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구 원장, 2022년 80만개 일자리 창출 ‘역점’…노인고용에 대한 인식개선 선행돼야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Q |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린다. 원 내에서 발탁돼 직원들의 기대와, 나름의 부담이 클 것 같다. 지난 5개월간 느낀 소감을 말해 달라.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노인인력개발원에서 지역본부장, 취업지원실장 등으로 근무했다. 몸담았던 인력개발원에 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지난 10년의 현장 경험이 헛되지 않도록,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Q | 실무자일 때와 기관장이 되어 ‘기관’을 바라볼 때는 많은 시각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관의 큰 방향성, 노인일자리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시각차이라고 할 수 있다. 실무에 있을 때에도 같은 고민을 했지만, 기관장의 입장에서는 더 넓은 시야로 보고, 고민하게 된다. 기관과 노인일자리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은 임기 내내 계속 될 것이다.”

Q | 한국전력에서부터 한국노총까지 이력이 특이하다. 사회복지계와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데, 사회복지계 입문배경이 궁금하다.

“한국전력공사때부터 줄곧 노동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항상 사회통합을 지향해 왔다. 하지만 지향과 생각만으로는 실천적 대안 제시 등이 어려워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택해 이론적 바탕을 일궈왔다. 그리고 한국노총시절(참여정부시기) 장기요양보장제도 등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도입시에 이해관계자 대표로 참여하는 등 사회복지계와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Q |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올해 초 보건복지부에서 수립한 제2차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의 목표인 ‘노인일자리 80만개 창출’이 개발원의 역점과제다. 2004년 2만5000개로 시작한 노인일자리사업은 올해 51만개를 넘어섰다.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수요충족률은 42.7%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어르신들에게 제공해드릴 수 있는 일자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도 노인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을 감안한다면 무엇보다 양질의 노인일자리를 많이 개발·보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질의 노인일자리 개발·보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 그동안 노인인력개발원의 주요성과를 꼽는다면.

“2011년부터 정부지원으로 시니어인턴십, 고령자친화기업, 기업연계형사업 등 다양한 민간일자리 사업을 도입해 근로능력이 있는 만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주요한 성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르신에게 적합한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고, 이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직접 발로 뛰면서 발굴해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쌓은 노하우는 개발원의 가장 큰 장점이며, 이를 통해 명실공히 최고의 노인일자리 전문기관으로 성장해 왔다고 자부한다.”

Q | 개발원의 당면과제와 해결책은 무엇인가.

“노인일자리 예산과 사업규모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노인복지법 일부규정과 복지부지침에 의해서만 운영할 수밖에 없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애로가 많다. 일례로 참여 어르신들의 근로자성 문제나 노인일자리 수행기관들의 고용관련 부담이 발생하고, 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 등 타 기관과 정보연계의 어려움과 같은 다양한 현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일자리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노인일자리의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당면과제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다. 노인 빈곤, 자살률, 행복지수, 안전불감증, 환경문제,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 비해 이러한 문제들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일자리 창출과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 노인일자리 창출을 통해 노인빈곤 해소에 기여하고, 환경 보존, 지역균형발전, 타기관과의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남동발전과 개발원, 지자체가 함께한 ‘바다사랑 지킴이’사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해당지역 노인들이 지역 해안가 쓰레기 수거 및 환경정비 활동을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노인일자리 창출은 물론 해양환경 보존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사례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의 신뢰도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올해부터 기관의 혁신을 위한 시민참여혁신단을 운영중이며, 향후 참여단의 역할과 권한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9월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업무협약식이 진행됐다.
지난 9월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업무협약식이 진행됐다.

Q | 현재 우리나라 노인일자리 현황이 궁금하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서의 ‘노인일자리’는 2018년 현재 51만3000개로 2022년까지 80만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사업 중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공익활동은 37만5000개, 재능나눔활동은 5만2000개 수준이다. 나머지는 기업을 지원해 노인을 고용하게 하는 민간 노인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고령자 일자리 현황을 살펴보면, 고령층 산업별 취업자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가장 많고(35.6%), 도소매·음식·숙박업(19.6%), 농림·어업(14.4%) 순이다. 2018년 일하기를 원하는 55~79세 고령자는 64.1%로 전년 62.6%보다 1.5%P 증가했다.”

