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거주’ 실현 우선…다양한 주거대안 필요

남현주 가천대 교수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기요양제도는 인구고령화에 직면한 대부분의 선진복지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유래 없이 빠른 인구고령화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급격한 사회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가능성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이 저하되고 노인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다. 핵가족화나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등으로 인해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은 지속적으로 저하됐고, 공적 무료요양시설의 이용범위가 과거에는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사회적 입원’ 현상이다. 이는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돌볼족이나 시설이 부족해 의료기관에 장기적으로 입원하는 효과를 가져와 건강보험재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2003년 보건복지부는 공적노인요양보장추진기획단을 설치했고, 새로운 제도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5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는 세 차례의 시범사업도 실시됐다. 당시 경제적 여건이나 장기요양인프라 수준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 사회보험으로 시행됐다.

본 글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짧게나마 제도에 대한 잠정적 성찰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특징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전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보험이다. 따라서 재원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장기요양보험료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정부지원과 수급자의 본인부담금으로 충당한다.

의료급여수급권자와 같은 공공부조대상자들은 일반 재원을 통해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제도는 모든 소득계층을 포괄하는 보편적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여대상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자로서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자로 제한돼 있다.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들과 비교하면 두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하나는 급여대상의 제한성이고 다른 하나는 현금급여의 제한성이다. 급여대상을 보면 다른 국가들에서는 연령이나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장기요양필요성이 인정되면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령에 제한이 있다. 또한 현물급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현금은 매우 제한적으로 주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에서는 본 제도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해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부터 시행됐지만 초기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2013년부터 장기요양기본계획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제1차 장기요양기본계획(’13~’17)의 분야별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주요 핵심과제는 장기요양보험의 보장성 강화, 전달체계의 강화, 서비스 품질 향상 및 재정관리 강화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장기요양보험의 보장성은 장기요양 수급자의 수, 등급외자에 대한 지원, 본인부담감면 대상자의 수, 가족친지와 같은 비공식수발자의 지원을 기준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제도를 도입한 2008년 말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한 인정자 수는 21만4000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3.1%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인정자 수는 64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노인 인구 대비 8.7%로 거의 3배의 증가를 의미한다.

특히 2014년 3등급에서 5등급으로 체계가 개편되면서 기존 수급대상에서 제외됐던 경증 치매노인들이 치매특별등급인 5등급 수급대상으로 편입돼 인정자 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8년 1월에는 인지지원등급이 신설돼 그동안 신체기능이 양호해 등급판정을 받지 못한 경증 치매노인들도 대상에 포함되는 등 수급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추세이다.

본인부담의 면제 및 경감 대상도 지난 10년 동안 대폭 확대됐다. 그렇다면 본 제도의 또 하나의 핵심 대상자인 가족의 부담은 경감됐을까? 우선 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를 보면 보호자들은 91%를 넘는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수발을 필요로 하는 배우자나 노부모를 장기간 선택의 여지없이 직접 돌봐야했던 가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그러나 가족을 돌보는 수발자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혜택은 아직까지 1, 2등급의 중증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1년간 최대 6일까지 요양보호사가 돌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의 사회화는 앞으로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전달체계의 강화는 장기요양기관과 서비스 제공인력의 양적 성장 및 관리체계의 개선 정도를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수는 2008년 7월 시설 1271개(29.2%)와 재가 3079개(70.8%)로 시작해, 2017년 말 기준 시설 5304개(26%)로 4.2배, 재가 1만5073개(74%)로 4.9배 증가했다.

장기요양인력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2008년 4195명의 사회복지사와 5324명의 간호(조무)사 그리고 11만3756명의 요양보호사가 장기요양기관에 종사한 반면, 2016년 말 기준으로 1만4682명의 사회복지사, 1만1755명의 간호(조무)사 그리고 31만3013명의 요양보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2016년 7월에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제도가 도입된 것도 전달체계 강화에 기여한 면이 있다.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이란 기존의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노인을 위한 전용공간에서 치매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이 개인별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치매관리강화제도이다.

그러나 장기요양인프라는 양적으로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인 수급관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제자리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말 기준 전체 재가기관의 43.5%, 거주시설의 48%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분포돼 있어 지역 별 수요대비 기관 및 인력 공급의 지역 간 큰 편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인력공급과 관련해 최근 크게 우려되는 것은 낮은 사회적 인식과 제한된 경력경로 등으로 인한 장기요양종사자의 인력부족 현상이다. 특히 전체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을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66%가 50~60대인 반면, 30대 이하는 9%에 불과해 젊은 인력의 유입이 매우 저조함을 알 수 있다.

