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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급여, 신청주의 방식 현실적인가
  • 승인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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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요구 많아 수급권자 부담…신청절차 간편화 등 개선 바람직

지난 2014년 충격적인 송파 세 모녀 사건 이래 2018년 증평 모녀 자살 사건, 그리고 최근 서울 중랑구 망우동 모녀 사망사건 등 유사한 비극적 사건들이 이어져 왔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비극의 주인공이 모녀라는 점 외에 당사자들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신청조차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의 수급권자는 본인은 물론 친족과 관계자 등이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1조 제1항). 기초생활보장뿐만 아니라 국가의 사회보장 급여를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사회보장급여법」 제5조 제1항).

이는 수급권자의 권리 실현을 보장하고 돕기 위하여 수급권자 본인은 물론 수급권자를 알거나 관련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신청 자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될 때 공공부조 급여에 대하여 권리성을 인정한다는 취지에서 신청주의를 도입했고, 2003년「사회복지사업법」에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 규정이 도입되면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논란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었다.

당당하게 ‘도움’ 요구할 만큼 우리 사회 성숙한가

그리하여 수급권자 ‘신청’이라는 행정적 절차는 수급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결국 ‘신청권’으로 부르게 되었다.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했던 과거의 복지체제에서 기본적으로 시행되었던 ‘복지조치’를 넘어 이제 권리의 주체인 수급권자가 국가에 대하여 사회보장급여 또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신청하는 것은 사회보장, 사회복지 급여 및 서비스에 대한 권리 즉, 수급권을 인정하는 매우 진보적인 입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권리성을 인정하는 데도 불구하고 앞에서 열거한 비극적 사건들의 희생자들은 왜 신청조차 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

첫째, 빈곤이 과연 당당하게 신청할 만한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도움을 제공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의 신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게다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가 그 도움에 대하여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일반적인 채권-채무 관계에서는 당연히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당당하게 변제 요구를 할 것이다.

그러나 빈곤은 그러하지 못하다. 법상으로는 수급권자가 마치 채권자이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채무자처럼 규정되어 있어도 빈곤을 떳떳하게 여기며 당당하게 급여 또는 서비스를 신청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딘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그것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요구할 만큼 우리 사회가 과연 성숙되고 수용적일까? 일반적인 권리라면 당연히 신청주의가 기본으로 작동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장, 사회복지 수급권의 경우에는 여전히 신청주의보다 직권주의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다.

둘째, 이렇게 소극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신청하려면 절차가 간편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보장체계에서 신청은 많은 서류 준비들을 요구한다.

비인간적인 문서 중심의 까다로운 ‘신청주의’

포털 ‘정부24’의 사회보장급여신청서에 접속을 하면 신청서 서식과 많은 구비서류 목록이 나온다. 사회복지대상자 또는 사회보장수급자의 상태를 감안해 봤을 때, 이런 신청 절차를 본인의 의지와 능력으로 감당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물론, 현행법들도 신청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직권주의를 병행하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거나 적어 보인다.

그러나 사회복지, 사회보장 대상자들의 의사표시(법률행위) 능력이나 행정행위 또는 최소한의 거동 능력 등을 배려한다면 문서 중심의 신청주의제도는 매우 비인간적이고 심지어 반인권적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의 행정 만능주의 내지 관료주의적 발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신청을 기피하거나 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고, 그 결과 극단적인 결과까지 발생하는 현실이라면 신청주의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

119나 112 같은 간단한 전화 한 통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자격심사에 관한 서류는 안내와 대행 등의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신청권자와 담당 행정인력이 협력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에 대한 권리 실현, 국가의 책임 이행이 신청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면 더욱 신청 절차에 대해 구체적인 배려와 서비스 제공이 있어야 한다.

사회보장급여 신청에 대한 현실 타당한 법 개정과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약자들의 인간다운 생존권 실현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