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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확대의 시대, 새로운 도전과 과제는?
  • 승인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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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민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력 이뤄져야
김보영 영남대 교수
김보영 영남대 교수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올해는 ‘황금돼지해’라 불리는 만큼 모두들 특별한 복을 기대하지만 이는 삶의 무게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 속에서 출범했던 현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과제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이나 소득에서 나타난 지표 개선은 잘 보이지 않고, 고된 삶에 대한 절망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표(Better Life Index)에서 우리나라는 38개국 중 29위에 그친데다 이 순위는 매년 하락세에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경기부진과 고용한파를 주원인으로 지적하지만 오히려 취약한 복지 문제가 핵심 원인일 수 있다. 사실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3% 내외의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에 비해서 나쁜 수치가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2% 이상이면 경제가 안정적이라 평가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지출 수준이 OECD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복지 확대는 사회복지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사회복지계에 기회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새해를 맞아 사회복지계가 직면한 이러한 도전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쳐나갈지를 따져보기 위하여 먼저 이러한 변화 배경을 간략하게 살펴본 다음 사회복지학계와 실천현장의 도전과 과제를 순서대로 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는 과거 반세기 동안 성공적인 고속성장의 신화를 이뤘고, 다른 한편으로 그 신화에 발목을 잡혀 있다. 세계 최빈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문제에 대해 고속성장 이외 다른 해법에 익숙하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2000년대 이후 선진국처럼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고속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국민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경제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국민의 삶은 더욱 가혹하게 피폐해지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또 다른 삶의 축은 가족이었지만 이마저도 붕괴되고 있다.

최근 OECD 사회지표에서 이미 최악의 지표로 알려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삶의 만족도와 출산율 이외에 사회적 고립도 역시 최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특히 가장 부양부담이 큰 50대의 경우 ‘믿고 의지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가’란 질문에 34개국 중 34위에 그쳐 가장 심각한 사회적 고립상태를 보이고 있다. 결국에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삶에 있어 의지하던 경제성장도, 가족도 이제는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확대로 인한 새로운 도전 부각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매년 복지예산 증액을 강조하고 있으며, 올해 보건복지 예산이 처음으로 15%를 넘어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여전히 국제적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서 복지지출은 최저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나마 지출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계에도 새로운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과거에 복지가 정말 없던 시절에는 단지 복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 어떤 복지라도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으로도

사회복지계의 목소리가 의미가 있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복지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보다 구체적인 답을 요구받게 됐다.

따라서 이제 복지 관련 쟁점은 매우 논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 복지 확대에 대한 찬반 주장처럼 단순하거나 보수나 진보, 보편적 혹은 선별적 복지와 같이 이분법적 논쟁의 구조가 아니다. 논쟁은 어떤 복지를 어떻게 행할 때 더욱 효과적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고 있다. 복지냐 경제성장이냐의 논쟁에 있어서도 단순한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떠한 복지를 통해 경제문제를 해소할 수 있느냐’ 또는 ‘어떠한 경제를 통해 복지문제를 해소할 수 있느냐’로 질문이 바뀌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 역시 이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복지학계는 단순한 선진국 따라잡기 수준 이상의 대안과 근거 제시를 요구받고 있다. 단순한 선진국 학계의 이론 수입상을 넘어 더욱더 깊은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과 이론적 설명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도적 맥락에서 더 효과적이고 진전된 대안을 논증적·실증적 근거를 통해 제시하고, 우리사회의 역사적·경험적 분석이나 보다 정치(精緻)한 비교학적 연구를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이론적 설명을 내놓는 시도가 필요해지고 있다. 학계에서도 그만큼 더욱 치열한 고민과 연구가 절실해지는 것이다.

복지확대는 사회복지학계 뿐만 아니라 실천현장에 새로운 기회보다는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과거에 복지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던 시절에는 사회복지실천이 거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과거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사회서비스로 제도화되기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사회복지에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실천현장은 이중삼중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도전 상황은 날이 갈수록 해소되고 있다기보다 더욱더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 역할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사회에서 복지 역사는 시작됐었다.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복지 역할은 국제원조단체가 대신 맡았었고, 이들이 떠난 후 민간부문이 경제성장이 우선이었던 국가를 대신해 그 역할을 떠안았다. 이후에도 국가의 직접 개입보다는 보조금을 주고 위탁하는 방식으로 민간 중심 실천현장이 형성되고 발전해왔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복지란 이렇게 형성된 비영리 민간 사회복지가 거의 독점적으로 담당하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장기요양보험제도, 바우처 도입 등 사회서비스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영역 확대가 급격히 이루어졌다. 이렇게 확대된 영역에서는 기존의 비영리 민간복지가 중심이 아니라 영리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주체들이 대거 영입됐다. 기존의 비영리 민간중심의 복지 예산 규모가 수천억 원 정도라면 이렇게 제도화된 사회서비스는 수 조원 규모로 지역사회 복지에 있어 전통적인 실천현장은 오히려 일부분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2012년부터 시·군·구 기초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읍·면·동 단위까지 확산되고 있는 통합사례관리는 실천현장에 또 다른 도전을 안겨주었다. 제도화된 사회서비스 이외의 영역에서 조차 전통적인 비영리 민간복지가 담당해왔던 부분을 정부가 직접 통합사례관리라는 이름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의 사례관리는 민간부문의 실천방법론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정부가 이를 그대로 정부조직을 통해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인식이나 지위의 측면에서 훨씬 더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정부의 사례관리에 자원이나 역할을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자체적인 조정과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앞으로도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공공 사례관리 개편 등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민간복지, 공세적 역할 찾기 나서야