Q | 정부가 2022년까지 노인일자리를 80만개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확대방안이 있는가.

“제2차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으로 2022년 80만개까지 일자리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정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들의 노인 고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데, 여기에는 일하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노인고용에 대한 기업의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어르신들도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취업역량을 갖춰야 기업과 어르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원에서는 앙코르라이프캠퍼스(노인취업교육센터)를 운영해 취업을 원하는 어르신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Q | 노인일자리의 양적확대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마련도 중요하다. 특히 2020년 베이비부머세대의 노년층 합류가 예상됨에 따라, 노인일자리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해 보이는데….

“공적영역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의 경륜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지역아동센터나 장애인시설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분야에서 활동(60시간)과 수당(54만원)을 제공하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2만개 신설하고, 표준화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지역특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는 베이비부머세대 같은 신노년층의 기대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해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숙련 기술직 은퇴자를 청년근로자의 멘토로 고용해 기술과 기능을 전수함으로써 기업을 지원하는 세대통합형 일자리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Q | 최근 국감에서 노인일자리 사업 부정수급액이 올해까지 누적 5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인일자리 부정수급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가?

“부적격·부정수급 참여자의 참여방지를 위해 신청자격이 안 될 경우 사업 참여가 불가하도록 업무시스템을 통해 제한하고 있다. 또 사업참여 중 자격 변경 확인을 위해 사회보장정보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협업해 주기적으로 자격변동 정보를 받아 조치하고 있다. 아울러 시니어인턴십 등 민간분야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지원금 신청 전 참여노인의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이력내역서’를 제출받아 사전 확인하고 있으며, 현장점검 등을 강화해 부정수급 참여자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 노인일자리 사업의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사업이나 향후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다. 저소득 노인의 소득보전 강화 등을 위해 기존 공익활동보다 활동시간 및 급여가 높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2019년에 신설할 예정이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지역아동센터, 장애인시설 등 취약계층 대상 시설을 대상으로 참여노인이 월 60시간, 약 65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의 양적 확충과 더불어 질적 제고에 기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60세 이상 시니어를 기업에서 인턴으로 고용할 경우 최대 3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시니어인턴십 사업도 유망하다. 기업에서는 경험 많고 성실한 직원을 선발할 수 있고, 시니어인턴들은 재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고용주와 시니어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다.”

Q | 노인일자리와 관련해 정부 또는 사회에 건의 및 당부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 베이비부머세대의 노인 세대 진입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따라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층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나 의지만으로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는 어렵다. 공공과 더불어 민간기업에서 현 세대 노인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고용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Q |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해 달라.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국정과제 목표인 노인일자리 80만개 달성을 조기에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60+통합정보망 구축이다. 각 부처에 산재된 60+정책 서비스 정보를 개발원이 수집·분석해 체계화하고 융합하는 정보망을 만드는 것이다. 통합정보망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의 고령사회 대책을 총괄·조정하고 60+에게 유관정보를 통합·제공하는 실무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문제를 지역사회에서, 지역 어르신 스스로가, 지역자원을 활용하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풀어내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자리 잡게 하는 등 ‘지역사회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 싶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노인일자리 사업의 목적은 ‘어르신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사회활동을 지원해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노인에게 일자리 등 사회참여는 건강증진, 대인관계 개선 등 삶의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고령화되는 현실에서 우리 국민의 활기찬 노후는 노년부양비 감소 등 국가 발전에도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다. 또한 개인, 국가, 사회가 고루 발전하기 위해서도 노인일자리는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의 일자리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 자연스럽게 노인을 고용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노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우리사회는 노인을 기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현재 노인의 활발하고 의욕 넘치는 모습을 항상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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