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상위법으로서 사회보장기본법이 있다.

기본법이란 어느 분야의 제도 또는 정책의 기본 방향이나 원칙 등을 규정한 법으로서 해당 분야의 일반 법률들과 헌법을 연계해주는 법이다. 예를 들면, 교육기본법, 건축기본법, 소방기본법 등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기본법은 최상위의 법규범인 헌법을 근거로 하여 일반 법률들의 범위, 기준, 원칙 등을 견인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헌법 제34조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사회복지법의 헌법적 근거가 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존권을 가지며, 이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현행 법 명칭 ‘법학계 오랜 관행’ 용례 불과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인정하든 아니면 국가가 사회보장이든 사회복지든 제도보장을 해야 하는 의무로 해석하든 『사회보장기본법』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상응하여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법이다. 문제는 헌법 제34조 제2항의 표현이 ‘사회보장·사회복지’로 규정되어 있어 사회보장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또는 사회복지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제3의 명칭으로 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모호하다.

이러한 경우 사회보장 또는 사회복지와 밀접하거나 정통한 학문의 업적과 논의들을 고려하여 학리(學理)해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의 용어 정의를 보자. 이 법에서 ‘사회보장’이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말한다(같은 조 제1호).

복지국가의 역사를 보면 사회보장의 제도적 유형은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수당 등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하여 학술적으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수당 등은 사회보장의 제도 유형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사회서비스’다. ‘사회서비스’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같은 조 제4호).

이는 이 법이 개정되기 전 제정 법률 때부터 ‘사회보장’ 개념에 포함시켰던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복지제도’를 합한 것이다. 제정 법률 제3조에서 용어의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사회보장’이라 함은 질병·장애·노령·실업·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해소하며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제공되는 사회보험·공공부조·사회복지서비스 및 관련복지제도를 말한다.

2. ‘사회보험’이라 함은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함으로써 국민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3. ‘공공부조’라 함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하에 생활유지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4. ‘사회복지서비스’라 함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에게 상담·재활·직업소개 및 지도·사회복지시설이용 등을 제공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5. ‘관련복지제도’라 함은 보건·주거·교육·고용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복지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기존 법률에서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 복지제도’를 기계적으로 합해 놓은 것이 현행법에서 ‘사회서비스’인 것이다.

사회복지학에서 사용하는 ‘사회복지’, ‘사회보장’ 등의 개념을 망라해 볼 때,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보장’의 정의는 오히려 ‘사회복지’의 정의에 가깝다. ‘사회복지’라는 기본적이고 커다란 개념 안에 국가가 주체가 되어 실행하는 복지로서 ‘사회복지 정책’이 있고, 이러한 사회복지정책의 중요한 범주가 ‘사회보장’인 것이다.

‘사회복지기본법’으로 개칭 고려 필요

양자의 포함관계를 보자면 ‘사회보장’은 ‘사회복지’의 개념 범주 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미론적으로 볼 때 『사회보장기본법』은 곧 『사회복지기본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기본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법률 제정 당시 ‘사회복지’나 ‘사회보장’ 관련하여 전문적이지 않은 법학계의 오랜 관행에서 나온 용례를 따른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독일법의 용례에 친숙한 법학에서는 ‘사회복지법’이라는 용어가 매우 낯선 것이다. 반면에 영·미권의 사회복지 개념을 받아들인 사회복지학계에서는 ‘사회복지법’이라는 용어가 친숙한 편이다. 사실, ‘사회보장법’이든 ‘사회복지법’이든 내용적으로 완전히 다른 입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수당 외에 사회서비스 또는 사회복지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명칭을 생각건대, ‘사회보장’기본법은 의미적으로 부적절하다.

이미 ‘사회복지’라는 용어가 ‘사회보장’ 보다는 일반적인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학의 학과 명칭도 ‘사회보장학과’가 아니고 ‘사회복지학과’이며 학문적으로도 ‘사회보장학’이라는 용어는 쓰이지 않으며 ‘사회복지학’이라는 명칭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회보장사’ 자격은 매우 생소하고 이질적이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은 이미 100만명의 국민이 취득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복지 기본법’, ‘복지정책 기본법’, ‘사회정책기본법’ 등의 명칭을 고려해 봄직하다. 복지국가를 지향하고자 하는 국가의 목적이나 국민적 염원 등을 고려하고, ‘사회서비스’를 강조하는 최근 국가 정책의 기조 등을 봐서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의 명칭을 바꾸고 실질적인 복지국가의 기초를 이루는 입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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