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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서비스 제공 위해 적정수가 필요하다
  • 승인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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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요양보호사 자질 향상·운영자 의식교육 선결돼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올해로 도입 10년을 맞았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족의 부담은 덜어주는 ‘사회적 효보험’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월간 〈복지저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쟁점과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을 마련했다. 황진수 한성대 명예교수가 진행을 맡고 선우덕 동아대 교수, 윤승호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수석부회장, 이태화 광진한울촌요양원 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10년을 맞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태화 촌장, 선우덕 교수, 황진수 교수, 윤승호 부회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10년을 맞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태화 촌장, 선우덕 교수, 황진수 교수, 윤승호 부회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진수 교수 우리나라는 1995년 독일의 수발보험, 2000년 일본의 개호보험에 이어 2008년 세 번째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다. 많은 우려 속에 시작했지만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오늘 좌담에서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성과를 돌아보고 현재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먼저, 그동안의 장기요양보험제도를 평가해 달라.

선우덕 교수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전에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공적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으로 장기요양서비스가 확대됐다. 그로 인해 가족들의 간병이나 수발에 대한 부담이 대폭 줄었다. 이들이 가족간병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이 외에도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의 분야에서 고용창출이 이루어지는 등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윤승호 부회장 건보공단이 실시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만족도 조사 결과 91% 이상이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단한 수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도, 특히 근로자인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도 90%만족이 나올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높은 이직률이 말해 준다. 기관 운영자 입장에서도 10년 동안 기관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반면에 폐업하는 기관도 많았다. 이렇듯 현장에서는 운영자나 근로자가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상자 수가 8~12%에 머물고 있어 ‘대다수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진단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리하자면, 많은 국민에게 만족을 주는 좋은 제도로 정착되어 가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아직은 많다.

이태화 촌장 제도 시행 전인 2004년부터 요양시설을 운영했다. ‘한울촌너싱홈’이란 이름으로 능동에서 15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개업했는데, 당시만 해도 서울시내 요양시설이 28개였다. 2017년 말 기준 서울시내 공동생활가정을 포함한 요양시설은 534개소로 2004년 대비 20배가 늘었고, 전국적으로는 3200곳이 있다. 여기에 그룹홈을 포함하면 5300개소 정도로 기관 수가 크게 늘었다. 2008년 제도가 도입될 때 만 해도 ‘제대로 정착이 될까’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제도 도입의 당위성에 대해 ‘집에서 노인성질환이 있는 분을 모시려면 사회적 비용이 연간 7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복지국가로 가는데 획기적인 제도다. 시작할 때 우려와 부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식이 부모를 요양시설에 모시면 사회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역에 시설이 들어서면 님비현상 등 크게 부정적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고마워한다.

황진수 종합해보면 문제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성공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됐지만, 장기요양보험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적시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다양한 쟁점 중에서도 대상자의 문제, 프로그램 운영의 문제, 재정 문제, 전달체계 문제를 중심으로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면 좋겠다. 먼저 대상자의 경우 1급부터 5급까지 있고 올해 인지지원등급이 새롭게 만들어 졌다. 대상자 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선우덕 대상자 적용범위에 대한 생각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제도를 개발하고 수정·보완하는 입장에서 볼 때 대상자 범위가 너무 많이 완화됐다는 생각이다. 흔히 일본·독일 등과 비교해 현재 노인인구대비 인정률이 8%로 너무 적다고 이야기하는데, 단순 수치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 나라의 특성이나 인구구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대상자를 선정할 때 가장 기초적으로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을 본다. 이중 신체기능은 일상생활수행능력인 ADL척도가 판단기준이 된다. 초기에는 최소 3개 이상 장애가 있어야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에 포함돼서 ‘중증 위주의 제도’라고 얘기했는데, 지금은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완화시켜 1개 이상의 기능장애가 있으면 대상자가 된다. 장기요양 주 발생 연령이 8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다. 인정률이 일본·독일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가려면 후기 고령자 비중이 높아져야 하는데 우리는 일본에 비해 후기 고령자 비중이 절반밖에 안 된다. 따라서 적용범위를 확대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인구구조변화에 따라 인정률이 올라갈 수 있다. 인위적으로 적용범위를 늘린다면 재정지출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독일과 일본이 그 대표적인 나라다. 이들 국가는 재정 문제로 적용범위를 줄이려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는 반대로 확대하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험대상에 인지지원등급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강한 압박이 이뤄질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는 생각이다.

