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미 한신대학교 교수
홍선미 한신대학교 교수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2000년대 들어서 사회복지도 본격적인 지방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사회복지정책 내지 사회복지사업은 주로 중앙정부 주도 아래 일률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과거 공급자, 시설보호, 복지대상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수요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복지 서비스전달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최근의 복지서비스는 시군구나 읍면동을 중심으로 지역단위의 서비스 생산, 전달, 관리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지역사회의 문제나 해결되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욕구에 대응하면서 지역사회내 서비스네트워크가 기능하다 보니 전달체계는 실질적으로 생활지역을 중심으로 기능하게 된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적 관심은 지역 단위의 서비스 전달 및 관리의 기능으로 초점이 모아지고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적인 참여와 협의를 통해 지역사회의 역량이 발전해가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그간 전달체계와 관련한 변화들이 지역이라는 접근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지역주민 개개인의 욕구에 맞춤식으로 필요를 파악하여 서비스를 연계하는 전략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은 적절하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달체계의 구축이 숨가쁘게 이어져왔다. 희망복지지원단과 동복지허브화를 거쳐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공공사례관리의 인력확충과 근거리 생활지원의 기반이 확충되어 왔다.

최근에는 단전·단수 등 고위험가구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개발하고, 생활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가구를 위기가구의 범주에 넣어 관리비체납정보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읍면동 주민센터의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 지역주민에 대한 복지상담과 통합사례관리, 방문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보다 확대하고 지역주민에게 필요한복지지원의 방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보장체계를 갖지 못하고 소득양극화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복지사각지대의 사건과 사고의 발생은 줄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떠올리는 생계형 자살사고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자살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일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실직, 돌봄의 부담이나 정신적 문제 등의 생활상의 어려움들을 개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발생하는 생계형 자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취약계층이 줄지 않고 이러한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일은 정부의 최대 난제가 되고 있다. 인구구성 및 가족구조의 변화, 경제위기와 고용불안 속에서 많은 개인들은 점점 더 다양한 신사회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신사회적 위험은 소득수준의 절대적 기준을 떠나 가족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복지욕구를 증가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위험들은 과거의 중앙정부에서 일률적 기준으로 집행하던 현금이전정책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공공사례관리를 통한 복지지원 및 서비스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이용자나 수혜자의 복지체감도는 여전히 낮으며 무엇보다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취약한 위기가구들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문제를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읍면동 주민센터가 복지허브로서의 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범위가 최소화된 동단위에서 공공전달체계로서의 게이트키핑과 민간기관들과의 생활권 지역네트워크 허브 기능 등을 담당하며 통합된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주요 과제는 시군구 중심으로 구축된 서비스전달체계나 네트워크를 동단위로 기능적 분할을 하고 시군구 차원에서 활동하는 주요 지역복지주체들이 동복지 단위와 협력하는 것이다.

시군구 중심의 서비스전달체계를 동단위로

동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동단위의 보호체계는 독자적인 방식보다는 시군구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주체를 통해 지역전체를 포괄하는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공주도로 탑다운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을 복지거버넌스 차원에서 민관협력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지역의 복지환경을 고려하여 지역내 주요 복지주체들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읍면동주민센터의 공공사례관리 인력이 모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초기상담수준을 넘어 맞춤형 상담을 내실 있게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사례관리기관과의 연계나 지역내 민간전문가의 참여 등은 공공사례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는데 중요하다.

현재 지역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다양한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그간 관련 사업을 수행해왔던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협의회 등과의 협력관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한 상태에서 각기 개별동별로 추진되면서 사업의 중복이나 혼란이 발생하는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에 제시된 ‘사회복지소외계층 발굴 및 민간사회복지자원과의 연계협력’은 사회복지협의회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간의 법적 고유사업을 수행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2012년부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좋은이웃들 사업은 자원봉사자가 서비스대상자를 발굴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받도록 의뢰하고 다양한 비공식적 자원을 연계함으로써 공공사례관리업무를 지원하고 지역의 복지소외계층 해소를 위한 민관 및 민민 협력체계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좋은이웃들 사업은 시군구 단위의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민간차원에서 수행되고 있으나, 사업내용을 보면 동복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이라는 목표와 유사하며 사업수행인력도 비공식적 지원체계에 속하는 주민이 된다.

이는 공공은 사업의 추진주체로서 지역사회보호 및 관리의 동력을 확보하고 협의회는 사각지대발굴로 파악된 위기가구에게 필요한 다양한 민간자원을 발굴·연계하며 지원하는 보완적 모델이 된다.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읍면동협의체의 사업방향에 맞춰 지역내 위기사례발굴과 소외계층에 대한 민간차원의 지원활동을 적극 추진하여 대표적인 지역사회 민관협력모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문재인정부에서는 포용사회라는 국가비전 속에서 복지, 보육, 안전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국정과제들을 내놓았다.

이에 맞춰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정부업무보고에서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확대’를 정책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간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던 개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생활지역을 단위로 수요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종합적으로 지원하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나, 이와 같은 포괄적인 지역사회보호정책은 복지와 보건을 비롯한 사회서비스 전반의 혁신을 필요로 한다.

행정체계와 실행조직들과의 유기적 관계, 공공과 민간기간 간 협업을 위한 전달체계의 혁신,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탄력적 서비스 제공방식 등 많은 과제들이 있다.

커뮤니티케어가 발달한 영국에서도 서비스의 접근성과 이용성, 적절성,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서 국가보건체계(NHS)나 사회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해가고 있다. 지역사회보장의 범주는 복지 뿐만 아니라 주거 및 돌봄, 고용, 교육, 안전, 문화, 환경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지역사회생활기반의 영역들은 복지담당부서나 복지인프라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기때문에 통합지원을 위한 부처간, 실국간 TF를 마련하여 커뮤니티케어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내 사회취약계층의 지역사회보호체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이끌어내고 실행계획수립과 이행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과정도 이어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차별적 삶을 사는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시설생활인들도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의 비전과 커뮤니티케어의 방향을 설정하고, 생활지원이나 주거지원, 심리정서 및 사회적 관계회복을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도 개발·확충되어야 한다.

이웃 간 공동체 복원하고 지역풀뿌리 활동 필요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지역사회보호정책의 변화와 함께, 주민들의 참여를 강조하는 공공전달체계의 변화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차별과 배제가 있는 사회에서는 갈등이 증가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동체지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인 36위라고 한다. 보편적 사회보장체계를 갖추어 가는 노력과 함께, 우리사회의 소외와 배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웃 간의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사회의 풀뿌리 활동을 활성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방향성과 사업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는 공공서비스 플랫폼과 주민참여 플랫폼이 읍면동 주민센터를 거점으로 동시에 추진되면서 발생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섬세한 설계가 요구된다.

지역풀뿌리 활동을 통해 지역공동체로서의 역량을 축적하지 못한 곳에서는 주민자치형 마을사업들이 기대하는 자발성과 연대성을 갖지 못하고 공공지원을 받는 시책사업의 한계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내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수평적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기관과 지역주민간 상시적이며 일상적인 교류와 소통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동주민센터에 참여 및 소통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이를 기반으로 차별과 배제가 없이 다양한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지역공동체 문화가 정착되면 바람직하겠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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