하지만 지금까지 실천현장에서의 민간복지의 대응이나 논의는 매우 제한적이고 수세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성이나 기득권을 내세워서 자신의 영역 지키기에 급급해온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민간복지는 한 번도 제대로 민간이었던 적은 없었다. 출발에서부터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대행해왔던 민간복지는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대행 역할에서 벗어나 본연의 제 역할을 찾아가기 보다는 점점 좁혀 들어올 수밖에 없는 대행 역할을 여전히 틀어쥐고 지키는 데에 머물러 있는 형국인 것이다.

원칙적으로 정부와 민간의 핵심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정부의 담당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기본적 욕구를 보장하는 것이다. 제도적 기반과 행정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 정부는 일정한 재정을 가지고 제도적인 자격조건을 기준으로 이런 기본적 욕구를 적정한 수준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주체로서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

반면 제도적 제약과 행정적 경직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은 이러한 제도적 수단으로 보장하는 것보다는 보다 혁신적이고, 유연하고, 선제적인 다양한 프로그램과 개입을 통하여 이러한 기본적 욕구의 발생 자체를 예방 혹은 완화시키거나, 악화를 막아 궁극적인 삶의 질을 구현시킬 수 있는 주체이다. 대신에 민간은 공공의 지원이나 자발적인 기부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욕구를 보장하는 역할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애초에 복지에서 국가 역할이 거의 부재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기본적인 생계나 보호가 필요한 문제들을 민간이 맡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돌봄이나 지원 부분이 사회서비스로 제도화되고, 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의 비수급 빈곤층을 발굴하고 보호하는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정부가 제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에 그 역할을 담당해왔던 비영리 민간복지에게는 이제부터 정부의 대행자가 아닌 민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당연한 방향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침이나 평가에서는 과거의 대행자로서의 틀을 유지하면서 정작 대행자의 역할은 가져가는 셈이니 국가 역할의 확대가 민간복지의 새로운 기회가 되기보다는 치명적인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부문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기존 영역을 지키려는 방어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 역할의 확대는 전체 사회복지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변화이고 이로 인해서 기존 주체의 역할 분담은 변화돼야 하는데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확대되는 국가 역할을 인정하면서 그에 따른 새로운 민간 역할을 주장하기보다는 대행적 역할이란 기존의 지위를 고수하고 그 안에서 전문성을 강조하여 우위를 주장하는 정도에 그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정부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정부 역할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찾아가기 보다는 민간이 대행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여 상호간의 역할 충돌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읍·면·동 복지영역이 확대되면서 읍·면·동주민센터가 민관후원 조직, 사회프로그램 운영, 캠페인성 사업 추진 등 오히려 민간 복지관과 구분이 안 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이 대행해왔던 기본적인 지원이나 보호를 직접 하게 된다면 이러한 민간의 접근방식이 아니라 제도적인 보장성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정작 필요한 제도적 개편이나 재정확보는 미진한 가운데 민간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민간 역할 활성화 지원해야

복지확대의 시대에 민간복지가 실천영역에서 제 역할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정부는 정부의 방식으로 제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면서 민간이 본래 해야 할 역할을 시대에 맞게 확보하는 보다 공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민간이 그에 맞는 선제적이고, 유연하고, 혁신적이고, 다양하고, 지역사회에 밀착된 다양한 개입과 활동을 할 수 있을 때 정부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정부의 기본적 욕구에 대한 보장이란 인간다운 삶을 어렵게 만드는 기본적 욕구의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대한 사후적 개입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민간의 선제적이고 혁신적인 개입이란 그러한 욕구 상황의 발생 자체를 사전에 막거나 지연 혹은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복지는 정부 역할에 동원되기 보다는 민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의 상태는 정부가 정부 역할을 하면서 민간 자원을 동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할 모습은 정부가 정부로서 책임져야할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이 민간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촉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의료비용의 폭증 등 국가로서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갈 수밖에 없는 부담을 해소해 가면서도 국민의 삶의 질은 높여갈 수 있는 정부부문과 민간부문 복지의 역할 분담과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