황진수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와있다는 이야기인가?

선우덕 재정추계로 보면 2030년에는 재정이 엄청 늘어날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재정추계 자료는 공표하지 않고 있다. 올해 장기요양보험료율을 6.55%에서 7.38%로 대폭 올렸고 앞으로도 더 올라갈 것이다. 현장에서는 대상자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고 얘기하는데, 그 이면의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많은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는 것은 곧 한정된 수급자가 분배된다는 것이다. 시설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더 많아야 하는데 이용자는 한정돼 있고 시설은 많다 보니 이용자 적용범위를 확대해 입소자 충족률을 높여달라는 얘기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OECD 평균치, 일본이나 독일의 평균치에 비해서’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인정률을 늘려달라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이 늘어야 하고 서비스 인력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서 복지부가 운영의 묘를 살려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황진수 다음으로는 프로그램 문제를 짚어보겠다.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많이 좋아지고 있고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운영자 입장에서도 고충이 따를 것 같은데?

이태화 규모가 큰 시설, 적어도 50인 이상 시설은 물리치료 등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그런데 50인 미만 시설, 특히 공동생활가정 등 규모가 작은 곳은 공간 확보가 어렵고 인원수도 적어 쉽지 않다. 30인 이하 시설은 물리치료사 고용의무가 없어 물리치료실도 거의 없다. 50인 이상 시설에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2개 이상 진행하면 가산점이 주어진다. 우리 시설의 경우 5개 프로그램을 진행해 한 달에 약 40만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10년 가까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많이 개선시켜가고 있는데, 문제는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어르신에게 도움이 되는 재활프로그램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르신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욕구조사를 실시하고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해 진행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발마사지, 노래교실, 미술치료, 원예치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미를 느끼면서도 신체·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건보공단에서 평가나 모니터링을 할 때 어르신 맞춤형 프로그램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시설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가산점 0.4점인 상한선을 높여서 시설이 형식적,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이 아닌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황진수 2017년 말 기준으로 자격증을 획득한 요양보호사 151만명이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36만명 정도다. 앞서도 요양보험사 이직률이 언급됐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윤승호 요양보호사는 노동강도가 높은데 처우가 열악해 대부분 50~60대, 심지어는 70대도 일하고 있다. 즉, 일자리창출은 이뤄졌지만 대부분 노인이고, 50대가 진입했어도 장기근속하다 보면 결국 60대가 된다. 케어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케어를 하고 있는 거다. 따라서 30~40대도 진입할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급여 현실화가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80%를 차지하는 민간시설이 수익창출을 하면서 근로자인 요양보호사에게 인건비를 적게 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정부에서 인건비 비율을 정했지만 이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로 성남의 한 150인 시설이 얼마 전 파업신청을 했다. 150인 시설이면 수익을 낼 수도 있는데 왜 문을 닫는지 물었더니 작년 감사에서 대표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며 전액 환수 조치를 했다고 한다. 시설 설치를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10원도 가져가지 못하게 해서 운영이 어려워 폐업한다는 거였다. 결국 제도적인 문제다. 제도 보완이 이루어지고 안정되어야만 요양보호사도 정착을 하지 않을까.

선우덕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은 수가와 연결되는 문제다. 원가를 충분히 감안해 수가를 만드는데, 원가에는 인건비, 경비, 관리비 등이 다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인건비를 아주 낮은 수준으로 해서 원가를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요양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요양보호사 인건비를 한 달에 최소한의 금액을 정하고 170만원부터 200만원 가까이 책정해 원가를 계산한다. 그럼에도 왜 현장에서 인건비가 130만원, 140만원밖에 지급되지 않을까 궁금했다. 특히 소규모 시설에서 그런 경우가 나오는데, 이는 대표자가 시설장이라는 전제를 두고 수가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얘기를 들어 보니 대표자와 시설장이 따로 있는 곳에서 각각의 인건비가 나간다는 건데, 이런 구조는 안된다. 대표자 임금을 먼저 주고 나머지로 운영하다 보면 요양보호사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는 거다.

이태화 요양급여는 요양시설에 종사하는 종사자에 한해서 지급해야 한다. 요양시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지급하면 당연히 환수 대상이 된다.

