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사회공헌 패러다임이 ‘혁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업 사회공헌 추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을 마련했다.


사회 우용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소장

대담 김정태 ㈜MYSC 대표, 문헌규 ㈜에어블랙 대표, 서진석 행복나눔재단 SI사업팀 그룹장


혁신적인 기업 사회공헌 추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우용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소장, 김정태 ㈜MYSC 대표, 서진석 행복나눔재단 SI사업팀 그룹장, 문헌규 ㈜에어블랙 대표
혁신적인 기업 사회공헌 추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우용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소장, 김정태 ㈜MYSC 대표, 서진석 행복나눔재단 SI사업팀 그룹장, 문헌규 ㈜에어블랙 대표

우용호 최근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공헌도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을 확대하고 응용한 혁신사례,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혁신적인 기업 사회공헌 전략과 방향’을 모색하고자 좌담을 마련했다. 먼저, 최근 기업 사회공헌 동향과, 환경변화에 따라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 달라.

김정태 기업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고, 그 변화는 기업 사회공헌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기업은 ‘저성장 기조에서의 사회공헌은 무엇일까’를 체감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는 새로운 시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기업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의 기업 사회공헌은 그 본질 자체로 좋았지만, 이제는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속에서 보다 전략적이고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사슬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저성장 기조에서의 사회공헌활동이 최근 ‘더 많이(more)’보다는 ‘더 나은(better)’의 관점으로 진화하여 사회공헌프로그램이 서로 연대하기 시작했다. SK의 ‘행복얼라이언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결국 기업, 지역사회, 공공이 민간협력, 집합적 임팩트 등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모색하고 지역문제 해결방안 등을 찾아나가는 ‘better’로의 방향전환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서진석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모든 정보가 투명화되고 있어 사회공헌의 입지가 작아진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드러내고 홍보하던 예전과는 달리 ‘들키기 마케팅’이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다.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 사회공헌자체의 리스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본연의 경영활동을 하면서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문헌규 CSR이 글로벌 플랫폼 수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은 글로벌화되어 있는데 아직 CSR은 이에 못 미치는 것 같다. 미국 뉴욕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체 ‘뉴욕 케어스’는 전 직원의 80%가 연구원이고 나머지는 관련 상담을 해주는 상담사인데, 대부분 자원봉사자이다. 유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기술을 배우고 자국으로 돌아가 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CSR 관련 인력양성 플랫폼이나 글로벌 플랫폼이 전혀 없다. 개인적 소견으로 기업 입장에서 CSR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하는 것도 있지만,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사전 예측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 답을 찾아내기 위해 시장의 기본인 지역사회에 대한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명분이 되는 것이다. 행안부의 공공데이터포털과 같은 수준의 복지데이터센터가 설립되어 기업의 CSR 활동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서진석 국내 사회공헌 비용은 더 이상 증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발간된 ‘2018 사회공헌센터 백서’에 따르면 약 2조7000억원인데, 그 추세가 지속될 것 같다. 미국도 1985년을 정점으로 사회공헌 비용이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다면, 플랫폼 방식으로 기업 사회공헌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은 동의하나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비용이 2조원이 아닌 10조원이 되더라도 우리 사회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사회공헌 비용을 통해 우리 사회 여러 변화를 이끌어내고, 비즈니스 동력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플랫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우용호 세계적으로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등장한 건 오래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기업과 NGO 간, 또는 기업 간 파트너십을 위한 전략적 조언과 함께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 달라.

김정태 집합적 임팩트가 일어난 기저는 각 섹터별로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사회혁신 어젠다의 중요성을 느끼고 사회적 공감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도시재생에서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가야된다’는 변화의 깨달음은 결국 예전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각 섹터 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감수성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또한 비영리단체나 시민사회에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고민하다 보니 ‘사회적 경제’쪽으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집합적 임팩트의 경우 이제 언어를 배우기 시작해 막 말을 걸어보려는 단계인 것 같다. 하지만 언어를 배웠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공동작업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서진석 글로벌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편으로는 편익을 증대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사회문제를 예전에는 조그만 단위에서 해결했다면 이제는 지역 단위, 글로벌 단위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섹터 간 힘을 모으게 되는데, 아직까지는 실험단계여서 서로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다. ‘SK 행복얼라이언스’만 하더라도 결식문제 해결을 위해 40여 개 기업이 뭉쳐있는데 기업마다 관점이 다르다. 사회문제 해결을 원하는 곳,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곳, 효용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곳, 사회적 가치 관점에서 참여하는 곳 등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 이를 단일화하기 위한 많은 실험이 필요해 보인다.

문헌규 공감한다. 2007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대회 에이전시에 참여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대회로, 시민단체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참가자들은 사막에서 달리는 이색체험을 통해 사막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을 위한 홍보 효과,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비용과 가치 등이 정확하게 매뉴얼화되어 있었다. 기존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매뉴얼이었다. 사회공헌의 목적이 사회문제 해결도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홍보나 마케팅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이 같은 매뉴얼이 있다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우용호 구글, IBM 등 다국적기업은 사회혁신의 주체가 되어 사회공헌 활동을 이끌어 나가려는 힘이 있고 브랜딩이 되어 있는데, 국내 기업은 단순 CSR에서는 많이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선진 기업의 혁신적인 사회공헌 방향으로는 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사회혁신을 위한 사회공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언해 달라.

