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현장 인권 침해 구체성·형평성 결여로 지속적 발생

소위 도가니 사태 이후 속칭 ‘도가니법’들이 줄줄이 제·개정 됐다. 사회복지법에도 직접적으로 ‘인권’이라는 단어가 규정되기 시작했다.

2012년 1월 26일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은 기본이념(법 제1조의2) 조문을 신설하면서 같은 조 제3항에 “사회복지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자는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법 역사상 최초로 ‘인권’에 대한 보장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제4조(장애인의 권리)도 인권규정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장애인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밖의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장애인은 장애인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참여권을 선언했다.

또한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복지시설 종사자의 인권교육을 의무화했다(법 제6조의3). 그리고 2015년에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액면상으로 보면 사회복지법에서는 인권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인권 관련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매우 위험하고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침 역할 못하는 선언적 수준의 법 규정

그럼에도 사회복지법은 사회복지 현장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거나 명확한 지침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냥 단순하게 인권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정도의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법에서 인권 문제는 대체로 두 가지 차원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인권의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사회복지법에서 인권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 정의도 없고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구체적 기준이나 적용방법과 절차 등이 허술할 뿐이다.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아직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사회복지법에서 ‘인권’을 규정한 것은 대개 사회복지 대상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보니 사회복지 제공자나 사회복지사업 종사자들에게 인권의식을 요구하는 규정들이 많다. 그러나 현장의 사정을 보면 사회복지사 또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사회복지사업 운영자 또는 사회복지 대상자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겪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의 인권에 대하여 사회복지법은 침묵하고 있다.

오로지 사회복지 대상자의 인권만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급자나 종사자의 인권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위협 받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사회복지법은 이 부분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와 태도, 그리고 문제해결의 절차와 방법 등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과 ‘복지’의 관계에 관한 입장과 원칙이 정해져야 한다. 양자를 동일시하는 듯 하면서도 아무런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여 실효성이 없는 명목상의 규범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규정은 복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 한다”라고 선언, 광범위한 인권을 인정하고 있다.

인권’과 ‘복지’ 상호 친화적 입법으로 해결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소위 ‘과잉제한 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 조항을 보면 인권은 제한될 수 있는데, 그 조건은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유지, 공공복리에 해당되는 경우다. 이는 반드시 입법부인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그렇더라도 인권의 핵심과 본질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공공복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면, 인권이 사회복지를 침해할 경우 입법을 통하여 최소한의 수준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의 규정들을 기초로 할 때, 우리는 ‘인권’과 ‘복지’의 상호 친화적 관계와 견제적 관계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근거로 하여 인권과 복지의 상호적 관계에 관한 입법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회복지 대상자의 인권 침해는 물론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종사자의 인권침해 역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권의 구체성과 형평성의 문제를 ‘인권과 사회복지의 관계’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해결의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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