윤승호 문제는 제도시행 초기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복지부가 마케팅전략으로 수익사업이 될 것처럼민간에 유도를 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진입했는데, 대표자로 기관을 설립하고 10원도 가져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 진입하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앞서 요양보호사 인건비와 관련해서는 요양보호사 인건비 책정 수가에 노동법에 해당하는 야간수당, 휴일수당, 특별수당 등이 책정되지 않아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선우덕 규모의 경제가 작동되지 않는 규모로 운영한다면 아무리 수가를 높여도 되지 않는다. 30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이 70〜80%를 차지하는데, 이 사람들이 기관을 운영하지 못해 수가를 올려달라고 하는 거다. 적정수준인 50인, 70인 이상만 되더라도 수가가 낮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100인, 150인 이상의 큰 시설에서 운영이 안 된다고 하면 구조적으로 그 시설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지 시스템에 대한 문제는 아닌 것이다.

이태화 동의한다. 경영상의 문제라고 본다.

황진수 요양보험기관을 두고 3:4:3이라는 말이 있다. 30%는 잘 운영되고 40%는 현상유지하고 나머지 30%는 부도나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요양기관의 부정행위 등 투명성과 관련된 문제도 언론에 자주 보도된다. 이런 부분은 기관운영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윤승호 물론 책임이 있다. 다만, 생활시설만 해도 5300개, 재가도 2만개가 넘는데 그 중 문제가 있는 기관도 있겠지만 대다수 기관이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장의 입장에서 한 기관이 그랬을 때 전체가 그렇게 운영하는 것처럼 매도될 때는 마음이 아프다.

황진수 정부가 지난해 9월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했다. 이는 곧 장기요양보험의 재정과 연계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선우덕 국가가 무엇을 책임지려 하는지 아직 판단이 되지 않는다. 현재 나온 것이 인지지원등급을 만들어 ‘치매’라고 판정되면 바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게 해주겠다는 거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면 인지지원등급이 많지 않다. 왜냐하면 아침에는 치매증상이 있다가 오후에는 정상으로 돌아와 의사가 판단을 내릴 때 치매가 아닐 수도 있게 되는 거다. 또, 인지지원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주야간보호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 단지, 인지기능이 조금 더 떨어지지 않게 막아주는 기능훈련 외에는 줄 수 있는 서비스도, 이용할 서비스도 없는 거다. 신체기능 결함이 있으면서 5등급이면 방문요양이나 재가, 시설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신체기능에 장애가 없으면서 인지기능에만 장애가 있는 사람은 주야간보호서비스만 받게 되어 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신체케어서비스와 가사지원서비스가 중심인데 인지지원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신체기능은 정상이고 가사활동도 가능하다. 일단은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등급은 만들어 줬는데, 그 이후에 서비스는 없는 거다. 이에 대비해 치매안심센터가 보건소마다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전국 252개 지역에 치매안심센터를 만들 계획인데 부산만 해도 현재 16개 구 중 5개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고 작동이 돼야 그나마 국가가 하겠다는 서비스가 돌아갈 거라 생각한다. 또한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치매질환자에게 줄 수 있는 서비스는 인지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걸 막아주는 예방서비스, 인지훈련프로그램 등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태화 인정기준을 완화해 대상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 대상자가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황진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도 노인장기요양보험대상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선우덕 커뮤니티케어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발단이 됐다. 병원이나 시설에 불필요하게 입원 또는 입소해 있는 사람을 지역사회로 빼내자는 거다. 즉,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재가 급여를 확대시키겠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해서 시설케어를 줄이자는 건 절대 아니다. 집에서 케어가 안 되면 시설로 가야 한다. 무분별하게 시설이나 병원으로 가는 것을 막겠다는 거지 시설 급여나 병원의 입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건 아니다. 시설에 안가도 집에서 시설에 준하는 케어를 받을 수 있으면 되는데, 이를 재가에서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의료서비스다. 시설에는 촉탁의가 있는데 집에는 없어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병원에 가야한다. 따라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의사가 찾아오게 하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재활치료 등도 마찬가지로 방문치료사가 와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인프라가 구축될 때 비로소 재가급여가 완성되고 커뮤니티케어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이태화 지역과 연계해 케어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하자는 건데, 이게 바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다. 일본 지역포괄케어시설을 가보니, 2층 규모의 다세대가구처럼 되어 있는데 각자 원룸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공동생활공간이 있어 TV도 보고 어울려 쉬기도 했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취사장도 있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의사가 왕진해 병원을 가지 않고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요양시설과 재가센터의 중간 형태인 것 같다.

