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자살은 개인 아닌 사회적 문제…부처 간 협업체계 필수적

한창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
한창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

Q | 지난 2월 중앙자살예방센터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은?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이라는 역할은 그동안 교수로서, 정신건강 전문의로서 해 오던 일 중 가장 부담되고 망설여지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상담을 청하는 분들과 성의껏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인데, 과연 자살예방센터라는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분들이 모두 정신질환 때문에 그러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정신건강이나 심리학적인, 혹은 복지증진의 접근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농사를 짓던 천수답(天水畓)처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아무리 예방노력을 하더라도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리해 알려주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선한 노력을 하는 분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점을 깨달으면서 중책을 맡게 됐다.”

Q |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언제, 어떻게 설립됐나?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높은 자살률과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우려 속에서 2011년 제정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근거해 설치·운영되고 있다. 법률에 따라 자살예방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뿐만 아니라 자살예방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 그리고 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우리사회에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에 대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동원하고 있다. 자살은 이제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Q | 중앙자살예방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소개해 달라.

“중앙자살예방센터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돼, 우리나라 자살예방을 위해 진행되는 각종 정책을 수행하며 지역자치정부 및 시민단체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내 가족과 이웃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사회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부터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심각한데,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나와 내 주변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시민의 기본적인 의무이고, 자살을 하는 건 고통의 해결책이 아니다’는 것을 전 사회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사회·문화적인 각성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라도 △소외된 계층의 경제적, 질병으로 인한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노력 △외로움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사회적 지지망을 연결해 주는 것 △우울증 등의 심리적 고통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 등이 중요하다. 또한 △번개탄, 농약, 약물중독 등 자살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것들의 구입 및 사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정책 △신문기사나 드라마 등 매스미디어에 생명을 경시하는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 등도 시급하다.”

Q | 정부가 지난 1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확정하고 범부처 대책을 쏟아냈다. 이에 대한 의미와 정책적과제 등도 궁금한데…?

“보통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즉, 이제는 사회, 국가가 나설 차례라는 것이다. 자살의 원인은 굉장히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해 발생하게 된다. 경제적인 문제, 학업문제, 건강문제 등 대상별·연령별로 매우 다양한 문제와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 자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와 관련한 정책을 수행하게 된다면 부처 정책 간 메커니즘이 잘 맞물릴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살률 또한 낮출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살이라는 문제는 복지부나 종교계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전체 사회조직을 총괄할 수 있는 곳에서 관심을 가지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우리나라 자살예방 예산은 일본 자살예방 예산의 약 2% 가량 편성되어 있다. 예산이 상당히 적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도 많다. 예산이 적다보니 실제 필요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Q |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업이 주력사업이다. 어느 하나 빠질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든 사업이 최소한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생명사랑지킴이(게이트키퍼) 교육을 수립하고, 자살보도권고기준을 개정하고 이를 널리 알려 자살보도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는 사업을 진행하는 등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살예방 통계를 통합해 정리하고, 자살예방백서 등 교육자료를 만들어 낸다. 게이트키퍼 교육을 위한 강사진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생명사랑 문화 확산을 위해 마치 버킷리스트 운동과 비슷한 ‘괜찮니’라는 이름의 릴레이 운동도 하고 있다. 각 지역 자치단체의 자살예방 정책 진행을 독려하고 조언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Q | 자살예방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에 대해 말씀해준다면?

“생명을 구하는 일은 과거 경제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던 시대에 ‘수출 몇백만불 달성’ 등의 목표를 세웠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물론 ‘자살률 몇 퍼센트 감소’라는 수치적이고 근시안적인 목적도 있어야겠지만, 생명 존중에 대한 전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활동을 함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명사랑지킴이 양성 교육 확산 △서민을 위한 경제적 지원책 마련 △소외받는 계층의 외로움에 대한 대책 △번개탄, 약물 등 잠재적인 자살 도구 사용 제한을 위한 법제화 노력 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사회·문화적인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미디어 관리기준 마련 등의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Q |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생명을 버리는 분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분들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 가족, 내 이웃일 수도 있고, 내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생명을 존중하고, 한 사람이라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의 생존과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Q |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 각오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생명존중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조직을 서로 연결하고, 지원하려 애쓴다는 마음으로 봉사하겠다. 정신건강의학 의사로서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대의명분이기 때문이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살예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공공조직과 민간조직, 종교계 등 모든 분들은 선한 ‘생명구하기’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헌신하고 봉사하는 분들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이 분들이 지치지 않고 생명구하기 노력을 잘 할 수 있도록, 또한 국가와 사회, 노인부터 청소년, 서민에 이르기까지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임기동안 열심히 봉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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