문헌규 2017년 스탠퍼드대학교의 자율주행연구소,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등 12개 주요 연구소를 방문했는데, 국내 많은 대기업이 기부를 하고 있었다. 담당 교수에게 기업 유치 방법을 물으니 기부자에게 사전에 매뉴얼을 통해 기부효과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매달 보고서로 결과를 제공해준다고 했다. 현장에서 사회공헌 담당자 교육을 하다 보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기업상품처럼 융복합이든 개별이든, 해외 또는 국내 지역사회공헌 사업이든지 피부로 체감되는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뉴얼 작업은 시민단체나 대기업에서는 할 수 없으므로 중간지원기관으로서 비영리 전문 연구소가 필요하다.

김정태 요즘에 많이 쓰는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는 사회공헌을 훨씬 뛰어넘는 용어다. 여기에는 융복합이 들어가 있다. 우리 기업이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더 잘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이나 전략기획, 사업공헌에 대한 변화 이론(Theory of change)을 적용해보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아직 의사결정자, 최고 경영자의 확신이 없으면 ‘Bottom up(아래에서 위로)’으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밀레니엄 세대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면서 ‘Bottom up’의 변화도 점차 일어날 거라 기대한다. 최고 경영자의 경우, 주변인을 통해 전달받은 이야기로 인하여 큰 변화가 있는 것을 느꼈다. 최고 경영자들이 어디서 ‘소셜임팩트’를 듣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오피니언 리더들이 최고 경영자가 소속된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해서 전파하거나, 최고 경영자가 참석하는 포럼이나 컨퍼런스에서 관련 사례를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처럼 의사결정자도 비전을 제시하고 ‘Bottom up’에서도 변화하다 보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입지가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

서진석 기업이 자기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은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로 볼 수 있다. 서구 국가의 경우 주주자본주의에 의해 오랫동안 법적 기반을 다져왔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보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 등에 의해 2000년대가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 우리기업은 대부분 사회공헌 측면에 머물러 있어 서구 선진기업들과 큰 차이가 있다. 이런 부분들은 급격하게 쾌조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 최근에는 점차 사회적 가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 같다. 즉, 우리나라의 사회공헌 역사는 이제 겨우 20년 정도고,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우용호 공동의 사회목적을 달성해 나가는데 있어, 기업뿐만 아니라 NGO의 역할도 중요하다. NGO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조언해 달라.

서진석 앞서 밀레니엄 세대의 긍정적 요소를 얘기했는데, 한편으로 밀레니엄 세대는 자기중심적인 사회적 가치 실현에는 관심이 있지만 지역재생, 환경 등 사회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적다. 또한 밀레니엄 세대는 소셜벤처 분야로는 갔는데, 기존의 NGO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 NGO들이 40~50대 활동가는 있지만 20~30대 활동가는 부족한 인구절벽을 겪고 있다. NGO 역량을 제고하는 첫 번째는 사람과 자본이다. 자본이 유입돼 프로젝트 만들면 우수한 인재가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을 길러낼 교육이 필요한데, 단기적으로는 그들과 같이 협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김정태 두 가지 벤치마킹이 가능할 것 같다. 첫 번째는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가 유무형의 데이터라고 한다면 NGO야말로 기업이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예는 아디다스와 팔리포디오션(Parley for the ocean)의 공동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팔리포디오션은 해양의 바다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비영리단체다. 아디다스는 2024년까지 신발, 의류 등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서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할 것을 선언했는데, 관련 기술력이 없어 비영리 단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재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밀리고 있는 추세다. 호텔이라는 브랜드가 에어비앤비에 밀리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사내벤처를 한다.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에 몰리는 이유는 많은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기업이 관심 있는 영역에 NGO를 스타트업하고 창업하는데 지원해서 장기적으로 페이스메이커, 따뜻한 동행자로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진석 동의한다. 우리사회 변화를 이끄는 것 중 리딩기업이 바뀌어서 업계 선두 표준을 바꾸는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면 공급 업체 가이드라인은 리딩기업이 업계 표준으로 만들어 확산시키는데, 혁신은 리딩기업에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파타고니아가 월마트·나이키와 함께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중견기업이나 소기업이 대기업을 변화시키는 프레임과 같이 NGO가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프레임은 NGO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동력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하면 우리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제공해준다’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는 NGO관점에서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김 대표의 말처럼 혁신하기 위한 동반자,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면 멋진 파트너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헌규 기존 시민단체가 변화하기 않기 때문에 퇴보되고 청년들이 가지 않는 거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대화구조가 다르다. 노력에 대한 기회비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시민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거다. 그래서 청년들이 만드는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 사회적기업과 기존의 시민단체가 협력해야 한다. 최근 대형 시민단체와 스타트업 간 공동 작업으로 좋은 성과가 나온 사례가 있었다. 기존의 시민단체는 젊은 층, 20~30대의 인력이 없어 의사결정도 느리고 업무 수행이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양쪽 간 융복합 프로그램이 지원돼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상생협력처럼 CSR 영역에서도 기업과 NGO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생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고 다양한 공동 프로젝트가 많아져야 한다.