전달체계 개선의 성과로는 요양기관 내 의료서비스의 내실화를 추진하기 위해 촉탁의 자격을 확대하거나 시설이 임의로 정하던 촉탁의를 지역의사회가 추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요양병원과 시설 간 역할의 정립이다. 대부분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은 의료적치료와 요양서비스를 동시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호 연계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각각 분절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요양병원 수는 2011~2016년 사이 무려 7.6%나 증가했고, 특히 3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 수는 31.5%나 증가해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까지 보이고 있다.

셋째, 서비스 품질은 요양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관리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장기요양인력의 전문성 및 이들의 처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제도도입 당시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공급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춰지고 공급시장의 진입이 용이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이윤창출을 기대한 민간공급자들이 장기요양시장에 참여하게 됐다. 이로 인해 과도한 공급현상이 발생하고 이어 불법적인 경쟁이 초래되면서 요양서비스의 품질은 낮아졌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실제로 2009년부터 실시된 요양기관 평가결과를 설립주체 별로 살펴보면 개인이 설립한 요양기관의 평가결과가 지방자치단체나 법인에 비해 항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가점수는 평가가 반복될수록 조금씩 상승하고 있어 요양서비스의 품질은 더디지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제도의 관리운영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 또한 그동안 급여제공 기준을 마련하고, 서비스매뉴얼을 발간·배포하며, 장기요양기관평가와 평가결과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및 평가 사후관리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기요양기관평가에 대해서는 기관의 개별화된 서비스, 즉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아직 미흡하며 보건의료적 기준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의 품질 뿐 아니라 당사자인 노인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의 문제는 최근 인건비 지급비율의 의무화, 장기근속장려금의 지급 등을 통해 서서히 개선돼가고 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교육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는 노력은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넷째, 재정 관리와 관련해서는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상황과 장기요양기관의 부당청구 문제를 들 수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요양보험의 수입대비 지출을 살펴보면 2009년(91.5%) 이후 2016년(99.9%)까지 재정적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수입대비 지출비율이 108.7%에 도달하면서 2019년경에는 누적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의 빠른 진행속도를 감안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크고, 중장기적인 재정안정화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공급자간 과잉경쟁으로 인한 기관의 불법청구사례는 계속 증가 추세로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부당청구를 감시하기 위해 재가급여관리시스템, 적정청구지원시스템 등이 도입됐고 장기요양 재무·회계규칙의 법적근거가 마련됐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개선안은 여전히 요구된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노인장기요양보험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모든 노인들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고, 다른 대안이 없어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던 노인들은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가정에서 수발하는 가족의 부양부담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장기요양보험의 질적 성장을 위해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올해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18~’22)이 세워지면서 앞으로 제도가 나아가야 할 정책방향이 제시됐다. 제2차 기본계획에 수립된 5가지 주요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보장성 확대 및 이용지원 개편이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 수급자 수를 더 확대하고, 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등급판정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재가급여의 강화다. 2016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통합재가급여를 신설하고 방문간호급여를 활성화하며 다양한 신규 재가급여를 개발하는 등 재가급여의 개별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관 및 인력공급체계의 재정비이다. 노인요양시설의 기능을 개편하고 장기요양종사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며 장기요양기관의 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확보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 재정 추계모형을 통한 적정 보험료율을 제시하고 수가체계를 재정비하며 각종 가감산 제도를 재정비하는 등의 계획이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요양복지 간 연계체계 구축이 계획에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는 그동안 요구돼 온 의료와 요양 및 복지서비스의 연속성 및 통합적 케어의 보장,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돌봄사회서비스 간 역할의 정립, 장기요양과 의료 간 재원분담체계의 정비 등이 세부과제로 제시돼 있다. 기본계획에 담긴 이 모든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 제도의 목적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 도모’와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 삶의 질의 향상’. 이를 위해서는 노인이 최대한 본인이 거주하던 지역에서 늙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계속거주’ 또는 ‘지역사회에서 노후보내기’로 번역되는 ‘Aging in Place’가 실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지역사회 내 거주하는 이웃, 친구, 복지기관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등 재가복지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비공식수발자들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동활동을 줄이거나 포기하면서 수발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는 이들이 사회보장체계 안에 편입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지원한다든지,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직제도를 도입하고 이들이 돌아올 때 일자리가 보장되는 제도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필자는 가족수발기간을 연금가입기간으로 추가 산입하는 ‘가족수발크레딧’ 제도 도입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건강한 노인을 위한 다양한 거주시설과, 노인을 수발하는 기존의 ‘시설’개념에서 벗어난 주거대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누구나 늙어가고 있으며, 노인이 되면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사적공간과 나의 자율성과 자립성이 보장된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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