교육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소홀히 해 왔다.

결혼·출산·양육을 위한 인식 개선 교육 필요

최근 우리나라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각종 인구정책들도 이젠 선진국들 못지않게 잘 구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각종 인구 정책들은 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가?

이는 우리나라 인구 정책들이,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수십 년간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인구교육과 홍보에 노력을 기울여 온 프랑스·스웨덴 등과 같은 선진국들과 달리, 사회·경제·노동·복지 등과 같은 하부 구조의 개혁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교육 분야를 다루더라도 사교육비 경감과 같은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만 집중되어 있고, 결혼·출산·양육 등과 같은 사회 문화적인 측면은 다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느낌이다.

향후 초저출산 사회 극복을 위해서는 육아 지원 인프라, 결혼 및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 경감,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과 제도, 신혼부부 주택공급, 청년 일자리 제공 등과 같은 하부 구조의 개혁뿐만 아니라, 결혼과 가족의 가치 이해, 자녀의 소중함 인식, 일·가정 및 일·생활 양립 문화 형성, 양성평등의 가치, 반편견 문화 형성 교육 등과 같은 인구교육도 반드시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사회·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성인 남녀보다도 사회·경제적 여건이 더 나은 성인들이 오히려 결혼 및 출산에 대해서 더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여건 개선도 중요하지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 생각을 갖도록 하는 개인 인식 및 문화 개선을 위한 ‘인구교육’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여러 인구 정책들을 도입했지만, 다문화에 대한 비수용적 가치관과 인식 문제, 반생명적인 문화적 경직성 등으로 결국 온갖 인구정책들이 무력화되었다. 이는 마치 비옥한 토양 위에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아무리 좋은 인구정책 씨앗을 뿌려도 씨앗이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말라 죽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러한 아스팔트를 거둬내어 비옥한 토양에 씨앗이 뿌려지게 하지 않는 한 우리의 각종 인구정책은 그 효과를 제대로 발현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반생명 문화(일명 ‘아스팔트’)를 제거하는 교육적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각종 인구정책도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 속에서 다양한 육아 휴직 제도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하고, 아빠들도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갔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처음부터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아니며, 수십 년 이상 지속적인 노력 후에 비로소 인구 정책의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젠 단기적이고 외형적인 정책들만 가지고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충분하고 근본적 인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책들은 결국 사람들에게 쉽게 버려지거나 잊혀지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책들이 만들어지려면 인구교육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들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장(醬)도 어느 정도 묵혀야 제 맛이 나듯이, 인구교육도 어느 정도 꾸준히 노력해서 숙성될 때 비로소 확고한 문화 변혁 운동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홍보로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끌어야

그렇다면, 개인의 인식 개선과 공동체의 문화 변혁을 위해 인구교육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인가?

인구교육은 단순히 인구에 대한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 모두를 위한 인구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즉, 인구교육은 단순히 출산장려 운동이나 홍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평등 및 가족 가치를 추구하여 개인 행복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교육적 노력이어야 한다. 그리고 인구교육은 사(私)의 영역과 공(公)의 영역의 조화를 추구해야 하며, 현 세대 간 평등뿐 아니라 미래 세대로의 영속성을 추구하는 지속적인 교육적 노력이어야 한다.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구교육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첫째, 인구교육에서는 평등문화 형성 및 확산을 다루어야 한다. 성과 연령 차이에 따른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양성평등과 세대평등 문화형성 노력이 필요하다(스웨덴의 사례). 또한, 핀란드의 생물학적 성별 차이 감소를 통한 성 평등 촉진 노력도 눈여겨 볼만 하다. 즉, 여학생들이 수학과 자연과학에 흥미를 가지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남학생들이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프로젝트에 재정지원을 한다.

이를 통해 성에 따른 능력 차이를 감소시켜 성 평등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여성과 노인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의 사회참여 정도에 의해 구분된다. 선진국은 여성과 노인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의 사회참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어 여성과 노인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의 사회참여를 제한한다.

둘째, 인구교육에서는 다양한 가족 인정 및 다문화적 수용성 등의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 다문화와 혼외 출산 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문화적 수용성을 함양해야 한다. 특히, 혼외출산은 권장 사항은 아니지만 혼외출산에 대한 차별이 결국 낙태나 해외 입양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출생에 대한 사회적 보호 필요성 인식시켜야

셋째, 인구교육에서는 출생에 대한 사회적 보호 필요성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포기되는 출생·양육의 문제가 심각했다(인공임신중절은 연간 약 17만 건). 청소년 한부모가 자녀를 포기하지 않도록 보육, 교육, 일자리 차원의 종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는 부모, 임신·출산과정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하고, 누구나 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인식 정립과 문화확산이 필요하다. 즉, 생명 존중 문화와 평등과 같은 인권 존중 내용이 인구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넷째, 인구교육에서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환경과 남성 육아참여 확대 등의 내용이 다루어져야 한다. 장시간 근로(OECD국가 중 최고 수준)관행은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든다. 근무형태도 유연하고 탄력적인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일·가정양립을 위해서는 남성 육아참여가 관건이나 현재까지는 아직 미흡하므로 남성 육아참여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다섯째, 오늘날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점차 커져가는 상황에서 가족가치를 중시하고 육아를 함께하고자 하는 공동체 문화가 절실하다. 우리 모두 임산부와 태아 보호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프랑스)’는 패러다임을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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