우용호 핵심은 사람이다. 대기업보다 작은 벤처기업에서 혁신적인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개인을 위한 기부 플랫폼도 만들어주고 기부컨설팅도 해주면서 개인, 기업 모두 사회를 변화하고 발전시키는데 주체로서 활동해야 한다. 특히 NGO에서도 전통방식의 단순 모금방식보다 소셜벤처가처럼 혁신적인 사회공헌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반 국민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민주시민사회에서 개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견을 말해 준다면?

서진석 안타깝게도 개인적인 측면이 더욱 발전될 것이라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안타깝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사회적 자본이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사회적 가치 창출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이다. 그렇지만 어떤 제품을 구매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어떤 활동을 하면서 정체성을 드러내며 그것을 SNS를 통해 표출하는 건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익숙한 방식이다. 젊은 세대에 공동체 가치를 함양시키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 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나눔과 사회봉사를 생활화하는 문화와 교육이 결합되지 않으면 어렵다.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다. 문제의식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했지만 그것을 내가 관심을 가진 특정한 부분만이 아닌 사회 전체적으로 확대시켜서 객관화할 수 있는 것까지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태 이제는 가성비 패러다임에서 가심비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단지 양이 많고 값싼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지불한 돈이든 경험이든 시간에 비해서 내가 가져가는 감성적 경험에 대한 것에 소구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공동체에 대한 퇴색, 가족과의 경험이 줄다 보니 밥 먹고, 취미활동하고, 노는 것에서 나를 바라보고 의미를 생각하는 경험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사회공헌에서도 마찬가지로 김장, 연탄 나르기 등 우리에게 익숙했던 활동은 개인의 경험보다 가성비였다. 최근 판교에 있는 다양한 IT업체가 사회공헌협의체를 만들었다. 각자 사회공헌을 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나 효과성이 낮아, 직원이 원하는 봉사를 선택해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런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

문헌규 CSR에 대한 해석이 세대 간 다르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공동체 문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소통방식이나 접근 방식이 다른 거다. 젊은 세대들의 공동체 문화는 온라인으로 이미 오픈돼 있다. 장년세대들은 김치를 담고, 동아리 선후배 동문회를 가고, 이런 부분에 연민을 느끼지만 젊은 세대가 느끼는 사회참여의 모습은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 사회계층 간 통합과 연대를 통한 사회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할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용호 각 섹터 별로 사회공헌 혁신과 참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해줬는데,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 사회복지 관련단체나 종사자, 기업,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협력해 나가야 할지 조언해 달라.

김정태 무엇보다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다양한 섹터별로 현재 각자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섬마다 언어를 만들고 있는데, 이걸 연결하고 묶어주는 역할을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하면 좋겠다.

서진석 시민력을 키워야만 선진 사회복지국가로 갈수 있다. 많은 플랫폼 얘기가 오갔는데, 플랫폼 목적은 두 가지라고 본다. 첫 번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플랫폼에 참여한 주체들의 성장과 변화다. 즉, 플랫폼에 참여하는 주체를 기업, 기관, 대중이라고 봤을 때 그들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 일하는 방법 등의 구조가 변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플랫폼에 일반 대중이 소비나 기부,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하게 하면서 소비자를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사회 사회적 자본의 근본적인 형태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히 사회문제 해결 관점만이 아니라 시민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문헌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청년들과 이야기해보면 ‘어차피 뺏길텐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은 1%의 성공확률이 있으면 시도하고 도전한다. 그래서 혁신에 대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밖에 없다.

우용호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2019년 사회공헌 혁신 키워드는 무엇인가?

서진석 ‘PR의 시대에서 사회적 가치의 시대로’이다. ‘이걸 통해서 우리 기업을 얼마나 알리느냐’의 관점으로는 사회문제를 풀어내기 어렵고 협력과 연대와 상생이 불가능하다.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는 관점으로 인식을 전환한다면 공유와 협력의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되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태 앞서 강조했던 ‘more to better’다. more로 갈수록 사실은 배제하고 ‘우리끼리’, ‘우리 꺼’가 되는 거다. 창의성과 혁신, 연대와 협력 등 이 모든 키워드는 결국 ‘better’에서 나올 수 있다.

문헌규 ‘CSR 융복합’이다. 민관협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국제기구 등 모든 섹터가 유동적으로 융복합을 통해 사회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우용호 사회혁신의 방점이 ‘Harmony and Humanity’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조화로운 사회발전과 인간성을 구현하는 사회혁신을 이루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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