선우덕 일본은 지역밀착형케어시설이 있고 재가가 있는데, 시설과 재가가 서로 연계되면서 운영된다. 집에서 케어를 받다가 ‘가족이 아파 부담스러우니 시설에 가서 쉬고 싶다’고 하면 일시적으로 시설에서 케어 받게 하고,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집으로 오는 선순환 관계가 이루어진다. 커뮤니티케어가 완성되려면 단기보호도 필요하다. 집에서 케어하려면 가족이 있어야 하고 가족의 부담이 적어야 하는데 가족에게 부담이 되면 커뮤니티케어가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커뮤니티케어를 하려면 커뮤니티에 있는 여러 자원을 연계해 엮어야 하고 엮을수 있는 센터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나온 모형에서 읍면동에 돌봄창구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 창구는 단순히 상담과 정보제공 차원이지 돌봄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기능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월초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고 하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본의 지역포괄센터와 같이 여러 자원을 엮을 수 있는 센터가 마련돼야 한다.

윤승호 결국은 소비자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이냐가 관건이다. 병원이 좋아서 입원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재정 부담이 덜되고 혼자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보다 편리하다 보니 의료쇼핑을 하는 식으로 있는 거다. 이들을 빼내려면 지역사회로 왔을 때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생활시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도로 강제하려 하면 안 된다. 이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질 때 자연스럽게 이런 구조가 될 것이다. 복지부 공무원, 공단 직원 등 여러 사람들에게 ‘이 다음에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아야 된다면, 지금과 유사한 시설에 가서 생활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하나같이 요양시설은 좋지만 2인1실, 3인1실에서는 어려울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은 노후준비가 안 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요양시설에 갈 수 있는 대상자는 노후에 연금이 있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1인1실로 간다거나, 추가비용을 내서라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곳으로 가려 할 것이다.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황진수 치매환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요양원에 입소하는데, 이를 지역사회에서 하겠다고 하면 국민정서가 따라올 수 있을 지 우려된다.

선우덕 재가에서, 지역사회에서 산다고 했을 때 전제조건이 ‘수발지원해 줄 수 있는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가족이 있어서 재가급여를 하는 건 아니다. 혼자 살아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게 재가서비스가 충족돼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3번을 찾아가고 필요하면 새벽에도 한번 더 찾아간다. 내가 혼자 살아도 안심하며 살 수 있는거다. 주기적으로 찾아와 상태를 살피고 식사준비, 생활지원 등 이런 부분이 충족되기 때문에 재가급여가 가능하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커뮤니티케어로 갈 수가 없다.

황진수 끝으로, 노인요양장기보험의 바람직한 정착을 위한 제언을 해 달라.

이태화 현장에서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정책 당국도, 운영주체도, 보호자나 대상자가 기대하는 것도 결국 서비스 질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이다. 서비스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어르신들과 대면접촉이 많은 요양보호사의 자질이라고 본다.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제도는 교육원에서 이론 80시간, 실기 80시간, 실습 80시간을 이수한 후 시험을 치르고 배출한다. 그렇게 배출된 요양보호사와 현장에서 일해 보면 수준이 부족할 때가 많다. 나이에 상관없이 요양보호사의 자질이 문제다. 케어기술뿐만 아니라 태도, 자세, 예의 등이 중요하다. 국가에서 적어도 ‘현장에 바로 투입돼 서비스 질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자격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질 향상을 위한 양성제도가 강화되어야 하고, 현장에 투입된 후에도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유일하게 보수교육이 없는 게 요양보호사다. 1년에 한 차례 고용노동부에서 교육비를 지원하는 직무교육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의 자질 향상 없이는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업 운영주체에 대한 의식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인 수익사업만 목표로 하는 마인드로 시장에 진입해서는 안된다.

선우덕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사회보험제도다. 사회보험제도는 반드시 재정안정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동등하게 유지하면서 운영해야 한다. 즉, 마냥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지출을 아주 효율적으로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질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집이든 시설이든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를 늘리는 건 찬성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수가 책정이 지금부터라도 마련돼야 한다.

윤승호 먼저 신뢰성 회복이 필요하다. 이용자, 제공자, 근로자가 서로 신뢰 속에서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수급자 맞춤형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 이용자 욕구를 파악해 거기에 제도를 맞추고, 필요하다면 수가를 올려 확보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혼란을 주는 것보다 기존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완해 지역사회에 정착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와 요양서비스, 치료와 생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안배를 어떻게 잘해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한다면 임금문제, 구인난, 운영체제, 고용불안, 근무환경 등의 문제를 보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황진수 장시간 열띤 토론에 감사드린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성숙한 제도로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